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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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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늘의 날씨 (11월 23일)…낮최고기온 대구 18, 포항 19, 구미 17, 안동 15도
[포토뉴스] "빈대 걱정 '노노'"
대백프라자 10층 대명소노그룹의 침구 브랜드 '소노시즌'이 해충 방지 특수 원단을 사용한 침구류를 선보이고 있다. 자체 개발한 기능성 신소재 '그래피놀' 충전재와 식물성 오일성분의 초고밀도 '리놀럭스' 겉감이 눈길을 끈다. <대구백화점 제공>
대구·경북 오늘의 날씨 (11월 22일)…낮최고기온 대구 17, 포항 19, 구미 16, 안동 14도
[포토뉴스] "나도 한 벌 입어볼까?"
대구 신세계백화점 6층에서 이달 말까지 '브라운 브레스' 팝업스토어가 열린다. 브라운 브레스는 2006년에 론칭한 한국의 스트리트 브랜드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실용적인 설계를 기본으로 개성있는 제품들을 선보인다. <대구 신세계백화점 제공>
대구·경북 오늘의 날씨 (11월 21일)…낮최고기온 대구 17도, ·포항 18, 구미·안동 15도
대구·경북 오늘의 날씨 (11월 20일)…낮최고기온 대구·포항 15, 구미 14, 안동 12도
[사설] 행정전산망 먹통에 국민 분통…무사안일 행정 언제까지
정부 행정전산망이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마비돼 전국 공공기관의 온·오프라인 민원서류 발급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전입 신고, 자동차 매매, 부동산 계약, 금융권 대출 등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지 못한 시민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전산망을 긴급 복구하고 온라인 민원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시스템 완전 정상화 여부는 민원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는 월요일인 오늘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번 사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 '새올'의 접속 오류가 발단이 됐다. 이 탓에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마저 먹통이 되면서 민원서류 발급 올스톱 대란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행정안전부는 산하 기관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통합전산센터 서버 2대의 네트워크 장비 고장 사실만 확인했을 뿐 정확한 사고 원인조차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 IT업계는 도입한 지 17년이나 된 낡은 전산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은 것을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다. 국가기관 전산망 불통은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지난 3월에는 법원 전산망이 한때 멈췄고, 6월에는 나이스(NEIS·4세대 교육행정정보 시스템) 오류로 큰 혼란이 빚어진 바 있다. 현 정부는 '세계 최고 전자정부'를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잇따르는 전산시스템 먹통 사태에 비상 매뉴얼도 없이 우왕좌왕할 뿐이다. 국민을 분통케 하는 정부 무능과 무사안일을 마냥 용인할 수 없다. 이제라도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전산망 신속 복구와 안전성 확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설] 한동훈의 '대구 규정', 정치 의중 넘어 새겨들을 만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난 17일 대구 방문이 정치권 안팎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정치 데뷔'에 다름없다는 평가 속에 총선 출마설이 기정사실화됐다. 여당인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으로 등판해 선거를 진두지휘할 수 있다는 관측에다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이란 소식마저 들렸다. 한 장관과 법무부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외부에서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종의 팬덤을 형성한 한 장관은 야당 민주당의 최대 '정적'이 된 지 오래다. 심지어 민주당은 국민 공감대와는 별개로 한 장관 탄핵카드마저 꺼내 들고 있다.그런 상황에서 한 장관이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대구를 규정한 발언은 의미심장했다. 한 장관은 스스로 대구시민을 존경하는 이유로 먼저 대구가 6·25전쟁 중 단 한 번도 적에게 도시를 내주지 않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전쟁의 폐허 이후 산업화를 진정 처음 시작했고, 또 다른 나라와의 산업화 경쟁에서 이긴 분들이 대구시민이라고 했다. 심지어 대구 더위를 잘 이기는 시민들이라 더 존경한다고 했다. 정치적 '립 서비스' 혹은 보수 TK(대구경북)부터 공략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는 차치하고, 한 장관처럼 외지인이 대구의 정체성을 이처럼 진중히 또 적확히 공개적으로 규정한 사례가 있을까 싶다. 그러기에 지역민의 입장에서 그의 발언은 울림이 있었다. 수구적 퇴행적이고 1인당 총생산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에 앞서, 역사는 대구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사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선호를 떠나 한 장관의 대구 규정은 대구의 명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속의 도시로 도약했으면 하는 바람을 새삼 일깨운 장면이 될 듯하다.
