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브랜드’로 대구 정체성 새로 쓴다…도시 브랜딩 실험 대백(大百)

  • 조현희
  • |
  • 입력 2026-07-21 17:04  |  수정 2026-07-21 17:28  |  발행일 2026-07-21
130여개 지역 스몰브랜드 실패담
도시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활용
26일까지 북성로 오픈대구서 전시
오픈대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 대백(大百): 대구 100대 스몰브랜드의 등장. 스마트폰을 이용해 미션을 수행하며 관람할 수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오픈대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 '대백(大百): 대구 100대 스몰브랜드의 등장'. 스마트폰을 이용해 미션을 수행하며 관람할 수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강호에 입문한 것을 환영하오." 지난 14일 대구 중구 복합문화공간 '오픈대구' 지하 1층. 입구에 들어서자 무협지에서 튀어나온 듯한 안내문이 관람객을 맞았다. 화면 속 캐릭터를 따라 양손을 모으는 '포권례'를 취하고,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해 캐릭터를 생성하니 전시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전시는 하나의 게임 같았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공간을 오가며 스마트폰을 이용해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게임 속 퀘스트를 수행하듯 미션에 참여하니 대구의 '스몰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다. '비급(祕笈)'이라 이름 붙인 브랜드 기록서를 하나씩 모을 때마다 각 브랜드의 소개가 화면에 펼쳐졌다.


전시명은 '대백(大百): 대구 100대 스몰브랜드의 등장'. 지역 130여개 스몰브랜드의 이야기를 한데 모은 특별 기획전이다. 대구를 무협 세계관 속 '강호(江湖)'로 재해석하고, 각 브랜드를 무공을 갈고닦아온 '신진 고수'로 내세웠다. 친숙한 콘셉트를 빌려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보다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는 대구시 지원 아래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소셜 프로젝트팀 '프로젝트 비주류', 브랜딩·디자인 스튜디오 '아이디어두잇'이 공동 기획했다. 기획자와 마케터, 디자이너, 웹개발자, 콘텐츠 제작자, 인플루언서, 독립출판사 대표 등이 머리를 맞댔다.


대구 스몰브랜드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전시 대백(大百): 대구 100대 스몰브랜드의 등장. 130여개의 브랜드가 진솔한 실패담을 공유한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대구 스몰브랜드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전시 '대백(大百): 대구 100대 스몰브랜드의 등장'. 130여개의 브랜드가 진솔한 실패담을 공유한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일반적인 예술 전시는 아니다. 단순한 홍보 행사는 더더욱 아니다. 전시의 핵심은 '실패담'이다. 유명해진 결과보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겪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기록한다. 과정 중심의 서사에 초점을 맞췄다. 카페, 독립서점, 음식점, 소품숍, 뮤직펍 등 대구 곳곳에서 단단한 팬덤과 철학을 구축하며 도시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스몰브랜드가 각자의 전시물을 통해 진솔한 실패담을 공유한다.


기획진이 스몰브랜드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프로젝트 비주류 측은 "'스몰브랜드는 대구'라는 새로운 도시 정체성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기존 대구의 도시 브랜딩이 근대 유산에 국한돼 있어 젊은 세대 공감에 한계가 있으며, 지속가능하고 확장가능한 새로운 도시 서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 대안으로 지역의 창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스몰브랜드들을 모아 '도시 차원의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활용하자는 것이다.


전시 대백(大百): 대구 100대 스몰브랜드의 등장이 열리는 오픈대구 외관. 영남여자고등기술학교, 경북문인협회 사무실로 사용된 건물로 현재는 대구시가 매입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전시 '대백(大百): 대구 100대 스몰브랜드의 등장'이 열리는 오픈대구 외관. 영남여자고등기술학교, 경북문인협회 사무실로 사용된 건물로 현재는 대구시가 매입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오픈대구라는 공간도 의미를 더한다. 현재는 대구시가 매입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한때 대구 최초의 여성 고등기술교육기관인 영남여자고등기술학교, 경북문인협회 사무실로 사용된 건물이다. 성장의 공간, 기록의 공간이라는 상징성이 전시의 목적과 연관된다.


프로젝트 비주류의 이창수 유락 대표는 "외지인들이 대구를 들으면 '스몰브랜드의 도시'를 떠올리고 이 지역에 발걸음하게 하고 싶었다"며 "앞으로는 '대백'이라는 IP를 더 발전시켜 대구만의 특색 있는 행사로 키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낯선 전시임에도 관람객들의 반응은 빠르게 이어졌다. 전시 첫날인 4일 하루 동안 300명이 넘게 방문했다. 관람객 투표를 통해 선정된 100개 브랜드는 추후 발간될 '대백북 2026'에 기록된다. 책은 스몰브랜드들의 성장 과정과 노하우를 담는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다.



기자 이미지

조현희

문화팀 조현희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생활/문화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