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경북 식품한류산업이 흥하려면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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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23 16:41  |  발행일 2026-08-24
이창호 경북본사 본부장

이창호 경북본사 본부장

식품한류산업국. 경북도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새롭게 꾸린 국(局)이다. 이름에 '한류'를 붙인 것부터 범상치 않다. 먹을거리를 생산·유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공·기술·브랜드·관광·수출까지 엮어 세계시장을 겨냥하겠다는 뜻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의지가 반영된 조직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K-푸드를 경북의 미래 성장산업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했다. 취임사에서도 "5차산업 시대엔 먹고 놀고 즐기는 산업이 대세가 될 것이다. 이 일을 잘할 수 있는 곳은 경북"이라고 했다. 식품한류산업국 신설은 그 구상을 행정조직으로 옮긴 첫걸음인 셈이다.


경북의 식품산업 기반은 결코 빈약하지 않다. 도내 농식품 제조·가공업체가 2천600여 곳, 관련 산업 규모는 4조원을 웃돈다. 쌀을 비롯해 사과·포도·참외·마늘·한우 등 전국적인 경쟁력을 갖춘 농축산물이 널려 있다. 안동소주 등 전통주와 장류·종가음식 같은 식문화 자산도 두텁다. 그런데도 경북을 대표하는 글로벌 식품이나 브랜드, 기업을 꼽으라면 쉽게 떠오르는 이름이 많지 않다. 자원은 풍부한데 세계시장에서의 존재감은 그에 못 미친다. 식품한류산업국이 메워야 할 간극이 바로 여기에 있다.


경북 구미의 '구미 농식품기업협의체'는 그런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현장이다. 2024년 지역 식품 기업 대표들이 스스로 판로와 수출을 모색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그 해 일부 회원사는 괌·사이판 호텔·리조트 10여 곳에 마카롱·떡볶이·주꾸미 제품 등을 수출했다. 더 인상적인 것은 출발점이다. 이들은 지자체 보조금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시장을 뚫고 자생력을 키우는 데 방점을 찍었다. 구미시 역시 보조금을 쥐여주기보다 김장호 시장 등이 현지를 찾아 기업의 신뢰를 보증하고 판로를 여는 데 도움을 줬다. 이후 구미 식품의 퀄러티가 입소문을 타면서 판로는 동남아로 넓어졌다.


이 협의체는 식품한류산업국이 초기에 가장 먼저 손잡아야 할 전략적 파트너 가운데 하나다. 이미 기업끼리 힘을 합쳐 해외시장에 도전했고, 시행착오와 성공을 함께 겪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행정이 설계하고 민간을 끌어들이는 방식보다, 현장에서 먼저 움직인 기업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끌어올리는 편이 훨씬 빠르고 실용적이다. 이런 자생적 플랫폼이 다른 시·군으로도 전파돼 지역별 식품기업 협의체와 식품한류산업국이 수시로 머리를 맞대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 민간의 실행력과 행정의 지원 역량이 맞물릴 때 산업 생태계는 힘을 얻는다.


경북도 식품한류산업국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주문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철저한 '기업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이는 공공성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지역 중소식품기업의 눈으로 시장을 보고, 기업이 실제 성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라는 뜻이다. 보조금을 넓게 나눠주는 방식만으로는 세계시장에서 통할 기업을 만들기 어렵다. 창업기업에는 시제품과 디자인을, 내수 성장기업에는 자동화와 유통망을, 수출 준비기업에는 해외 인증과 바이어 발굴을, 수출 선도기업에는 글로벌 물류를 붙여주는 성장단계별 지원이 필요하다. 동시에 연구개발·품질관리·디자인·해외영업 등 지역 청년이 일할 양질의 일자리도 늘려야 한다. 훗날 식품한류산업국을 평가할 잣대도 명확하다. '세계시장에 진출한 경북 식품기업이 얼마나 늘었는가' '수출과 재주문이 얼마나 늘었는가' '지역 농산물 구매와 청년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가'다. 이를 위해선 구광모 식품한류산업국장부터 국내외 바이어, 투자자를 직접 만나 판로를 여는 '경북 푸드 세일즈맨'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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