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교 건국대 특임교수·전 청와대 행정관
내일로 6·3 지방선거가 끝난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위한 최소한 장치이고, 투표는 국민으로서 최대의 의무이다. 선거의 승자라 자만해서도 안되고, 패자라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결과는 유권자의 선택이다. 문제는 선거 이후이다. 선거 과정에서 들떴던 흥분을 가라 앉히고 차분히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객관적인 자세로 오늘의 대한민국, 그리고 그 미래를 생각해 볼 때이다. 당선자들은 쏟아냈던 공약들을 재점검해서 지역의 발전을 꾀해야 하고, 국민들은 좀 더 높은 관점에서 나라를 돌이켜 볼 때이다. 공자는 국가 흥망성쇠의 요체를 명료하게 세 가지로 설명했다. 바로 경제, 안보, 사회적 신뢰이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5월 한 달 수출액이 877억 달러를 넘었고 지난 5개월간 누적 수출액이 이미 4천억 달러에 이른다. 코스피 지수는 거의 9천 포인트에 다가섰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오랜만에 2%를 넘어 2.6%에 달할 전망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조선, 방산, 전력·전기 등 첨단기술 산업이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빛에는 그림자가 따른다. 코스피 지수가 몇 배 올라도 수익을 남기는 일반 투자가는 소수이고, '삼전닉스'의 그늘에 있는 가려있는 대다수 기업의 주식은 오히려 하락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초과이익 배분을 두고 사회적 논쟁이 촉발되었다. 노조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가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다. 주주는 주가와 배당으로 보상받고, 근로자들은 급여와 보너스를 받으면 된다. 문제는 이익배분 과정에 소외되어 있는 중소 협력업체들이다. 1차, 2차, 3차 협력업체로 내려가면 이익률이 1〜5%에 불과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 격차가 2배에 이른다. 대기업-중소기업 동반 성장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 첫걸음은 중소기업의 이익배분율 증대이다. 그래야 청년 일자리도 생기고, 소비도 살아나고,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도 해소된다.
둘째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국제안보와 한반도 통일 문제이다. 두 개의 전쟁(우크라이나-러시아, 미국-이란)이 여전히 지속 중이다.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간의 패권적인 경제안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자국 중심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역할 축소로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당장 한미 동맹의 주요 근간인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분담금 인상, 전시 작전권 이전 등이 논란의 대상이다. 핵무력 고도화를 지향하고 있는 북한 변수도 한반도 안보와 평화에 큰 부담이다. 자주국방을 도모하면서 남북 분단의 코리아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신뢰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세계적인 한류의 성취 이면에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급증하고 있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과 가파른 고령화,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소멸, OECD 최고의 자살률, 사회적 삶을 포기하는 고립·은둔 청년의 급증 등. 그동안 무한 경쟁과 고속 성장의 약탈적 자본주의 속에서 개인의 존중, 삶의 가치, 공동체의 의미는 무너졌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없이는 사회 공동체는 유지될 수 없다. 사회적 신뢰 구축과 대통합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동안 피땀 흘린 국민들 덕분이다. 어두운 그늘도 있지만 밝은 면이 훨씬 많다. 장점을 더욱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취장보단(取長補短) 지혜를 살리면 앞으로 '더 좋은 대한민국' 아니 '최고의 대한민국'이 눈 앞에 펼쳐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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