대구 인디 밴드 '이내꿈'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현지시각)까지 유럽 3개 도시 투어를 마쳤다. 사진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열린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공연 모습. <밴드 이내꿈 제공>
"특정 장르의 아티스트로 규정되기보다는 '밴드' 자체에 더 의미를 두는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낯선 타국에서 '여러 장르와 뮤지션이 연상되는 점이 유니크하다'는 호평을 들었을 때 새로웠어요."
첫 유럽 무대에서 음악적 존재감을 증명한 로컬 밴드가 있다. 대구 기반 4인조 인디밴드 '이내꿈'(민우석·김태양·최원민·314)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현지시각)까지 영국 리버풀을 비롯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스웨덴 노르쉐핑까지 유럽 3개 도시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 지역 출신 인디 뮤지션이 유럽 무대에 서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번 투어는 이내꿈이 영국의 쇼케이스형 페스티벌 '리버풀 사운드시티'에 공식 초청되며 시작됐다. 여기에 대구시와 전방위독립문화예술단체 <사>인디053이 협력하면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네트워크 간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확장됐다.
밴드 이내꿈은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리버풀 사운드시티' 페스티벌을 가장 인상적인 무대로 꼽았다. 사진은 이달 3일(현지시각) 영국 '리버풀 사운드 시티' 페스티벌 공연 모습. <밴드 이내꿈 제공>
영국 '리버풀 사운드시티' 밴드 이내꿈 소개자료. <인디053 제공>
투어 이후 대구 남구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멤버들은 세계적인 신인 뮤지션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리버풀 사운드시티'에서의 아찔했던 순간을 먼저 회상했다. "공연 당일, 숙적 관계인 리버풀과 맨체스터의 축구 경기 시간이 하필 저희 공연 시간과 겹쳤어요. 음향 감독님이 그 경기를 보셨는지 음향에 살짝 문제가 있었지만, 비슷한 시간대 공연 중에서는 저희 무대의 관객이 가장 많았어요."
포스트록부터 신스팝, 사이키델릭 록까지 느껴지는 '유니크한' 이내꿈의 음악은 현지인들을 매료시켰다. 한 관계자가 직접 찾아 이들 음악에 대한 극찬을 건넸는가 하면, 축제가 끝난 뒤인 지난 4일(현지시각)에는 영국의 라디오 채널 'BBC 뮤직 인트로듀싱'에 밴드가 소개되기도 했다.
"먼 미래라고만 생각했던 해외의 큰 무대에 서게 돼 얼떨떨하기도 해요.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Lollapalooza)'와 같은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도 서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김태양)
커버곡 위주 무대·일회성 팀 양산되는 현실 안타까워
자고 자란 대구서 교류 공연 등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
"우리가 추구하는 대로, 묵묵히 좋아하는 음악 할 것"
밴드 이내꿈은 이번 유럽 투어에서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리버풀 사운드시티' 페스티벌을 가장 인상적인 무대로 꼽았다. 사진은 지난 12일 오전 남구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밴드 이내꿈.(왼쪽부터 최원민, 민우석, 314, 김태양).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밴드 이내꿈은 지난해 정규 1집 'Organic Tender' 발매를 기점으로 기존의 팀명(이리와 내 꿈에 태워줄게)을 현재 이름으로 변경했다. 같은 해 12월, 객원으로 활동하던 드러머 314(본명 이왕동)가 디지털 싱글 'Single Cup' 발매와 함께 정식 합류하며 4인 체제를 갖췄다. 멤버 전원 계명대 출신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서울 중심의 음악 시장 구조 속에서도 대구를 고집한다. 인구수 대비 뮤지션 수가 많고 음악적 성장 가능성이 큰 도시라는 믿음과 더불어, 이들이 '나고 자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하는 로컬 인디계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작곡보다 유명 가수의 커버곡을 부르는 행사 위주 무대나, 일회성 프로젝트 팀들이 양산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대구 내에서 축제를 활성화하고 싶어도, 페스티벌 무대에 서고 싶은 아티스트는 많지만 함께 무대를 기획하려는 이들은 드물고요."(314)
밴드 이내꿈은 오는 9월 대구 인디음악 30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앨범 참여를 비롯해 정규 2집 발매 및 전국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6일(현지시각) 스웨덴 노르쉐핑 공연 모습. <밴드 이내꿈 제공>
그럼에도 이들이 '악착같이' 지역에 남으려는 이유는 이런 환경을 바꾸고 싶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이에 지난해 지역 간 교류 공연 프로젝트 '인디사절단'을 기획하며 타 지역 관객들과도 소통을 이어왔다. 아울러 오는 9월에는 지역 대표 라이브클럽인 '클럽 헤비'를 기준으로 30주년을 맞이한 대구 인디음악을 기념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에도 참여하는 등 지역 인디계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로컬에 있다 보면 여러 관습이나 주변 목소리에 흔들릴 수 밖에 없잖아요.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가 추구하는 대로 좋아하는 음악을 찾으며 묵묵히 밀고 나가는 것이 밴드의 지향점이에요."(최원민)
밴드 자체 창작 활동도 꾸준히 이어간다. 오는 7월에는 이번 유럽 투어 동안 마무리한 선공개곡을 발매하고, 9월 정규 2집 발매와 함께 전국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활동 초기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정도(正道)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경비행기는 활주로가 짧아도 금방 날아오르지만 멀리 가지 못하잖아요. 저희는 더 많은 사람을 태우고 더 멀리 가기 위해, 열심히 갈고 닦아 크고 단단한 활주로를 만들려고 합니다."(민우석)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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