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시대공감] 이수만 걸그룹이 화제인 이유

  •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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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10-22 11:18  |  수정 2026-10-22 11:26  |  발행일 2026-10-23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문화평론가

최근 케이팝계에선 이수만 프로듀서가 세운 신생 기획사 A2O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9인조 걸그룹 A2O 라이트와 15인조 보이그룹 A2O 소울을 동시에 선보였는데 이 중에서 걸그룹 A2O 라이트의 데뷔곡 'NEON'(니온)이 발매 하루 만에 멜론 톱100 1위에 올라 업계를 놀라게 했다.


아무리 인기 한류스타라고 해도 음원 톱100 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아직 팬덤이 형성되지 않은 신인의 신곡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나마 대형기획사는 선배 스타들의 후광 효과로 인해 회사 자체에 대한 고정 팬덤이 형성돼, 신인들이 데뷔하자마자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출발하면서부터 혜택을 받는 대형기획사 아이돌이라 할지라도 데뷔곡 음원차트 1위는 상당히 어렵다.


그런데 이수만의 A2O엔터테인먼트는 고정 팬덤이 아예 없는 신생기획사다. 대형기획사 소속 신인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뮤직비디오나 자체 콘텐츠 출연 등으로 미리 인지도를 확보하기도 하지만 A2O 라이트 멤버들은 그런 일도 없었다. 완전히 바닥에서부터 시작해 발매 하루 만에 음원차트 1위에 오른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해당 차트 개편 이후 최단 기록이기도 하다. 이건 팬덤이 형성된 기성 한류스타들의 기록까지 다 깼다는 이야기다.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시장을 뒤흔들었고 데뷔 2일차에 광고 제안 56건이 몰렸다고 한다.


이게 특히 화제가 되는 건 프로듀서가 이수만이기 때문이다. 이수만은 자신이 세운 SM엔터테인먼트에서 2023년에 밀려났다. 당시 케이팝계에선 이수만에 대한 비판이 크게 고조됐었다. 그가 자신의 아집으로 SM 아이돌을 이끌면서 SM이 답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수만이 주도해서 만들어낸 SM의 음악, 스타일, 세계관 등은 누리꾼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그런 분위기 속에 이수만은 SM에서 사실상 축출당했는데 지금 74세의 나이로 새로운 회사, 새로운 팀을 만들어 복귀했다.


과거 이수만이 노화로 인해 트렌드 감각을 잃었다며 조롱했던 여론은 완전히 뒤집혔다. 이젠 누리꾼들이 이수만에게 "100살까지 그룹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다. 특정 취향이나 미학을 뜻하는 유행어 '~코어(core)'에 이수만의 이름을 붙인 '수만코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A2O 라이트 신곡의 중독성이 너무 강해서 신 수능 금지곡이라는 말도 나왔는데, 이런 말이 나올 정도면 70대 프로듀서가 주도한 노래가 10대들에게도 통했다는 이야기다.


이수만이 밀려날 당시 인터넷에선 70대는 최신 케이팝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다는 주장이 정설로 통했다. 하지만 이번에 이수만은 나이를 먹어도 얼마든지 트렌드를 이끌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 노화했으니 감이 떨어졌다며 조롱하는 우리 인터넷 문화에 반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수만은 국내에서 축출된 후 활동무대를 중화권으로 옮겼다. 그러다 3년 만에 국내에 복귀한 것인데, 이번에 선보인 팀들에도 중국인 멤버가 많이 섞여있다. 안 그래도 중국이 씨팝(중국대중음악)을 케이팝 대체재로 밀고 있다. 이수만 그룹 같은 사례가 많아지면 케이팝 시스템이 씨팝 국제화의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해외 케이팝 팬들이 중국인 멤버들에게 익숙해지면 케이팝 팬덤을 통해 중국 팝스타들의 위상이 커질 수도 있다. 이수만 프로듀서의 복귀로 인해 케이팝이 더 다양해지는 건 환영하지만, 케이팝 속에서 중국계의 영역이 확장되는 건 경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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