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만난 사람] “우리 옷의 형태와 색 후대에 전하길”…권오창이 들려준 ‘백진복도’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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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06 17:11  |  수정 2026-09-07 09:27  |  발행일 2026-09-06
지난 3일 국립대구박물관 특별전 연계 특강
박물관 유물 조사·모델 선정 등 20여 년간의 작업 소개
권오창 화백이 지난 3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 옷을 그리다: 권오창 화백 기증 복식인물화 연계 특강에서 백진복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권혁준 기자

권오창 화백이 지난 3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 옷을 그리다: 권오창 화백 기증 복식인물화' 연계 특강에서 '백진복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권혁준 기자

"박물관에 전시된 옷에 생명을 불어넣어, 수백 년 전 그 옷을 입었던 어린이를 살아 있는 모습으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전통 복식과 역사 속 인물을 화폭에 되살려온 동강 권오창 화백이 대표작 '백진복도(百珍服圖)'의 제작 과정을 직접 들려줬다.


권 화백은 지난 3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우리 옷을 그리다: 권오창 화백 기증 복식인물화' 연계 특강에서 유물 조사부터 모델 선정, 초본 배치에 이르는 20여 년간의 작업을 소개했다.


권 화백은 '백진복도'가 '백 가지 진귀한 옷을 그린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서로 다른 전통 복식을 갖춰 입은 어린이 69명을 한 화면에 담은 작품으로, 2001년부터 제작한 어린이 복식화들을 디지털화해 2021년 병풍 형태로 완성했다.


출발점은 개별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권 화백은 "어린이 복식을 한 점 한 점 그렸지만, 너무 평범하고 단순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아이들이 보고 깜짝 놀랄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들의 조언도 작품의 방향을 바꿨다. 그는 "아들이 '좀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작품으로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줬고, 그때부터 상당히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권 화백은 어린이 복식화 초본들을 작업실 세 면의 벽에 붙여놓고 위치를 수없이 바꿨다. 왕실 어린이를 중심에 두고 나머지 인물은 몸짓과 시선, 표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배치했다. 그는 "일렬로 세우면 한 사람 한 사람은 잘 보이겠지만 내 생각과 달랐다"며 "한눈에 들어오는 구도를 만들기 위해 초본을 떼었다 붙이기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복식 고증에도 공을 들였다.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과 이화여대·숙명여대 박물관 등을 찾아 저고리와 색동두루마기, 장신구와 머리쓰개의 형태와 착용법을 살폈다. 특별전이나 유물 공개 소식이 들리면 직접 찾아가 색과 문양, 옷의 선과 주름을 확인했다.


그는 "당시에는 유물을 직접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어떤 옷을 받쳐 입고, 어떤 장식을 하고, 머리에는 무엇을 쓰는지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림 속 생동감은 아이들의 실제 몸짓에서 얻었다. 명절과 한복 패션쇼 현장에서 아이들을 촬영하고 가족과 지인의 자녀에게 재현 복식을 입혀 사진을 남겼다. 다만 모델의 얼굴은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권 화백은 "초상화는 닮게 그려야 하지만 어린이 복식화에서는 특정 아이를 그대로 그릴 수 없었다"며 "닮지 않게 그리면서도 옷과 나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얼굴을 만드는 일이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같은 복식을 입은 아이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함께 그린 것도 특징이다.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 댕기와 머리 모양, 옷 뒤편의 자수와 문양까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는 "복온공주 활옷은 문양과 디자인, 미적 감각이 탁월한 우리나라 최고의 활옷"이라며 "재현 복식을 중학생 모델에게 입혀 화관의 위치와 옷의 주름까지 살폈다"고 말했다.


권 화백은 섬유 유물은 시간이 흐르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복식의 형태와 색을 후대에 전하는 기록으로서 그림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옛말에 종이는 천 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 년을 간다는 말이 있다"며 "지금처럼 박물관의 보존 환경이 잘돼 있으면 이 그림도 잘 보관해 오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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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권혁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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