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9,000선을 돌파하며 장을 마감하자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태준(가명·38)·김가영(가명·37)씨. 월 300만원 초·중반의 급여를 받는 10년 차 회사원이다. 두 사람의 임금 수준은 비슷하지만 관리방식은 다르다. 이씨는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생각을 갖고 매월 80만~100만원씩 예·적금만 붓는다. 직장생활 10년 동안 모은 돈은 1억원 정도다. 반면 김씨는 2022년부터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투자로 자산을 불려야 경제적 여유'를 누릴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초기엔 실패도 했지만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을 보유 중이다. 평균 수익률은 170%로 5천만원 정도 수익을 냈다. 주식·적금 등을 합치면 약 1억7천만원의 자산을 모았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일을 해도 가난해진다'는 이른바 '신(新)근로빈곤시대'가 도래했다. 과거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이 최저임금을 받거나 일자리가 불안정한 저임금 취약계층을 의미했다면, 최근의 근로빈곤은 양상이 다르다. 대기업과 공기업, 전문직에 종사하며 남부럽지 않은 월급을 받는 이들조차 스스로를 '빈곤층'이라 자책한다. 일해서 버는 돈의 가치가 물가와 집값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다. 특히 월급만 꼬박꼬박 모아서는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주식 창을 켜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2%(184.03포인트) 상승한 7,475.94에 장을 마쳤다. 단기 조정을 받고 있지만 올해 첫 거래일(4,309.63)과 비교하면 73.47%나 증가했다. 반면 2021~2025년 대구 상용근로자의 연평균 임금 상승률은 3.9% 수준이다. 평균 임금은 매년 꾸준히 상승하지만 올해 코스피 상승률(73.47%)과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임금 상승률과 투자 수익률 사이의 격차는 우리 사회에 투자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온·오프라인을 통해 단기간 큰 수익을 낸 이른바 '수익 인증'이 퍼지면서 "투자하지 않으면 자산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인식이 전 세대에 걸쳐 확산하는 분위기다.
영남대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는 "노동소득만으로 자산을 형성하기 어려운 시대에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돈만 있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노동과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교육과 함께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균형있게 바라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