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형의 스포츠와 인문학] 잔치는 끝났다, 설거지는 다 같이

  • 박지형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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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19 10:27  |  수정 2026-10-19 10:35  |  발행일 2026-10-20
박지형 문화평론가

박지형 문화평론가

아시안게임이 끝났고, 금메달을 획득한 56명의 청년이 병역 특례를 받았다. 그리고 갑자기 우리 사회가 분노로 들끓기 시작했다. 원인은 금메달을 획득한 몇몇 축구국가대표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이었다. "저 군대 안 갑니다!" 어떤 선수는 전역모를 삐딱하게 쓰고 웃으며 경례 자세까지 취했다.


선수들이 명백하게 실수를 했다. 어느 정도 선까지는 비난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너무 나가서는 안 된다. 법을 새로 만든 뒤 소급해서 군 면제 특례를 취소해 버리자거나, 해당 선수들은 다시는 국가대표로 부르지 말자거나 하는 목소리는 선을 한참 넘은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병역특례가 축소 혹은 폐지되더라도 그 책임을 오롯이 이 선수들에게 전가하며 두고두고 역적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 사회가 가진 부조리를 몇몇 개인에게 투사하여 분풀이를 하는 동서고금의 못된 악습을, 이제 21세기 한국에서는 그만둘 때가 되었다.


문제가 되었던 양민혁의 발언은 참작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당시 기자의 질문은 "축구 선수는 보통 트로피를 받는데, 이번에는 금메달을 받았다. 그 소감은"이었고, 양민혁은 그 답으로 "트로피냐, 금메달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병역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까 그것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물론 오해를 살만한 인터뷰를 한 것은 잘못이다. 다만 맥락 전체를 자세히 보면 그의 진의가 "우승은 관심 없고, 내 병역 면제만 중요했다"라기보단 "우승으로 병역 면제라는 큰 상이 주어지니 부상으로 트로피를 받든 메달을 받든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에 가까운 답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나아가 나는 우리 사회가 과연 이 어린 선수들에게 호통을 칠 자격이 있는지를 자문해보고 싶다. 버릇없는 아이들이 대개 부모의 탓이듯, 우리 국가대표 청년들이 이런 실수를 한 건 십중팔구 우리 사회의 탓일 테니까 말이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전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손흥민의 군 면제 여부였다. 2022년 항저우에서는 같은 자리에 이강인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 두 대회 기간 내내, 국내 거의 모든 방송들은 시청률을 위해 이 '군 면제 쇼'를 자극적으로 포장했다. 한국에서부터 그렇게 떠들어대자 유수의 해외언론들도 이 1년 6개월의 청춘을 건 청년들의 도박을 연일 흥미진진하게 보도했다. 마치 한국의 군대를 가는 것은 '지옥'이고, 빠지는 것이 '천당'이라도 된 마냥.


안타까운 것은 그때 그 어디에서도 군 복무야말로 진정 명예로운 것이며, 면제는 오히려 불명예라는, 마땅히 해야 할 이야기를 꺼내는 어른은 없었다는 점이었다. 최소한 50만 국군 장병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스타 선수들의 군 면제를 전면적으로 거론하지 말자는 보도 준칙이라도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손흥민과 이강인이 끝내 목표를 달성해내자, 몰입이 너무 심했던 우리 국민 모두는 그것을 마치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능력자들의 출세가도가 막히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기에, 그들이 합법적으로 면제를 받는 것은 전 국민이 즐겨야 할 무슨 잔치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손흥민이 군 면제를 받았을 때, 박승수는 11살, 양민혁은 12살, 이기혁은 18살이었다. 이 어린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느꼈겠는가?


이참에 병역특례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함께 이상한 잔치를 즐겼으면, 설거지도 모두 같이 하자. 몇 놈만 등 떠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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