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혁
20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대구경북(TK) 행정통합과 TK공항(대구경북 민·군 통합공항) 건설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역의 숙원사업을 둘러싼 논의는 답답한 현실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국회의원들은 사업 지연을 지적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국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지역 현안의 해결책을 따져야 할 국정감사에서 오히려 국회의 협조를 호소하는 장면이 연출됐을 뿐이다.
TK행정통합 문제는 그동안 지역 정치권이 무엇을 했는지 되묻게 한다. 이 지사는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며 연내 처리를 요청했다. 권영진 의원은 법안 처리 지연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면서도 지역에서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경북 북부지역의 소외 우려를 해소할 구체적인 방안도 주문했다. 결국 법안 처리를 위한 정치적 협의도, 지역 내부의 갈등을 풀 대책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정치권이 정작 이를 성사시키기 위한 설득과 조정에는 얼마나 노력했는지 돌아볼 대목이다.
TK공항 문제도 다르지 않다. 강명구 감사반장은 광주공항 이전에는 예산이 편성됐지만 TK공항에는 지원 예산이 없다며 군 공항 이전에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정치권이 정부 지원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예산 지원을 촉구하는 것만으로 사업이 진전되지는 않는다. 두 사업의 재원 조달 방식과 정부 지원 조건을 비교하고, TK공항에 필요한 국비 지원의 근거와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정부를 설득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일 역시 정치권의 책임이다.
경북도도 국회의 지원만 기다릴 처지는 아니다. 행정통합에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TK공항 사업의 재원 확보와 추진 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과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구분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런 준비 없이 국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지역 현안은 매년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는 지방정부의 행정을 감시하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자리다. 지역 숙원사업을 국회에 건의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국회의원들이 현안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도지사가 지원을 호소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특별법 처리를 위해 어떤 정치적 협의를 진행할 것인지, TK공항 재원 확보를 위해 어떤 입법·예산 조치를 추진할 것인지 국회의원들이 답해야 한다. 경북도 역시 사업 지연에 대한 자체 책임과 대책을 설명해야 한다.
서정혁
서울 정치부에서 국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