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돼지 여물통 정치’를 끝내야 한다-반도체 팹 입지 선정이 남긴 과제

  • 조 정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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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02 10:01  |  발행일 2026-07-02
조정 변호사·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 공동대표

조정 변호사·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 공동대표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팹(Fab) 공장을 광주·전남에 건설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당이 대기업을 압박해 이끌어낸 결과라는 이번 결정은 산업 생태계나 입지 조건에 따른 냉철한 논리가 아니라, 철저히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재단되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거대 여당은 수도권 일극주의(一極主義)에 대응한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대구·경북을 비롯한 타 지역의 시선에서 보면 이는 균형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극단적 불균형이자 차별일 뿐이다.


특정 정치 세력의 콘크리트 지지 지역을 달래고 표를 사기 위한 선심성 입지 선정은 결코 균형발전론이 될 수 없다. 이는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하고 대한민국을 쪼개놓는 '지역 균열·분열 발전론'에 불과하다. 결국 이번 사태는 오직 표 계산과 권력 유지에만 몰두하는 현 대한민국 국가운영체제의 앙상한 실상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과거 수많은 국책사업 역시 이와 같은 궤적을 밟아왔다. 중앙권력이 시혜적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지역은 그 처분만 바라보는 구조, 이는 이른바 '돼지 여물통 정치'의 연장선이자 구태의 재연이다.


국가 미래가 걸린 반도체 입지 결정을 두고 광주·전남과 충북 등 수혜 지역 단체장과 주민들이 터뜨리는 환호성이 서글프게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대로 국책사업에서 소외된 대구·경북 단체장들과 주민들의 처절한 읍소 역시 본질은 다르지 않다. 중앙이라는 권력의 주인이 여물통에 던져주는 먹이의 양에 따라 환호하고 비명을 지르는 기형적인 풍경이다. 그러나 이 소리들은 권력의 추가 이동하면 언제든 뒤바뀐다. 주인이 바뀌면 여물통에 담길 여물의 질과 양도 바뀌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구·경북이 느끼는 불만과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중앙권력의 주인이 되자'는 구호를 적고 그 깃발을 높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경험했듯 정권 교체는 일시적인 처방일 뿐이며, 권력을 잡는 순간 우리 역시 또다시 여물통 앞의 탐욕스러운 존재로 전락할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 국가 자원배분을 둘러싼 이러한 끝없는 불안과 악순환은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침몰시키는 독소다.


이제는 판을 바꿔야 한다. 중앙정부가 자원을 쥐고 흔드는 피라미드식 배분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각 지역에 독자적인 의사결정권과 그에 따르는 자치적 책임을 부여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국가운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예산과 권력을 미끼로 지역을 줄 세우는 '돼지 여물통 정치'를 끝내야 한다. 중앙의 시혜에 목매며 환호하고 절규하는 비이성적인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곳, 지역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고 자립하는 '사람이 사는 진정한 자치의 공간'으로 대한민국이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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