[사설] 화재 잇따르는 겨울철, 순간의 부주의도 있어선 안 돼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전국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8일 오전 경북 구미시 원평동 6층짜리 병원에서 불이 나 입원 환자를 포함한 대피자 91명 가운데 38명이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었다.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다행히 병원 의료진까지 나서서 환자를 업고 신속히 대피한 덕분에 크게 다친 환자는 없었다. 같은 날 경남 거제시 한 아파트에선 전기장판을 켰다가 불이 나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앞서 14일엔 영천시 대창면 폐전선 야적장에서도 큰불이 나 이틀 만에 꺼졌다. 화재는 계절이 따로 없지만 특히 겨울철엔 잠깐의 부주의에도 발생하기 십상이다. 지금 이때, 화재에 대한 안전 불감증을 아무리 경계해도 지나침이 없다.다중이용시설과 아파트에서 화재가 날 경우 인명·재산 피해는 실로 막대하다. 2017년 겨울 충북 제천시에서 발생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는 아직까지도 악몽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29명이 숨지고 37명이 크게 다쳤다. 점포가 밀집해 있고 소화시설이 취약한 전통시장도 늘 화재 위험이 도사린다.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2022)와 서문시장 화재(2016) 같은 사고가 또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을 감출 수 없다. 건조한 겨울철엔 산불 위험도 간과해선 안 된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북에서 발생한 화재의 절반가량이 '부주의·방심' 때문이다. 소방 당국과 지자체는 각종 집합시설에 대한 화재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아울러 시민 모두도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각별히 가져야 할 때다. 외출 땐 화기 안전을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부터 기르자. 화재는 사소한 데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 연금복권720+ (제185회)
[포토뉴스] "크리스마스 트리 준비하세요"
대구 신세계백화점 7층 '더 플라워편'에서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맞아 다양한 소품을 마련했다. 매장에선 크리스마스 트리부터 트리 장식용 오너먼트까지 다양한 소품을 만나볼 수 있다. <대구 신세계백화점 제공>
[무한 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4] 상주의 2차전지 산업
'전국에서 한 손에 꼽히는 농업 도시'. 경북 상주시에 붙은 이 수식어는 상주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농업 경쟁력은 높지만, 다른 산업은 내세울 것이 없는 불균형한 산업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방증이다. 탄탄한 농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래 첨단산업까지 육성한다면, 상주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상주시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2차전지 산업 육성에 뛰어든 이유다. '무한 상상과 도전 정신으로 시대를 주도하는 상주' 4편에서는 상주의 미래 먹거리이자 산업 다각화를 위한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에 대해 알아본다.2차전지 분야 '블루오션 신소재' 주목발빠른 행보로 SK 음극재 공장 유치공성면 일대 2차전지 산단 조성 계획2030년 완공 목표 사업 절차 진행 중새빗켐 투자 이어 45개사 '입주 의향'정주여건 향상 위해 임대주택 늘리고시립도서관·산후조리원 건립도 추진◆ 상주시와 SK그룹의 만남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4월, 상주시는 SK머티리얼즈〈주〉가 화학업종으로 입주할 수 있는 산업단지를 찾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곧이어 상주시는 SK머티리얼즈가 지으려는 공장이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상주시는 SK머티리얼즈를 찾아가 상주청리일반산업단지 입주를 권유했다.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상주의 이런 발 빠른 행보는 결국 같은 해 9월 결실을 보았다. 상주시와 경북도는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주〉, SK머티리얼즈〈주〉와 함께 8천500억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투자의 주된 내용은 상주청리일반산업단지에 음극재 등을 생산하는 배터리 소재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었다.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은 미국의 배터리 음극재 특허 전문기업인 '그룹14 테크놀로지스(Group14 Technologies)'와 SK머티리얼즈가 함께 세운 합작회사다. 차세대 배터리용 실리콘 음극재를 연구, 개발하는 것은 물론 생산과 판매까지 하고 있다.SK머티리얼즈그룹포틴 등은 이날 협약식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약속했다. 또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가족 친화적인 기업 문화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에 상주시와 경북도는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 등이 추진하는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투자 약속은 실제 투자로 이어졌다.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은 상주청리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해 음극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음극재 생산 공장은 올해 안에 음극재 생산을 목표로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중이다. ◆ 2차전지 산업 육성 본격화SK그룹과의 만남을 계기로 상주시는 2차전지 산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상주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을 민선 8기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공약의 핵심은 상주청리일반산업단지와 인접한 공성면 용안리 일원에 2차전지 산업이 집약된 신규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상주시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상주시는 지난해 8월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올해 2월에는 SK에코플랜트〈주〉와 상주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사업 업무협약도 맺었다. 