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만난 사람] “생물다양성 무너지면 팬데믹은 반복된다”…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공존’

  •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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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25 14:01  |  수정 2026-09-25 15:27  |  발행일 2026-09-25
‘2026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
세계적인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 강연자로
“기후변화로 박쥐 서식지 옮겨 팬데믹 영향
생물다양성 불균형이 신종 전염병 부를 것
다문화 국가 한국…다양성 존중 사회 돼야”
지난 16일 대구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에서 세계적인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는 지구에 사는 모두가 겪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될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양아트센터 제공

지난 16일 대구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에서 세계적인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는 지구에 사는 모두가 겪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될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양아트센터 제공

"저는 코로나 팬데믹이 사실상 '생물다양성' 문제였다고 주장하는 아주 소수의 학자 중 한 사람입니다."


그 주인공은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초대 국립생태원장,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의장 등을 역임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꾸준히 강조해 온 인물이다. 지난 16일 대구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의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선 그는 '다양성과 공존: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호모 심비우스로'를 주제로 강연했다. 최 교수는 기후 위기가 지속되는 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근본적인 원인은 '생물다양성' 붕괴에 있다고 역설했다.


'호모 심비우스'는 최 교수가 새롭게 제안한 개념이다. 오늘날 우리는 스스로를 '현명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라 부르지만, 그는 "인류는 다른 생명체와도 지구를 공유하면서 살아야 한다"며 '공생하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환경 문제들은 대다수 국지적이었다. 그러나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처음으로 모두가 함께 겪는 환경 문제가 등장했다. 최 교수는 "이러한 기후변화는 약 6천500만년 전의 공룡 멸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이 그 영향권 안에 있기에 그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될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재천 교수는 다문화 국가가 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면 타국에서 일어나는 인종 갈등을 우리도 피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아양아트센터 제공

최재천 교수는 다문화 국가가 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면 타국에서 일어나는 인종 갈등을 우리도 피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아양아트센터 제공

기후변화는 팬데믹의 원인으로 이어졌다. 특히 사스·메르스·코로나19 등 21세기 대한민국을 휩쓴 3대 감염병은 모두 박쥐로부터 유래했는데,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박쥐의 서식지가 온대 지방까지 넓어진 탓이라는 것. 최 교수는 "지난 100년간 중구 남부로만 100종 이상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됐다"며 "인간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침범하고 생활 공간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박쥐 몸에 있던 바이러스가 다른 야생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옮겨붙었고, 그중 인간과 궁합이 맞은 바이러스가 팬데믹 사태를 촉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는 한 박쥐는 계속 온대 지방으로 건너올 거고, 이들이 옮기는 바이러스로 인해 팬데믹을 겪을 확률 또한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또한 팬데믹은 생물다양성의 불균형과 직결된다. 최 교수에 따르면, 농경 이전 인류와 가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구 전체 생물의 1%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불과 1만 년 만에 그 비율은 99%에 육박하게 됐다. 1% 남짓한 야생동물에만 머물던 바이러스가 인간과 가축으로 옮겨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는 조류독감,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뿐 아니라 신종 전염병으로 이어졌다. 최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의 불균형을 어떤 형태로든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자연은 '자연선택설'과 '공진화(共進化)' 원리에 따라 스스로 다양성을 담보해왔다. 그러나 근대의 농축산업이 생명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최 교수는 "농사는 다양성을 완벽하게 제거한 채 단일 작물로만 넓은 공간을 채우는 행위"라며 "가축들 역시 인위적으로 비슷한 형질을 갖도록 개량됐기 때문에 한두 마리만 감염돼도 빠르게 전염된다. 가축들이 매번 무더기로 살처분되는 비극은 이들이 인간 수준의 유전자 다양성조차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 역시 다양성을 품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문화 국가가 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짚으며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면 타국에서 일어나는 인종 갈등을 우리도 피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당부했다.


"우리는 다양성을 소중한 덕목으로 여기고 실천하고 싶어 하지만, 아직까진 버거워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다양성을 혐오하지 않고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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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민

공연장 지박령. 지역의 문화·예술 이야기를 구석구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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