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 소설가
1946년 10월23일 '시튼 동물기'의 시튼이 세상을 떠났다. 1860년 영국에서 태어난 시튼은 16세 때 북아메리카로 이주했다. 그 무렵부터 원주민들과 어울려 지내며 자연철학을 배웠고, 마침내 세계 동물보호론자들의 대선배가 되었다.
'시튼 동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자연은 사람 없이 존재할 수 있지만 사람은 자연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그의 명언이 간명하게 정리해준다. '시튼 동물기'는 과학 저작이지만 소설 느낌이 물씬하다. 그 덕분에 인기를 모았는지도 모른다.
'스프링필드의 여우'를 통해 시튼 동물기 전반의 성격을 가늠해본다. 여우 가족은 이솝 우화처럼 단순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여우 가족은 닭 등 가축을 훔쳐 먹는다. 서사가 대인 관계에서 빚어진 인과의 영향을 받는 것은 필연이다.
여우 가족은 영리해서 독이 든 먹이, 덫 등 위험한 것들을 모조리 피해간다. 쫓아오는 사냥개는 시냇물이나 계곡 등을 이용해 따돌린다. 그러던 중 수컷 여우가 계속된 승리에 방심, 속임수를 눈치챈 농장주의 총에 결국 사살된다.
혼자 남은 어미여우는 새끼들을 먹이기 위해 계속 닭을 훔친다. 하지만 혼자서 개도 피하고 발자국도 지우는 데 한계가 있다. 이윽고 여우굴이 사람들의 수색망에 걸려든다. 사냥개들이 뛰어들어 새끼여우들을 모조리 물어 죽인다.
가장 어린 새끼여우만 혼자 살아남는다. 사람들은 새끼여우의 목을 쇠사슬로 묶어 마당에 내놓는다. 어미여우를 잡을 미끼로 삼은 것이다. 여러 차례 새끼 구출 시도에 실패한 뒤 어느 날 어미여우가 먹이를 새끼 앞에 놓고 사라진다.
어미가 준 먹이이므로 새끼여우는 안심하고 먹는다. 하지만 새끼여우는 괴로워하다가 숨진다. 도저히 새끼를 구해낼 수 없다고 판단한 어미여우가,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 독이 든 먹이를 준 결과이다. 어미여우는 종적을 감춘다.
시튼은 어미여우가 흔히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만사를 잊기 위해 멀리 떠났거나 자신도 독사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모든 생명체를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교훈이다. 시튼 동물기는 루쉰이 "집 나간 노라는 굶어 죽었거나 사창굴로 갔을 것"이라 말한 것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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