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時時刻刻)] 한류를 넘어 K-푸드, 대구·경북의 맛을 세계로

  • 전춘우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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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17 18:34  |  발행일 2026-08-18
전춘우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

전춘우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

8월의 대구는 뜨겁다. 무더위에 매콤한 음식이 끌리는 계절이다. 떡볶이와 찜갈비, 불닭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혀끝의 자극만은 아니다. 한국인에게 매운맛은 스트레스를 풀고 활력을 되찾는 문화적 힘이다. 33년간 해외 통상 현장에서 일하며 우리 음식이 국경을 넘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10여 년 전만 해도 중남미에서 우리 식품기업과 현지 바이어의 상담을 주선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식은 교민이 주로 찾는 음식이었고, 현지 유통망 진입은 높은 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태국에서는 치킨, 떡볶이, 안동찜닭 프랜차이즈에 현지인들이 줄을 서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라면과 김밥, 만두는 익숙한 식품이 됐다. K-푸드는 이제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문화'를 수출하는 산업이다. 소비자는 음식만이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 SNS가 만든 스토리와 경험을 함께 소비한다.


수출 지형도 달라졌다. 과거 신선 농산물 중심이었던 수출 품목은 이제 라면·김치·간편식·음료는 물론 외식 프랜차이즈까지 세계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식당이 늘수록 식재료 수출도 늘고 있다. 성공의 비결은 한류만이 아니다. 현지화와 기술 혁신이 뒷받침됐다. 육류 검역 장벽을 식물성 대체육으로 극복하고, 급속 냉동기술로 본연의 식감을 보존한 김밥은 미국 대형 유통망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장류 기업들도 글루텐프리 고추장과 현지 맞춤형 양념을 선보이며 해외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제 해외 소비자는 한국 음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식문화와 건강 기준에 맞는 K-푸드를 선택한다.


해외 시장은 맛만으로 열리지 않는다. 미국 FDA 규정, 유럽의 식품안전 기준, 할랄 인증 등 까다로운 비관세 장벽을 넘어야 한다. 세계 시장에서 맛이 주관적이라면 인증은 객관적인 신뢰다. 바이어를 직접 대면하는 전시회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수출 마케팅 플랫폼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바이어를 먼저 발굴하고 전시회에서 계약을 맺는 온·오프라인 병행 전략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대구·경북에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사과와 포도 같은 농산물은 물론 대구 10미를 비롯한 다양한 식품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지역의 맛에 스토리를 입히고, 건강과 친환경이라는 세계 소비자의 언어로 다시 해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만으로 부족하다. 제품 개발부터 인증·마케팅·전시회·콜드체인 물류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수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구와 경북에 흩어져 있는 농수산식품 관련 전시회를 통합 개최하여 강력한 '수출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지역 농식품의 글로벌 물류 경쟁력의 기반이 될 것이다.


한류의 성장세를 지속 가능한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가야 한다. K-푸드의 세계화는 단순히 식품을 더 파는 일이 아니라 지역 농업과 식품산업, 관광과 물류가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언젠가 해외 어느 도시의 마트에서 대구의 납작만두와 경북의 사과주스, 지역 기업이 만든 간편식을 자연스럽게 만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그날이야말로 대구·경북이 '맛의 고장'을 넘어 세계인의 식탁에 자리 잡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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