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직후 승리 축하 행사를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사자군단이 왕조 부활의 첫 단추를 꿰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이하 KS) 5차전에서 KT 위즈를 상대로 12-1 승리를 거두며 12년 만에 KS 왕좌에 올랐다. 2011-2014년 KS 4연패 달성을 경험했던 지역 야구팬들로서도 감격적인 우승이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사자군단의 KS 우승에 의문을 품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사자군단은 최근 2년간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하며 최정상의 자리를 노렸지만 그 결과는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2024년 KS에서는 KIA 타이거즈에 우승을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지난해에는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거쳐 준플레이오프에서 SSG를 누르고 '업셋'에 성공했다. 이후 플레이오프(PO)에서 한화와 맞붙었지만 KS티켓을 쥐지는 못했다.
올해는 달랐다. 시즌 중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에 시달렸지만 삼성 특유의 뎁스와 외국인 투수 교체 전략 적중을 발판 삼아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삼성은 PO에서도 준PO 3연승의 기세를 품고 올라온 KIA를 꺾고 KS에 진출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이 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직후 승리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줄부상에 '잇몸'으로 버틴 정규시즌
삼성이 우승을 거머쥐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시즌 개막 전부터 마운드에는 악재가 연이어 겹쳤다. 외국인 투수 맷 매닝의 부상 이탈로 선발진에 구멍이 났고, '에이스' 후라도 역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파나마 대표로 나서면서 훈련 공백과 피로 누적이 우려됐다.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마저 팔꿈치 부상으로 개막 시리즈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만의 두터운 뎁스(선수층)가 위기 탈출의 돌파구가 됐다.
경남고 출신의 고졸 루키 장찬희는 선발과 불펜을 쉼 없이 오가며 '6선발 체제'의 핵심 축을 담당했다. 장찬희의 흔들리지 않는 포커페이스는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서도 빛을 발했다.
7월 2일 창원 NC전에서는 육성선수 출신 김백산이 생애 첫 1군 선발로 등판해 프로 첫 승을 따냈다. 최원태와 원태인 등 토종 선발진이 다소 기복을 보일 때에도 젊은 투수들의 분발이 있었기에 삼성 마운드는 붕괴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정규시즌 중 이승민과 배찬승 등 젊은 불펜 투수들의 활약도 고무적이었다. 여기에다 정규시즌 중 35세이브를 달성한 김재윤의 뒷문 사수는 큰 힘이 됐다.
'국대급 타선'으로 불렸던 라인업도 온전치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시즌 초반 김성윤, 김영웅과 캡틴 구자욱마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삼성은 주저앉지 않았고 두꺼운 선수층을 십분 활용하며 위기를 헤쳐나갔다. 김영웅이 빠진 3루는 전병우가 채웠고 지난해 손가락 골절에서 복귀한 박승규의 활약도 고무적이었다.
8일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삼성 선수단이 이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직후 우승 축하 행사를 가지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후반기 외인 교체 전략 적중
이 없이 잇몸으로 시즌 초반을 버틴 삼성은 7월 9일 대구에서 디펜딩 챔피언 LG를 6-5로 꺾으며 전반기 1위에 올랐다. 대구시민야구장 시절이던 2015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달성한 전반기 최정상이었다.
하지만 7월 중순, 박진만호는 또 다른 암초와 마주했다. 전반기 17경기에서 5승 1패와 13차례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선발진을 지탱하던 후라도가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6주 진단을 받고 이탈한 것이다.
삼성은 즉각적이고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개막 전 대체 외인으로 들어와 지친 기색을 보이던 오러클린을 내보내고 페덱을 전격 영입했다. 페덱은 7월 합류 직후 곧바로 1선발로 정착하며 리그 최정상급 구위를 뽐냈다.
여기에 후라도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메이저리그 출신 오스틴 보스를 단기 대체 외인으로 수혈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 우승을 KT에 내줬지만 외국인 투수진의 빠른 재편 덕분에 정규시즌 2위로 PO에 직행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번 우승에는 재계약 후 첫 시즌을 맞은 박진만 감독의 지도력도 한몫했다. 박 감독은 KS 기간 내내 "우리 선수들이 평소 하던 대로 플레이하면서 가을야구를 즐겼으면 한다"며 온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하지만 결단이 필요한 때는 과감한 선수 교체와 작전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박 감독은 "포스트시즌 때는 모든 것을 퍼부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결국 팀 우승을 이끌어냈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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