이어 지난 6월 투자경제과 안에 2차전지클러스터조성 TF팀을 만들었고, 같은 달 상주 공성면 면민회관에서 상주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사업의 사전 주민설명회도 열었다. 땅 주인들의 토지개발 동의율도 지난 산업단지 지정계획 신청요건인 50%를 훌쩍 넘어섰다.그동안 노력의 성과들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상주시는 지난 8월 시청 대회의실에서 상주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 개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최종보고회에는 공성면 용안리 일대에 2차전지 특화 산업단지 조성, 산·학·연 연구개발 활성화 및 인력 양성, 강소기업 육성 등을 통한 생태계 조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런 준비 끝에 상주시는 지난달 경북도에 '산업단지 지정 계획(안)'을 신청했다. 연구용역 결과 등을 바탕으로 공성면 용안리 일대에 192만3천㎡ 규모로 상주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계획안의 골자다. 사업비는 산업단지 조성에만 3천800억원, 주변 도로 등 인프라를 만드는데 1천100억원 안팎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주시 자체 조사에서 상주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에는 2차전지 등과 관련한 45개 기업이 입주 의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주시는 내년 1월 산업단지 지정 계획(안) 신청에 관한 결과가 나오는 대로 특수목적법인 설립, 조례 제정, 의회 승인 등의 절차를 밟은 계획이다. 상주시의 2차전지 클러스터 산단 완공 목표는 2030년까지다. 이와는 별도로 상주시는 올해 2차전지 리사이클링 전문기업인 〈주〉새빗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상주시와 경북도는 지난 9월 새빗켐과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새빗켐은 500억원을 투자해 2026년까지 상주일반산업단지 안에 2차전지 양극재의 핵심원료인 탄산리튬 생산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새빗켐은 또 공장 건설 과정에서 지역 업체를 우선 이용하고 지역인재 100명의 채용 등도 약속했다. ◆ K-배터리 벨트의 중심으로 상주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는 상주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다. 현재 상주는 상주청리일반산업단지(청리면 마공리·129만㎡), 상주한방일반산업단지(은척면 남곡리·76만㎡), 상주일반산업단지(헌신동·39만㎡)를 비롯해 7개 농공단지를 갖추고 있다. 상주시는 상주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가 상주청리일반산업단지 인근에 들어서는 만큼 두 곳을 묶어 2차전지 산업의 중심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상주시가 미래 산업으로 준비하고 있는 2차전지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2차전지 중에서도 작고 가벼우며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이온전지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2차전지 4대 소재는 크게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나뉜다.상주시는 2차전지 신소재인 실리콘 음극재에 주목하고 있다. 2차전지 소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극재는 기술 개발이 거의 한계에 도달하며 시장도 포화상태다. 반면 음극재는 양극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블루오션이다. 음극재는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며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 음극재 원료로는 흑연이 많이 쓰였지만, 최근에는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급속충전이 가능한 실리콘이 쓰이고 있다. 상주시는 2차전지 산업 육성에 많은 장점을 가진 도시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서산영덕고속도로가 만나는 낙동분기점(JC)을 중심으로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으며, 내륙 한가운데 위치해 전국 어디서든 접근이 쉽다. 또 낙동강을 끼고 있어 산업 용수 공급도 용이하다. 경북대 상주캠퍼스, 상산전자고, 상주공업고 등을 필두로 2차전지 전문인력 양성도 가능하다. 상주시는 앞으로 2차전지 산업에 종사할 젊은 청년들을 위해 청년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또 상주시립도서관과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등도 추진하는 등 상주의 정주환경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계획이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국내외 2차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전략 및 실행 로드맵 수립으로 기업 유치와 투자를 이끌어 산업단지를 성공적으로 조성하는 게 1차 목표"라며 "한발 더 나아가 상주를 청주와 포항, 울산을 연결하는 K-배터리 벨트의 핵심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일우<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하늘에서 내려다 본 상주청리일반산업단지 전경. 상주시는 청리일반산단 인근에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상주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상주시 제공〉2021년 상주시와 경북도는 SK머티리얼즈그룹포틴, SK머티리얼즈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새빗켐 투자 유치에 성공한 강영석(왼쪽) 상주시장이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상주시 제공〉지난 8월21일 상주시청에서 진행된 2차전지 클러스터 산업단지 개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모습.
