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리스트 3인 긴급진단] 대구는 투자하기 좋은 도시인가?

  •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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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14 20:11  |  수정 2026-07-14 21:21  |  발행일 2026-07-14
전문가들, 전통 제조와 첨단 기술 접목 강조
지역 모펀드 확대 및 VC 상주 조건 도입 제안
창업가들의 폐쇄적 태도와 지자체 의지 부족 지적
왼쪽부터 이재훈 에코프로파트너스 대표, 박문수 인라이트벤처스 대표, 형경진 블리스바인벤처스 대표. 사진=각 사 제공

왼쪽부터 이재훈 에코프로파트너스 대표, 박문수 인라이트벤처스 대표, 형경진 블리스바인벤처스 대표. 사진=각 사 제공

민선 9기 대구시가 국내외 대기업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투자유치단'을 별도 신설하고 사활을 걸고 있다. 앞서 민선 8기 들어서도 로봇, ABB(인공지능·블록체인·빅데이터) 등 첨단 신산업을 내세워 외부 기업 및 자본 유치에 행정력을 집중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동시에 기업 투자 유치 흐름이 지역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자금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영남일보는 대구의 전반적인 투자 유치 환경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벤처 생태계의 실질적인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지역 및 수도권의 벤처캐피탈리스트(VC)와 액셀러레이터(AC) 3명과 긴급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대구가 과연 투자하기 좋은 도시인지 들어봤다.


◆ 이재훈 에코프로파트너스 대표


"실체 없는 첨단 신산업 허상을 좇는 정책을 멈춰야 한다. 대신 오랜 기간 축적된 지역의 뿌리 기술과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이 새로운 미래 산업 분야로 체질을 개선(피보팅)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해야 한다."


이재훈 에코프로파트너스 대표는 대구시의 산업 정책 기조에 직설적인 비판을 제기했다. 현장을 모르는 유관 연구기관의 컨설팅에 의존해 수립된 정책은 어설픈 기업만 양산할 뿐, 실제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제조 인프라를 혁신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첨단 신생 기업은 없다. 대구의 자산은 오랜 기간 다져온 사출, 제어 등의 정밀 제조 기술력"이라며 "내연기관 부품사 중 의지가 있는 기업을 발굴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액추에이터, 감속기, 모터 부품이나 UAM 소재 분야로 진화하도록 R&D를 지원하는 것이 지자체의 본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VC들이 실제로 주목하는 시장의 흐름과 단가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 귀를 기울여야 지역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또 현재 벤처투자 시장 전체에 정부의 국민성장펀드 등 대규모 자금이 풀려 공급 자체는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자금이 지방 기업으로 유입되지 않는 구조적 모순을 짚었다. 대형 연기금과 은행 등 출자자(LP)의 자금이 위험 가중치가 낮은 대형 VC와 펀드로만 쏠리면서 중소형 VC와 지방 생태계는 철저히 외면받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고착됐다. 특히 수천억 원의 자금력을 갖추고 대구·경북 지역에 상주하며 유망 기업을 발굴하는 앵커 VC가 없다는 점이 치명적이라는 것이 이 대표의 분석이다. 서울에 베이스캠프를 둔 대형 VC들은 지역의 세부 사정을 알지 못해 이미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대형 기업에만 중복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창업가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대표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에만 안주하지 말고, 양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제조기업과의 협업 구조를 구축하고 철저하게 시장에서 통용되는 단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승전 단가' 중심의 본질에 충실해야 회수 가능한 우량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박문수 인라이트벤처스 대표


"지자체 리더십의 의지 부족으로 지난 4년간 대구의 벤처펀드 조성이 타 지자체 대비 정량적으로 크게 부족했다. 외부 자금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의무 투자 조건을 갖춘 모펀드 확대와 VC 상주 인력 인센티브 제도가 시급하다."


대구의 대표적인 지역 거점 VC인 박문수 인라이트벤처스 대표는 펀드 공급의 절대적 부족을 가장 먼저 지적했다. 최근 전북 등 타 지자체가 공격적으로 펀드를 조성하며 스타트업을 끌어들이는 반면, 대구는 상대적으로 벤처 펀드 활성화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최근 대구·경북 지역 모펀드가 약 1천300억 원 규모로 조성되면서 내년부터 자금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그간의 공백으로 인한 현장의 타격은 구체적이라는 것.


박 대표는 "수도권 VC 자금을 대구로 끌어들이는 유일한 경제적 유인책은 결국 지자체가 출자하는 펀드"라고 단언했다. 펀드가 활발하게 만들어져야 의무 투자 비율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수도권 심사역들이 지역으로 내려온다는 논리다. 그는 "지역 모펀드 출자 사업 시 자펀드를 운영할 VC 평가 항목에 '지역 상주 인력 보유 여부'를 강력한 조건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력이 실제로 지역에 머물러야 스타트업과의 실질적인 교류와 밀착 멘토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산업 구조 측면에서 박 대표는 로봇과 AI 등 전문성을 가진 스타트업 생태계가 원천적으로 조성돼야 기존 전통 제조업과의 기술 접합 및 확실한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보았다. 아울러 지역 스타트업 대표들의 보수적인 성향과 경영권 방어 집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박 대표는 "지역 창업가들은 벤처캐피탈을 단순한 은행 자금 대출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 지분 희석이나 경영 간섭을 과도하게 경계한다"며 "단순 자금 수혈을 넘어 VC가 가진 네트워크와 밸류업 노하우를 결합해 기업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열린 태도를 가질 때 유니콘 기업으로의 도약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 형경진 블리스바인벤처스 대표


"수도권 눈높이에서 바라본 대구의 바이오, 플랫폼 등 신산업 매력도는 현저히 떨어지며, 대구 스타트업들은 지역 내 '우물 안 개구리'식 안분지족 태도에서 벗어나 초기 기획 단계부터 철저하게 전국 및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기준으로 경쟁해야 한다"


서울 소재 AC 형경진 블리스바인벤처스 대표는 수도권 투자사들의 냉정한 시각을 전했다. 대구시가 신산업을 지향하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나, 서울 대비 매력적인 유망 기업의 모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중심의 딥테크 기업은 구미, 경산 등 경북 위성도시에 숨어 있는 반면, 대구 시내 성서공단 등은 오래된 2·3차 벤더 중심의 전통 중소기업 구조에 머물러 있어 대도시 특유의 신산업 경쟁력이 약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 C랩 아웃사이드 등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보육 인프라가 작동하면서 타 지역에서 대구로 본사를 이전하는 긍정적인 사례가 발생하는 등 지난 10년간 스타트업의 발표력과 외형적 수준은 크게 상향 평준화됐다고 봤다. 형 대표가 꼽은 진짜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의 규모와 창업가의 폐쇄적 태도다.


형 대표는 "지방 스타트업은 지역 내에서 상을 받거나 대학 및 지자체의 우대를 받다 보니 스스로 상위 그룹에 속한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며 "이로 인해 후속 투자를 받기 위한 수도권 VC의 쓴소리나 피드백을 수용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성향이 종종 나타난다"고 비판했다. 서울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 환경 탓에 70~80%가 투자사의 멘토링을 적극 수용하는 반면, 지방은 극소수만 수용한다는 현장의 증언이다. 그는 대구의 창업가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비즈니스 모델을 아기자기하게 그리는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유림테크의 독특한 사출 기술 혁신 사례처럼 전통 제조에 첨단기술을 입혀 2세대 혁신 벤더로 진화하는 글로벌 기준의 과감한 설계를 시작해야 자금이 스스로 찾아온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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