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라면도시 구미, 3일만 끓어서는 안 된다

  •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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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26 22:13  |  발행일 2026-08-27
박용기 기자 <사회3팀>

박용기 기자 <사회3팀>

지난 주말 다녀온 서울 성수동에서 구미 라면축제의 다음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을 만났다. 농심이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11월까지 문을 여는 '신라면 분식' 팝업이다. 이곳에서는 매주 공장에서 직송한 '갓 만든 라면'을 살 수 있다. 2층에서는 신라면·너구리 가운데 하나를 고른 뒤 면의 굵기와 토핑을 직접 선택해 자신만의 컵라면을 만들 수 있다. 사진을 붙여 포장을 완성하고 전용 홀더에 넣으면 작은 가방처럼 메고 갈 수도 있다. 라면 한 개가 먹거리와 놀이, 기념품이 되는 공간이다.


구미가 떠올랐다. 구미에는 농심 공장이 있고 해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라면축제가 열린다. 지난해에는 35만명이 몰렸고 갓 튀긴 라면 48만개가 사흘 만에 팔렸다. 그런데 평범한 날 구미를 찾은 관광객이 '갓 튀긴 라면은 어디서 살 수 있느냐'고 물으면 선뜻 답을 내놓지 못한다. 제품 상태로 사갈 수 있는 판매점이 없기 때문이다. 구미역 앞 한 분식점에서 끓여 파는 라면을 맛보거나 11월 축제 사흘을 기다려야 한다.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축제가 끝나면 판매 창구가 사라지는 것이다.


기존 농심 공장에 최근 오뚜기라면의 2천억원 신규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구미는 K-라면 생산거점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축제와 관광 콘텐츠도 이 변화에 맞춰야 한다. 구미문화로 자율상권활성화 사업(2026~2030년)에 농심 팝업스토어가 담겼지만, 오뚜기라면 투자까지 결정된 만큼 기존 계획도 복수의 라면기업과 지역 상인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오는 11월 라면축제를 성수동형 팝업의 시험 무대로 삼아 보자. 문화로 빈 점포에 축제 전에 문을 열고 이후 수개월간 운영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농심은 갓 튀긴 라면 판매와 나만의 컵라면 만들기, 수출용 제품 체험을 직접 운영하고 오뚜기에도 투자 계획과 제품을 알릴 참여 공간을 열어주면 된다. 지역 농산물 토핑과 구미 음식점 메뉴까지 연결하면 관광객의 소비도 주변 상권으로 퍼질 수 있다.


운영비와 인력, 상품과 체험콘텐츠는 참여 기업이 맡고 구미시는 공간과 행정 절차, 지역상권 연계를 지원하면 된다. 그래야 기업 홍보에 머물지 않고 산업과 축제, 관광이 함께 성장하는 도시 플랫폼이 된다.


구미에는 농심공장이 있고 오뚜기라면의 새 공장도 들어온다. 하지만 라면을 재미있게 경험하고 갓 만든 라면을 손쉽게 살 수 있는 곳이 다른 곳이라면 구미의 '라면도시' 구상은 생산과 축제에만 머물 수밖에 없다. 축제기간 사흘만 팔팔 끓고 나머지 362일이 식어 있어서는 안 된다. 올해 구미라면축제가 일회성 흥행을 넘어 관광객이 1년 내내 찾아오는 라면도시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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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

경북부에서 구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용기 있게 묻고, 진실하게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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