[홍하상의 기업인 열전] 삼성가 이야기 <7> 6·25전쟁이 준 시련과 기회
1950년 2월, 이병철은 오랜만에 일본산업시찰을 나섰다. 도쿄는 그야말로 폐허였다. 공장 굴뚝 하나 남아있는 게 없었다. 머리가 심란하여 무심히 이발소에 들어갔다. 모리타 이발소. 이발소 주인과 얘기를 하다 보니 그럭저럭 3대째 60여 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발소는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하다. 그때 이병철은 이런 이발사가 있는 한 일본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그 이발소는 아카사카의 바로 그 장소인 3정목 10-6에서 지금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당시 이병철의 머리를 깎아주던 이발사의 아들이 주인이 되어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1950년 2월 당시 이병철의 머리를 깎아주던 사람은 모리타 쇼타로(森田正太郞)씨였다. 그는 85세까지 현역으로 일하다가 은퇴했고, 지금은 아들인 제4대 모리타 야스히로(森田安弘·76)에게 가게를 물려주었다.모리타 쇼타로씨는 이병철을 소상히 기억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1950년 모리타 이발소를 처음 찾은 이후 작고하기 1년 전인 1986년까지 36년간 이병철은 일본에 오면 그 이발소를 찾았다.오랫동안 단골손님이었기 때문에 이발사 모리타 쇼타로씨와 이병철은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때로는 인삼 같은 선물을 주기도 했다. 이병철은 86년 타계하기 1년 전쯤 마지막으로 그 이발소에 들러 이발사 쇼타료씨에게 선물을 하나 주었다. 그것은 독일의 헨켈에서 만든 명품 면도칼 세트였다. 그것이 이병철의 마지막 방문이었고, 이병철의 자서전도 후에 전달되었다.◆6·25전쟁으로 낙향일본에서 귀국한 지 불과 넉 달이 지났다. 여느 때처럼 이병철은 새벽 6시에 일어났다. 라디오를 틀었는데, 거기서 충격적인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공산군이 3·8선 전역에 걸쳐 남침을 개시했으며 우리 국군은 이것을 격퇴 중이다.' 날벼락 같은 뉴스였다. 놀라운 마음에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국군병사를 가득 실은 트럭이 북쪽으로 수도 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시민들은 박수를 치면서 국군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었다. 라디오에서는 국군이 인민군을 격퇴하고 있으므로 시민들은 안심하라는 방송을 수시로 내보내고 있었다. 이병철은 라디오 방송을 믿고 곧 인민군이 퇴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다음 날, 라디오에서는 정부가 곧 수원으로 천도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거리에는 피란 대열이 몰려나와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았다. 이병철은 종로2가의 삼성물산공사에 출근해서 간부들과 사태를 의논했다. 그러나 별다른 대책이 있을 리 없었다. 그저 서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연락하자며 헤어졌다.6·25전쟁 당일 아침 8시, 일본의 총리인 요시다 시게루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일본 조야는 패전국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의 폐허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다.6월27일 밤이 되자 천지를 울리는 포성이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이병철은 포성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밤을 꼬박 새웠다. 그러다가 한밤중에 요란한 사이렌이 울고 나더니 거짓말처럼 포성이 한순간에 멎었다. 불안한 마음에 집 밖으로 나가 보았으나 모든 전기가 끊겨 세상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28일, 여명이 밝아왔다. 전차 바퀴 소리가 땅을 울리고 있었다. 