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기 대구시체육회장
스포츠에는 국경이 없다. 언어와 피부색이 달라도 경기장에서는 같은 규칙 아래 실력을 겨루고, 경기가 끝나면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 승패를 넘어 우정과 존중, 평화라는 스포츠의 가치를 가장 순수하게 보여주는 무대가 '국제청소년스포츠축제(ICG·International Children's Games)'다.
국제청소년스포츠축제는 세계 청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 교류하고 성장하는 국제 종합스포츠대회다. 1968년 슬로베니아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동계와 하계대회로 나뉘어 매년 열리고 있다. 육상과 수영 등을 중심으로 7~10개 종목이 운영되며, 만 12~15세 청소년들이 참가한다. 정치·종교·인종을 넘어 스포츠를 통해 세계 청소년들의 우정과 평화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올림픽 정신을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실천하는 대회라 할 수 있다. 올해 대회는 지난 8월 대만 화롄시에서 열렸다. 대구에서는 육상·양궁·축구 등 3개 종목에 선수와 임원 25명이 참가해 금메달 1개와 동메달 4개를 획득했다. 메달의 숫자만으로 이번 대회의 성과를 평가할 수는 없다. 어린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시험하고, 다른 나라 청소년들과 만나 문화를 경험하며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혔다는 것 자체가 값진 성과이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국제대회를 경험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성인 선수에게 국제대회가 경기력을 증명하는 무대라면, 청소년에게는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성장의 무대다. 낯선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고 처음 만난 외국 친구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배우게 된다. 승리의 기쁨뿐 아니라 패배의 아픔 역시 훗날 더 큰 성장을 위한 소중한 경험이 된다.
대구는 이 대회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2012년과 2023년 두 차례 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2023년에는 세계 26개국 62개 도시에서 2천500여 명이 참가해 대구를 국제적인 스포츠도시로 또 한번 알리는 계기가 됐다. 세계 청소년들이 대구를 방문해 경기를 펼치고 도시의 문화와 일상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국제스포츠행사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이제 국제청소년스포츠축제를 단순히 대회를 유치하고 개최하는 행사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대회에서 만들어진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지속적인 교류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참가했던 청소년들이 성장한 뒤에도 대구를 기억하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대구시와 체육회, 교육청, 종목단체 등이 지속적인 교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국제무대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제대회 참가 경험은 경기력 향상뿐 아니라 자신감과 책임감, 도전정신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특정 종목이나 일부 선수에게 기회가 집중되지 않도록 다양한 종목의 청소년들이 국제교류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야 한다.
스포츠도시의 경쟁력은 경기장과 체육시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많은 꿈과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 꿈을 세계와 연결해 줄 수 있느냐가 진정한 경쟁력이다. 국제청소년스포츠축제는 대구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기반이다. 이번 화롄대회에서 대구 선수단이 거둔 금메달 1개와 동메달 4개는 단순한 메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세계를 향해 도전한 청소년들의 값진 성취이며, 스포츠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대구의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경기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갈리지만, 스포츠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친구가 된다면 모두가 승자다. 국제청소년스포츠축제가 앞으로도 청소년들에게 꿈과 우정, 평화의 가치를 심어주는 세계적인 무대로 자리매김하고, 대구 역시 청소년의 꿈을 세계로 연결하는 스포츠도시로 더욱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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