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영 영주시 봉현면 노좌1리 이장
2023년 취임 첫해 수해…주민들과 복구 힘 모아
"어르신 의견 듣고 행정과 협의하는 심부름꾼 될 것"
진수영 이장이 사과나무 가지 사이로 손을 넣어 잎을 따고 있다. 권기웅기자
경북 영주시 봉현면 노좌1리의 한 과수원. 창 넓은 작업모를 쓴 진수영 이장(65)이 가지 사이로 손을 넣어 사과 잎을 따고 있었다. 40년째 사과농사를 짓는 그는 자신을 '마을의 심부름꾼'이라고 소개했다. 사과를 돌보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짧지만, 주민들의 크고 작은 일을 챙기는 것도 그의 일상이 됐다.
2023년 1월 이장을 맡은 계기도 연로한 이웃들이었다. 진 이장은 "마을 주민 대부분이 연로하시어 마을 일을 보시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제가 대신해 조금이라도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심부름을 하기 위해 이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노좌1리는 소백산 남쪽 산간 고랭지에 자리한 사과 주산지다. 큰 일교차와 물 빠짐이 좋은 토양을 바탕으로 주민 대부분이 사과농사를 생업으로 삼고 있다. 진 이장에게 사과는 마을의 자부심이자 농촌의 변화를 체감하는 작물이기도 하다.
그는 이상기온과 풍수해, 일손 부족, 인건비와 자재값 상승을 농가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나날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가 농사짓기보다 더 힘들다"는 말에는 오랜 농사 경험에서 나온 고민이 담겼다.
진수영 이장. 진수영 제공
마을 풍경도 달라졌다. 진 이장에 따르면 십여 년 전만 해도 노좌1리에는 100여 가구, 300여 명이 살았다. 학교와 파출소, 보건지소, 우체국이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고 시장도 형성됐다. 지금은 학교와 파출소, 우체국이 문을 닫았다. 주민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챙겨야 할 이장의 역할은 그만큼 커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취임 첫해 겪은 2023년 집중호우다. 봉현면에서는 다리가 떠내려갔고, 노좌1리에서도 농로가 유실되고 토사가 쏟아졌다. 피해를 수습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함께 복구에 나섰다.
진 이장은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마을회관에서 해법을 찾는다고 했다. 주민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어르신들의 경험을 듣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어떤 방향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갈지, 어떻게 해야 주민들이 불편해하지 않을지를 어르신들께 여쭤봅니다. 그러면 대부분 해결 방안이 생겨납니다. 이것이 우리 마을의 자랑입니다."
주민의 요구를 듣고 행정과 협의하는 일도 같은 원칙으로 한다. 그는 "이장은 마을의 한 주민으로서 필요한 일을 앞장서 하는 자리"라며 "어려움이 해결돼 주민들이 '이장님 수고하셨다'고 한마디 해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영주사과를 소개해 달라고 하자 진 이장은 다시 농부의 마음을 꺼냈다. "영주사과를 농부의 정성으로 기억해 달라. 정직한 땀방울로 가꾸어낸 영주사과를 꼭 한번 맛보시라." 말을 마친 그는 다시 과수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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