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202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됐다. 2027학년도 입시는 그 어느때보다 재학생의 부담이 큰 대입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달서구 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고3 수험생 김수진(가명·18·유천동)양은 최근 불안이 더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자신의 미래설계 출발점인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고3의 이같은 심리는 어쩌면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 고3과는 체감 및 압박강도가 많이 달랐다.
김 양은 "가족들을 제외하고 주변에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해야 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며 "불안해서 요즘 문제를 많이 푸는데 당최 집중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고3들의 불안감은 단순히 수능시험을 앞둔 긴장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교육과정과 수능 체제의 변경 시점이 맞물려 N수생까지 폭발적으로 늘면서 '올해 반드시 입시를 끝내야 한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설상가상 내신등급 체계 변화와 지방국립대 등록금 제로 이슈까지 막판에 불거지면서 올해 고3에겐 그야말로 교육발 복합위기가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퍼펙트 스톰'이 일고 있다.
◆2027학년도 마지막 선택형 수능, 내신 9등급제도 마지막
2027학년도 대입은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현행 수능 체제'가 적용되는 마지막 시험이다. 2028학년도부터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대입을 준비해야 한다.
가장 큰 변화는 수능이다. 현재 수능은 국어와 수학에서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을 치른다. 탐구는 사회·과학 영역에서 학생이 과목을 선택한다. 하지만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국어·수학·탐구 영역의 선택과목이 폐지되는 '통합형 수능'으로 바뀐다.
내신 평가 방식도 달라진다. 현재 고3이 적용받는 고교 내신은 9등급제다. 2028학년도부터 5등급 체제가 적용된다. 올해 고3이 재수를 선택할 경우, 수능 선택과목 체계와 학교 내신 평가 방식이 모두 달라지는 셈이다.
2028학년도부터 일부 대학은 '재학생 중심'으로 교과전형 지원 자격을 바꾼다. 지원할 수 있는 전형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고3에겐 큰 부담이다.
대구시교육청 중등교육과 배종열 진로진학담당 장학관은 입시 체제 변화가 고3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배 장학관은 "교육과정 개편으로 이른바 '고3 현역'들은 올해 배수의 진을 치고 꼭 어디에 합격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적지 않은 것 같다"며 "수시도 조금은 안정적으로 쓰려고 하고 예년보다 불안해하는 게 상담 과정 등에서 많이 느껴진다"고 했다.
2027학년도 대학입시 재학생, 졸업생 비율. 그래프=종로학원 자료를 바탕으로 AI 클로드
◆N수생 경쟁, 9월 모평에서 '내 위치' 확인한 고3
N수생 대거 유입도 재학생들을 좌불안석하게 한다. N수생 역시 현행 수능제도가 마지막이라고 판단, 올해 수능에 적극 뛰어들 태세다.
8일 종로학원 분석 결과, 전국적으로 N수생으로 추정되는 수능 응시생은 19만6천473명(졸업생 17만3천706명·검정고시 2만2천767명)에 이른다. 2004년 19만8천25명을 기록한 이후 최근 23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상위권 N수생이 유입되면서 중상위권 학생들의 상대적인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배 장학관은 "올해 현역들은 '수능 최저를 맞출 수 있을까'라는 부담도 토로한다"며 "재수를 고려하기보다 수시에 가능한 한 안정적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9월 모의평가를 거치면서 현역들 불안은 더 커졌다. 송원학원 장대호 진학실장은 "9월 모평 때 이전 모의고사와 비슷한 점수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등급이 떨어진 고3들이 많다"며 "과학탐구에서 학생들이 받은 충격이 컸을 것"이라고 했다.
7월까지 N수생이 빠진 모의고사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을 받았던 학생들이 9월 모평에서 실제 경쟁 구도를 체감했다는 것이다.
장 실장은 "이전 모의고사와 비슷한 점수를 받았는데도 9월 모평 때 등급이 떨어지니 더 불안해진 것"이라며 "9월 모평을 기준으로 보통 수시 원서를 쓰는데 그 기준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코로나 때 중학생이던 고3, 달라진 '공부 방식'
올해 고3이 겪는 또 다른 불안은 코로나19가 교육현장을 덮쳤던 시기에 중학생이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학업 수준을 떨어뜨렸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당시 형성된 학습 방식이나 공부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실장은 "현 고3은 중학생 시기 코로나 상황에 따라 수시로 2주~한 달씩 집에 있던 세대"라며 "'엉덩이의 힘'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에 가지 않다 보니 오랜 시간 수업을 듣고 교사와 상호작용하며 공부하기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골라 혼자 공부하는 방식에 익숙해졌다는 것. 학교 수업을 충실히 듣고 부족한 과목을 찾기보다 인터넷강의를 중심으로 스스로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문제를 많이 푸는 것 자체를 공부량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장 실장 견해다.
그는 "문제를 풀고 정확하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되는데 그냥 문제만 풀고 있다"며 "애들 표현으로 '양치기'를 하는데, 문제를 많이 풀면 '내가 공부 많이 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수도권 중위권 vs 거점국립대' 구도 바뀌나
지방 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도 새 변수로 떠올랐다.
국립대 등록금 전면 무료를 가정하면 단순히 '국립대 입결이 오른다'는 것 이상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경북대·충남대·전남대 등 거점국립대의 지원 매력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학문당학원 차상로 연구소장은 중상위권 학생들의 학교 선택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했다.
차 소장은 "중상위권 학생들이 수도권 중위권 대학(인 서울대)과 지역 거점국립대 사이에서 거점국립대를 선택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수도권 중위권 대학과 거점국립대 사이의 경쟁에서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경북대 등 거점국립대로의 쏠림이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거점국립대를 목표로 하는 고3은 향후 지원 전략을 세우는 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수시에서 하향 지원했다가 합격하면 이후 정시 지원에 제약이 생긴다. 결국 국립대 등록금 지원이 실제 합격선과 지원전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고민해야 한다. 여러모로 2027년 대입은 고3들에게 큰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불안감이 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조언한다. 장 실장은 "공부량을 무작정 늘리는 게 아니라 자기 약점을 정확히 확인하고 보완하는 게 중요하다"며 "주위에 휘둘리지 말고 오답노트를 통해 부족 부분을 정확히 파악해야 불안감은 줄고 자신감은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목
대구경북 대학과 보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기사를 작성하는데 집중하고 한번쯤 생각날수 있는 기사를 추구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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