혜화동 거리에는 인민군을 태운 전차가 인공기를 나부끼며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서울은 인민군에게 접수되었다. 이병철은 집에서 은신하고 있었다. 6월29일쯤 되었을 때 인민위원회에서 공산당원이 찾아와 재산 상황과 사상에 대한 조사를 하고 갔다. 이어 내무서를 비롯한 각종 조사기관에서 그를 뻔질나게 조사했다.서울에 있던 재산 인민군에 뺏기고개인운전사 위대식 다락방서 은거그가 인천서 돈 마련해 줘 대구로전쟁폐허 속 고철 수집해 日 수출일본서 번 달러로 설탕·비료 수입1년 만에 재산 60억원으로 불어나하루하루가 불안한 나날이었다. 그 사이 서울에 있던 이병철의 모든 재산은 몰수되었다. 삼성물산 창고에 있던 물품은 증발되었다. 당시 삼성물산의 유일한 자산은 창고에 쌓아 놓았던 설탕, 알루미늄 괴, 면사, 한약재, 염료, 향료 등 수백 종의 물품이었다. 이것들은 6·25전쟁 직전에 수입한 것이었다. 당시 삼성물산공사는 이 물건들을 용산과 인천에 있는 보세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전쟁과 함께 모두 사라져버렸던 것이다.이병철의 시보레 승용차도 빼앗겼다. 불과 한 달 전 미국대사가 타던 것을 산 것이었다. 혜화동 로터리에서 우연히 자신의 승용차가 달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승용차 안에는 남로당 위원장인 박헌영이 타고 있었다. 적 치하에서 이병철은 결국 자신의 운전기사였던 위대식의 다락방에서 숨어지내게 된다."피란을 못 가고 적 치하에서 90일을 체험하고 보니 공산주의가 말로 듣던 것과는 너무나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때 자유민주주의와 국가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전경련에서 행한 연설의 한 토막이다.다락방에 숨어지낼 때 이병철을 충실하게 보필했던 사람이 있었다. 이병철의 자가용 운전기사였던 위대식이었다. 그는 인민군 치하에서 이병철에게 돈을 구해다 주었다. 자전거로 서울에서부터 인천까지 달려가서 인천에 있었던 삼성물산공사의 창고에 갔다. 당시 삼성물산공사의 창고는 인민군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는 인민군에게 뇌물을 주고 약간의 물건을 빼낸 다음 그걸 팔아서 암달러 시장에서 달러로 바꾼 후 그 돈을 이병철에게 가지고 왔다. 이병철은 위대식이 달러를 구해서 자신에게 줄 때마다 매우 야단을 치면서도 한편으로는 흐뭇해했다. 그때 위대식이 마련해온 돈은 빈털터리가 된 이병철 일가와 삼성물산공사의 임직원들이 피란갈 때 소중하게 쓰이게 된다.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은 3개월 만에 수복되었다. 9·28 수복이 된 직후 공산당 치하에서 공포와 죽음의 분위기 속에서 살아보았던 이병철은 한 대에 200만원씩 들여 5대의 트럭을 구입한다. 그리고 그 트럭에 가족과 직원들을 빼곡히 싣고 사흘이나 걸려 대구로 피란을 갔다. 모든 것이 압수된 상황에서 위대식이 구해온 달러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인연으로 위대식은 이병철의 운전기사 생활을 30년 이상 하게 되었고 훗날 삼성그룹 이사급의 대우를 받았다.대구에 도착했다.그를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 이창업이었다. 이병철이 조선양조와 삼성상회의 경영을 이순근에게 맡겼으나 이순근은 그사이 월북했고 이창업이 조선양조와 삼성상회, 과수원의 경영을 맡고 있었다. 이창업은 청주 월계관과 삼성사이다를 출시해서 막대한 이윤을 내고 있었다.이창업은 빈털터리로 내려온 이병철에게 이익금 3억원이 든 궤짝을 내놓았다. 생각지도 못한 거액 3억원을 받아 든 이병철은 감격했다."사람을 썼으면 실수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믿고 맡긴다." 그의 경영철학이 빛을 본 순간이다. 이병철은 3억원으로 새로운 사업에 나선다.◆이병철, 일본에 고철 팔아 재기처음에 시작한 사업은 고철 수집이었다. 고철을 수집해서 일본에 팔았다. 포탄 껍데기에서부터 망가진 군용 차량과 그 부속, 폭격 맞은 공장 기계 등 고철 수집은 쉬웠다. 일본은 그 고철을 수입해 대포를 비롯한 각종 병장기를 제작해서 미군에 팔았다. 병장기뿐만 아니라 수입할 것이 많았다. 이른바 '조선동란 전쟁특수'이다.당시 일본이 한반도의 미군에게 공급한 물품은 1위는 섬유 관련으로 마대, 담요, 면포, 의류, 2위는 트럭, 철도화차, 증기기관차 등 운수기계, 3위는 네이팜탄용 탱크, 연료탱크 등 금속제품이었다. 