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오른쪽 첫째) 대구시장이 대구 수성구 팔현빗물펌프장 유수지 주차장 진입로에서 차량 이동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시는 우수기 동안 전면 통제했던 이곳 주차장 130면을 기상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대구시 제공>
비가 잦은 5~10월이면 굳게 닫혔던 대구 수성구 팔현빗물펌프장 유수지 주차장이 시민들에게 다시 열린다. 안전을 이유로 우수기 내내 출입을 막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상 상황에 따라 130면의 주차 공간을 탄력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하루 평균 1천여명이 찾는 팔현파크골프장의 고질적인 주차난에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번 조치는 선거 기간 현장에서 제기된 민원이 취임 후 정책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25일 팔현파크골프장을 찾아 "선거운동을 하며 이곳에 올 때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주차 문제였다"며 "유수지 주차장을 왜 열지 못하는지 다시 들여다보니 시민의 눈높이에서는 막아둘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팔현빗물펌프장 유수지는 집중호우 때 빗물을 일시적으로 가둬 도심 침수를 막는 방재시설이다. 평상시에는 주차장으로 활용됐지만, 대구시는 그동안 5월부터 10월까지 안전사고 우려를 들어 전면 폐쇄해 왔다. 이 때문에 파크골프장 이용객들은 주변 도로와 멀리 떨어진 공간에 차를 세워야 했고, 불법 주정차와 보행 안전 문제도 끊이지 않았다.
추 시장은 전면 통제와 상시 개방 가운데 하나만 택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안전과 편의를 함께 확보할 방안을 주문했다. 이후 대구시와 수성구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 호우 예보와 금호강 수위, 강수량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주차장 출입을 조정하는 운영 기준을 마련했다.
호우·홍수특보가 내려지면 주차장을 즉시 폐쇄하고 차량을 내보낸다. 많은 비가 예보된 때에는 사전 통제에 들어간다. 기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한편, 관계 기관 간 비상 연락망과 차량 대피 절차도 새로 정비했다.
당초 대구시와 수성구는 주차장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추 시장은 현장에서 주차장 개장시간을 당초 오전 9시보다 당겨달라는 건의를 받고 "운동하러 오는 시민들은 오전 9시 이전부터 도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시민 입장에서 운영 시간을 8시로 즉시 당길 것"을 지시했다.
특히 추 시장은 "행정 편의에 맞춰 시간을 정할 게 아니라 실제 이용하는 시민의 생활에 맞춰야 한다"고 했다.
25일 대구 수성구 팔현파크골프장에서 대구시·수성구 관계자와 파크골프 동호인들이 유수지 주차장 연중 탄력 개방을 환영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현장을 찾은 이용객들은 오랜 숙원이 풀렸다며 반겼다. 전재식 수성구파크골프협회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행정의 문턱을 낮춰 주차 문제를 해결해 줬다"며 "회원들도 기상 악화 때 차량 이동과 출입 통제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주차장 개방에는 이용자들의 책임도 뒤따른다. 야간에는 차량을 주차하지 않아야 하며, 국지성 집중호우 등 기상이 급변하면 현장 안내에 따라 즉시 차를 옮겨야 한다. 대구시와 수성구는 주차 차량 때문에 유수지 본연의 방재 기능이 지장을 받지 않도록 현장 관리 인력과 통제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추 시장은 주차장과 파크골프장을 둘러본 뒤 팔현빗물펌프장으로 이동해 배수펌프와 주요 방재설비의 가동 상태도 점검했다. 집중호우 때 펌프가 즉시 작동할 수 있도록 사전 점검과 시설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추 시장은 "주민의 생활 편의를 높이는 일과 생명·안전을 지키는 일은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지가 아니다"며 "현장의 불편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빈틈없는 방재 체계를 갖추는 행정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안전을 이유로 문을 닫는 데 머물렀던 행정이 위험을 관리하며 시민 공간을 돌려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팔현 유수지 주차장 개방은 작은 생활 민원이라도 현장에서 답을 찾으면 정책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사례로 평가된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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