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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이제 막차를 탔다. 많은 사람들이 낙엽을 보면서 아름다운 단풍을 아쉬워할 것이다. 그러나 입동이 지난 지금도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단풍은 물론 꽃도 볼 수 있다. 더욱이 진정 낭만을 아는 사람들은 결코 잎 떨어진 계절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사랑만 있다면 어떤 모습이든 아름답기 때문이다.
칠엽수과의 칠엽수는 낭만을 상징하는 나무이지만 아직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다. 칠엽수보다는 프랑스 말 마로니에(marronnier)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잎이 7개이기에 붙여진 칠엽수는 잣나무를 오엽송(五葉松)이라 부르는 것처럼 반드시 잎이 7개는 아니다.
실제 주위의 칠엽수 잎을 보면 7개를 가진 나무가 드물다. 대개 5∼7개인 칠엽수의 이름은 잎을 강조하였지만, 학명에는 열매와 꽃을 강조하고 있다. 학명 아에스큐루스(Aesculus)는 '먹다'를 의미하는 라틴어 아에스카레(Aescare)에서 유래하였다. 이 말은 처음 참나무를 의미하였지만 열매의 식용 혹은 사료를 의미하는 단어로 바뀌었다. 또 다른 학명 투르비나타(turbinata)는 꽃 모양이 '원뿔'이라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칠엽수는 흔히 볼 수 있다. 근래 조경수로 많이 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의 이른바 '마로니에 공원'에서, 대구의 경우 영남대 인문대학 앞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직접 보지도 않은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의 칠엽수를 기억한다. 사람들이 그곳을 낭만의 거리로 생각하는 것은 많은 예술가들이 담론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리의 칠엽수와 한국의 칠엽수는 다르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칠엽수는 일본원산의 일본칠엽수이고, 파리를 비롯한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세계 3대 가로수인 칠엽수는 서양칠엽수이다. 일본칠엽수는 봄에 피는 꽃이 유백색이지만, 서양칠엽수는 붉은 색을 띤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칠엽수의 노란 이파리가 햇살에 비치면 무척 아름답다. 불규칙한 칠엽수의 잎은 가운데 것이 가장 길고 옆으로 갈수록 점점 작아진다. 이러한 칠엽수는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가을에는 황색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물든 칠엽수의 잎을 보는 순간 왜 이 나무가 낭만을 상징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낭만은 나무만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낭만'은 언제나 '고전'에 기초해야 오래 지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나무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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