전쟁 시작 1년 차와 2년 차에 각각 3억달러가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요즘 돈으로 6천억달러에 달하는 금액이었다.이병철은 일본에서 벌어들인 달러로 홍콩으로부터 설탕과 비료를 수입했다. 전쟁 중이어서 모든 물자가 부족했다. 설탕과 비료는 도착한 즉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달러만 있으면 물건을 더욱 더 많이 사들여 얼마든지 팔 수가 있었는데 달러가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 이때 이병철에게 다시 한번 운이 뒤따른다. 전쟁 전에 홍콩에 수출했던 면실박 대금 3만달러가 거래선으로부터 도착한 것이다.당시의 3만달러는 요즘의 3천만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0년 말 한국이 보유한 달러는 총 2천680만달러였던 시절이다. 한국은 그 달러로 쌀, 밀가루, 보리, 비료, 설탕을 외국에서 구입하는 데 썼다. 그중에 쌀은 전체수입액의 14.2%로 가장 규모가 컸다. 그만큼 쌀이 부족했다. 설탕은 전체 수입액의 5.1%로 수입품목 제5위였고, 비료는 그보다 더 규모가 커서 전체수입액의 8.4%로 수입품목 중 4위였다.이병철은 그 3만달러의 자금으로 더욱 더 많은 설탕과 비료 수입에 나섰다. 불과 6개월 만에 이익금이 10억원을 돌파했고, 1년이 지나자 재산은 무려 60억원으로 늘어났다. 다시 한번 큰 사업을 할 수 있는 자금이 생긴 것이었다. 60억원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홍하상 작가·전경련 교수파괴된 서울. 부산항 상륙 중인 미군. 부산항 상륙 중인 일본 물자. 홍하상 작가·전경련 교수
대구·경북 오늘의 날씨 (11월 17일)…낮최고기온 대구·포항 10, 구미 9, 안동 7도
[사설]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무주택 서민 피해 없어야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가계대출을 한껏 풀었다가 급하게 정책 방향을 바꾸려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고금리 기조에도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위기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큰 덩어리인 전세자금 대출까지 DSR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전세대출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서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가계부채에 대한 DSR 규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사상 최고인 1천86조6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만 한 달 새 5조8천억원 증가했다. 금리 상단이 7% 중반까지 치솟았음에도 되레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건 비정상이다. 안 그래도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나 다름없다. 금융당국이 주담대와 특례보금자리론에 DSR 규제를 적용하는 건 합당하다. 다만 전세대출에 대한 DSR 규제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비교적 손쉽게 빌릴 수 있는 전세대출이 '갭투자' 밑천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태껏 전세대출을 옥죄지 않았던 건 청년층·신혼부부·저소득층 주거 안정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정부가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무주택 서민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책의 장단점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전세대출 DSR 규제를 상환이자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더 있어야 한다.
의료대란으로 번진 의대 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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