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근 대경테크노 대표가 자동차 전원계통에 쓰이는 새 부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용기 기자
테이프를 감는 공정 하나를 없애는 데 4년이 걸렸다. 자동차 전원계통에 쓰이는 부품이 조립 후 분리되지 않도록 결합구조를 바꾸는 일이었다. 구미시 제4공단에 위치한 대경테크노 곽현근 대표는 이 신제품을 설명하며 2030년 매출 3천억원이라는 목표를 꺼내들었다. 반세기 동안 금형·프레스 등 뿌리기술을 다뤄온 '기술자 사장'에게 회사의 미래도 현장에서 풀어야 할 기술문제에서 출발했다.
곽현근 대경테크노 대표가 회사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용기 기자
곽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1976년 단돈 3천원을 들고 구미에 왔던 소년은 자동차·전기전자 부품기업을 일군 경영자가 됐다. 일하면서 야간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녔고 석사학위, 명예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이제는 자동차 신제품과 로봇 부품에서 다음 성장의 길을 찾고 있다.
◆ 4년 시행착오 테이프 감던 공정 없앤 신제품
곽현근 대경테크노 대표가 현미경으로 자동차부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박용기 기자
곽 대표가 소개한 신제품은 자동차 전원계통의 연결부품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에는 조립한 부품이 서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테이프를 감아 고정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대경테크노는 부품이 맞물리는 구조를 개선해 별도의 테이프 작업 없이도 결합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핵심은 공정을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는 데 있다. 부품을 붙잡아두기 위해 추가하던 작업을 제품 자체의 구조로 해결한 것이다. 곽 대표는 별도의 작업에 드는 비용을 줄이면서 결합력을 높이는 데 개발 역량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개발에 약 4년, 그중 시험에만 2년가량을 썼다고 했다. 오랜 현장 경험을 가진 그에게도 쉽게 풀리는 문제는 아니었다. 결합한 부품이 다시 빠지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직원들과 방법을 바꿔가며 시험했다. 반세기의 경험은 실패한 원인을 짚고 다음 방법을 찾는 바탕이 됐다. 금형·가공 기술과 직원들의 노력이 거듭된 시험 끝에 하나의 제품으로 이어졌다.
현재 일부 차종에 적용돼 공급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공급 확대에 대비한 생산설비 발주도 진행했다. 신제품이 회사의 주력 품목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설비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 뿌리산업 외길…자동차부품 넘어 로봇으로
곽현근 대경테크노 대표가 직원과 신제품 개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박용기 기자
구미에 처음 왔을 때 곽 대표의 급한 일은 생계를 꾸리는 것이었다.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다 1976년 오성전자에 입사했다. 공장에서 손을 다치는 사고를 겪은 뒤 금형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부끄럽게 여겼던 손의 상처를 이제는 '훈장'이라고 표현했다.
1983년 한국대화금속으로 옮기면서 기술 영업도 익혔다. 현장에서 부품을 만드는 기술에 고객의 요구와 생산 비용을 이해하는 경험이 더해졌다. 1999년 11월 대경테크노를 창업할 때 그의 밑천이 된 것도 기술과 경험이었다. 구미 비산동의 198㎡ 임대공장에서 시작해 거래처를 늘리고, 고아읍에 부지를 마련해 공장을 지으며 사업을 키웠다.
이후 2004년 고속프레스 사업화에 나섰고, 2006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인정받았다. 2025년 8월에는 제2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 대경테크노 본사와 제2공장, 대경하이테크 등 세 곳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자동차부품 제품군은 1천300여 종에 이른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하이브리드·전기차에 이르기까지 적용 분야도 넓다. 2011년 10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하는 제58호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뽑힌 그는 현장에서 쌓은 기술을 새로운 제품과 고객을 확보하는 힘으로 꼽았다.
다음 도전은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이다. 현재는 시제품 제작과 사업 준비 단계다. 곽 대표는 로봇 관절 부품 등을 가공하고 있으며, 신규 공장에 관련 생산 기반을 갖춰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부품을 만들며 쌓은 경험을 로봇 분야로 넓혀가려는 시도다. 2030년 매출 3천억원 목표는 자동차 신제품의 공급 확대와 로봇 부품 등 신규 사업을 함께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 배움과 나눔…야간고에서 명예박사까지
대경테크노 회사 전경
곽 대표의 이력에서 생산 현장과 나란히 이어지는 곳은 학교다. 중학교 졸업 뒤 생업에 나섰던 그는 또래보다 늦게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하며 1982년 구미전자공고를 졸업했다.
고교 졸업으로부터 22년 뒤인 2004년에는 구미대 자동차학과를 졸업했다. 전공 심화 과정을 거쳐 2013년 금오공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낮에는 공장을 운영하고 밤에는 전공과 경영을 공부했다. 기술자로서의 경험이 쌓이고 대표라는 직함이 생긴 뒤에도 학생으로 배우는 시간을 이어간 것이다.
그 뒤 2015년 금오공대 명예 경영학박사, 2021년 경운대 명예 행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구미에서 기업을 운영하며 지역에 기여해온 시간을 인정받은 것이다.
어렵게 배움을 이어온 경험은 후배들의 공부를 돕는 일로 이어졌다. 금오공대 발전후원회장과 구미전자공고 동락장학회 이사장 등을 맡아 인재 양성에 힘을 보탰다. 직장인 시절 시작한 나눔이 올해로 41년째다. 형편이 어려워도 학생들이 꿈을 접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봉사의 범위는 민간 통일 활동으로 넓어졌다. 민족통일협의회 수석부회장과 경북도협의회장을 맡아 회원 확대와 통일의식 확산에 힘썼고, 2017년에는 구미에서 민족통일전국대회를 여는 데 힘을 보탰다. 이러한 민간 통일 활동의 공로로 2018년 9월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같은 해 구미시의 '자랑스런 구미사람 대상'도 받았다. 이후 2019년부터 2025년까지 민족통일중앙협의회 의장을 역임하며 봉사를 이어갔다.
◆ 구미에서 다음 세대의 일터를 준비하다
곽현근 대경테크노 대표가 작업복 차림으로 몸을 낮춰 정밀측정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박용기 기자
곽 대표가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이유는 다음 일감을 만들기 위해서다. 당장 남는 이익이 줄어도 직원들이 앞으로 일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투자가 다음 경영자의 시대에 결실을 맺어도 괜찮다고 했다.
그는 "현재에 만족하면 안 된다"라며 안주하는 자세를 경계했다. 새 기술을 익히고 새로운 고객을 찾는 일을 멈추면 회사의 미래도 준비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투자와 함께 지키려는 원칙도 있다. 곽 대표는 창업 이후 직원 임금과 거래처 대금을 밀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랜 직장생활을 거쳐 사장이 된 뒤에는 "저의 잘못으로 인해서 직원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 되겠다"는 기준을 세웠다고 했다.
성장의 무대는 여전히 구미다. 거래처가 수도권 등지에 있어도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갖추면 구미에서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역 기업인들에게도 스스로 시장을 넓혀가자고 했다. 청년들에게는 기술을 익히는 데 시간을 들이고 어려운 고비에도 도전을 이어가길 당부했다.
지역 상공계를 위한 역할에도 다시 나서려 한다. 곽 대표는 6년 전 구미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서 경쟁에 따른 갈등을 막고 상공계의 화합을 위해 '통 큰 양보'를 했다. 그는 차기 구미상의 회장 선거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세기 동안 구미 산업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지역 상공인들을 위해 쓰며 마지막 봉사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박용기
경북부에서 구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용기 있게 묻고, 진실하게 기록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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