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공만 돌리다 끝난 경기였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5만1천여 명이 모인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은 한국 대표팀의 '졸전'을 겨냥한 야유로 가득 찼다. 벤치의 홍명보 감독은 고개를 돌렸고, 그라운드의 한국 선수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다. 관중석의 '붉은 악마들'은 고개를 숙였다.
한국 축구가 무기력에 빠져 2014년 브라질 대회의 실패를 번복했다. 당시 홍명보호는 알제리에 2대 4로 패하며 1무2패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대표팀 운영과 전술, 선수 선발을 둘러싼 논란이 한꺼번에 터졌다. 이날 남아공전은 2014년 그날의 데자뷔였다. 스코어보다 더 참담한 것은, 90분 내내 이기려는 투지도, 상대를 깰 전략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최악의 '졸전'...손흥민, 이재성 교체명단 '악수'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5일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월드컵 A조 3차전에서 0대 1로 졌다.
1승 2패, 조 3위로 뒤처진 한국은 다른 조 3위 팀들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마저도 같은 조 멕시코 덕분에 가능했다. 한국이 남아공과 맞붙은 시간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멕시코가 체코에 승리(3-0)했기 때문에 조 3위로라도 32강 진출을 엿볼 기회를 얻은 것이다. 만약 체코가 멕시코를 눌렀다면 한국은 조 4위로 내려앉아 조별리그에 탈락할 운명이었다.
한국은 '최약체' 남아공에 줄곧 밀렸다. 경기 전 기준으로 국제축구연맹(36계단이나 낮은 팀을 맞이해 이변을 허용하고 말았다.
손흥민이 생애 처음으로 교체 명단에 들어 팬들을 의아하게 했다. 이재성 역시 교체 명단인 상황에서 전반을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악수'였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래틱은 손흥민의 선발 제외에 대해 "충격적 소식"이라고 했다.
◆전반, 유효슈팅 '0'
스트라이커 오현규 쪽으로 공을 제대로 투입하는 상황이 거의 없었다. 공격을 시작할 때 빠른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거나 예리한 패스가 들어가 신속하게 전개되는 모습이 나오지 않은 채 공격 시 선수 숫자가 대체로 부족했다. 결국, 한국은 전반 내내 상대에 끌려가며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중계 중 "골문 앞에 볼을 받을 사람이 없다"는 지적을 시종일관했지만 이는 후반 마지막까지 개선되지 않았다.
전반을 0-0으로 맞선 홍명보호는 후반전을 시작하며 황희찬을 손흥민으로, 이태석을 옌스 카스트로프로 바꿨으나 남아공에 '해볼 만하다'는 희망을 준 대가는 결국 후반 18분 남아공의 선제 결승골로 이어졌다.
FIFA 경기 기록에 따르면 한국은 남아공에 전체 슈팅(8-13)과 유효슈팅 수(3-4) 모두 밀렸다.
25일 현재 A·B·C조만 조별리그를 마쳤다. 오는 28일 오후 12개 조의 조별리그가 모두 끝나면 각 조 3위들 중 8등까지만 와일드카드 혜택을 받아 32강에 진출한다. 이에 대해 이영표 축구해설위원은 "승점 3점과 마이너스 골득실로는 조 3위 경쟁에서 힘들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한국은 32강에 오르더라도 조 3위라서 가시밭길이다. 오는 30일 미국 보스턴에서 E조 1위가 확정된 독일 또는 7월 2일 미국 시애틀에서 G조(벨기에, 이집트, 이란, 뉴질랜드) 1위와 맞붙어야 한다.
◆이근호 "모든 면에서 한국이 졌다"
이근호 축구 해설위원은 이날 경기 관전평에 대해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패배한 경기였다. 감독의 전술, 선수 기용, 선수들의 컨디션과 의지, 태도 면에서 우리가 남아공을 앞서지 못했다"고 직격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의 가장 큰 패착에 대해선 "공격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후반 마지막 순간까지 적극적인 선수가 없었다. 전체 선수들이 뭔가 안 좋았다"면서 "이대로라면 32강에 진출하더라도 어려울 것이다. 또 32강에 어떻게 올라가느냐가 중요하다. 이 시점에서 냉정하게 이야기할 것은 해야 한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멕시코까지 날아간 한국의 붉은 악마들과 현지 교민들은 충격패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분위기다. 2차전 멕시코전에 이어 이날 남아공전을 직관한 대구FC엔젤클럽의 김동휘씨는 패배 직후 전화 통화에서 목이 메였다. 그는 "너무 화가 나서 눈물도 안 난다. 선발, 교체 명단이 이해가 안 되고, 선수들이 실수가 잦고 서로 소통이 그렇게 안 된다는 게 이해가 안됐다. 단체로 식중독이라도 걸렸냐"며 반문했다. 이어 "수만 명의 멕시코 팬들이 대한민국을 그렇게 외쳐줬는데…"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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