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易地思之] 장동혁을 위한 변명

  •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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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13 15:56  |  수정 2026-07-14 09:13  |  발행일 2026-07-14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지난 7월7일 국민의힘 대표 장동혁이 '잠실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에서 대통령 이재명을 향해 "재명아, 고등학생 말고 나랑 싸우자"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 논란을 만들어냈다.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장동혁은 이전에도 "이재명은 그 존재 자체로 대한민국의 재앙" 등과 같은 막말을 한 적이 있었지만, 유치한 조롱의 냄새를 강하게 풍긴 이번 막말이 준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그 충격을 "저급하기 짝이 없는 망동"(한병도), "무턱대고 시비 걸고 다니는 동네 건달이 연상되는 문구"(천준호), "국가 원수에 대한 예우를 완전히 짓밟은 이따위 짓"(박지원) 등과 같이 표현했다. 진보당의 논평도 "최소한의 품격도 없이, 천박한 인식만 날것 그대로 보여줬을 뿐"이라고 했다.


처음엔 매우 점잖은 정치인이었던 장동혁이 왜 그런 놀라운 '변신'을 한 걸까? 그의 '변신 친화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2024년 11월5일 윤석열을 추종한 친윤 정치인들이 한동훈을 당 대표직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프로젝트로 터뜨린 '당원 게시판' 사건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당시 장동혁은 이 프로젝트의 음모를 열심히 비판했다. "한동훈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끝내려고 마음먹고 달려들고 있다"는 게 그가 내린 진단이었다.


그렇게 한동훈을 적극 옹호했던 장동혁은 약 열흘 후인 12월3일 불법 계엄이 선포됐을 때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 한 명이었지만, 12·14 윤석열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이후 친윤 의원들의 '윤 어게인' 캠페인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물론 휩쓸린 게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스스로 변신한 것일 수도 있다.


12월16일 한동훈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하면서 친윤으로 돌아선 장동혁은 2025년 3월22일 탄핵 반대 집회에선 "12·3 계엄은 반국가세력에 맞서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라는 시대적 명령"이라며 계엄을 옹호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극우적 활동을 밑천 삼아 7월21일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장동혁은 8월1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세 번째 합동연설회에서 눈시울이 붉어진 모습으로 온몸을 던지는 웅변을 내뿜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감동하면서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는데, "히틀러를 보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군중의 피를 끓게 만드는 탁월한 선동가로 다시 태어난 장동혁은 '윤 어게인'을 선도하는 공격성을 보임으로써 8·26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되었다. 그는 바로 다음날 당원 게시판 문제에 대한 당무감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표의 인사권을 이용해 과격한 '윤 어게인' 인사들을 당의 요직에 앉히고 스피커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순식간에 당의 정체성을 바꿔버렸다.


장동혁은 2026년 1월 당원 게시판 사건을 빌미로 한동훈을 제명했지만, 극단적인 '윤 어게인' 노선으로 인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바닥을 치게 만들었다. 4월 보수논객 조갑제는 "장동혁 세력을 정치판에서 제거하는 것이 민주당 정권의 폭주를 견제하고 국익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며 "보수당의 조종실을 극우 컬트그룹(내란비호음모론)이 장악해 남쪽으로 가야 할 항로를 북쪽으로 돌리는데도 부조종사(의원)와 승객들(당원)이 무저항을 선택한다면, 납치된 이 여객기를 격추시켜 9·11 같은 피해를 예방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6·3 지방선거는 국민의힘의 패배로 끝났지만, 장동혁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요구를 비웃으면서 해당 행위자에 대한 징계를 통해 당의 기강을 잡겠다고 했다. 장동혁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거리를 두는 의원들은 '윤 어게인' 강성 팬덤이 보내는 '항의 문자·전화 폭탄'에 시달렸다. 이런 팬덤이 그의 믿는 구석이겠지만, 보수 언론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 그의 '아스팔트 정치'에 그 어떤 미래가 있는 걸까?


그럼에도 나는 관점을 달리해 장동혁을 위한 변명을 해보련다. 조갑제가 시사했듯이, 국민의힘의 근본 문제는 장동혁이라기보다는 '윤 어게인' 노선에 대해 무저항을 선택한 다수 의원과 당원들이다. 국민의힘을 하이재킹한 '윤 어게인' 세력은 현 한국 정당 체제의 치명적인 약점을 꿰뚫어보면서 내심 이렇게 외치고 있다. "마음에 안 들면 탈당해 봐. 삭풍이 부는 광야에서 당신들이 춥고 배고픈 걸 견딜 수 있겠어?"


정치학자 박상훈이 잘 지적했듯이, "한국 정당은 공직 진출권이라는 독점 상품으로 권리금을 받아 번성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이른바 '제왕적 당대표'의 공천권이 정당을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고 있건만, 개혁적이라는 정치인들마저 그 틀은 유지하면서 개혁해보겠답시고 내부적으로 티격태격하느라 결과적으로 정치혐오만 조장하고 있으니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공천시스템의 변화다. 지역 당원이나 주민이 선출하는 예비선거, 즉 상향식 공천제도의 도입이다. 그런데 이 제도 역시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돈이나 인맥으로 동원된 사람들과 정치적 신념을 종교화한 사람들이 예비선거에 적극 참여한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 전자보다는 자발적인 종교적 열정으로 뭉친 후자가 더 문제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예비선거 시스템이 정치적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주범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유권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그런 '참여의 불균등'을 바꿀 수 없는 한, 우리는 최선과 차선이 아니라 최악과 차악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최선과 차선이 있는가? 이런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귀중한 시간과 노력을 기존 시스템을 악용해 버티려는 사람들과 싸우는 데에 탕진해서야 되겠는가?


올해 초에 발표된 조선일보·서울대 국민의식조사에서 정당 신뢰도는 7.8%로 최하위 수준이다. 약 열흘 후에 발표된 국민권익위원회의 '2025년 부패인식도 조사'에서 우리 국민은 정당·입법 분야를 3년째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지목했다. 정당이 한국의 대표적인 불신·부패 집단이 된 현실을 바꾸는 데에 어떤 게 더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만약 장동혁과 '윤 어게인' 세력이 제왕적 당대표 제도의 폐해를 적극 드러나게 함으로써 대대적인 정당개혁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면 그들의 공로는 찬사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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