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지금 목표는 생존 그자체”

  • 이은경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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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0-13   |  발행일 2012-10-13 제1면   |  수정 2012-10-13
음식점 20년 베테랑도 악전고투
하루 17시간 장사해도 기본 경비 맞추기 빠듯
“뒤로 밑지는 사람 태반” 전문성마저 없으면 필패
[자영업자 600만 시대] <중> 성공은 하늘의 별따기
20121013
대구시 동구 신천동 주택가 음식점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소비가 줄면서 곳곳에서 매출 감소로 폐업하는 음식점이 크게 늘고 있다. 음식점의 평균 생존 기간은 3.2년에 불과하다는 통계조사가 나왔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대구시 수성구 파동에서 지산골왕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는 전상우씨(49). 대학 졸업 이후 의류 유통업을 하던 전씨가 음식점을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이다. 어음에 몸서리가 나서 현금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중구 삼덕동에 차린 돌솥비빔밥집은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점심 때만 되면 음식을 먹기 위해 손님들이 50여m씩 길게 줄을 섰다. 17년 전 가창으로 이어지는 수성구 끝자락에 갈비집을 차렸을 때도 역시 대박이었다. 대구시 한방음식박람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들안길 음식 축제에서 동상까지 받은 전씨의 탁월한 요리실력도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이후로 전씨는 예전같은 대박을 경험할 수 없었다. 아니, 주위에서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한때 17명의 종업원을 두고 하루 매출 200만원까지 올리던 전씨의 가게는 지금은 맞은편 범물∼상인을 연결하는 4차순환도로 공사장 인부들의 식사를 맡아 하는 ‘함바집’으로 전락했다. 공사장 인부들의 저녁 식사가 끝나는 오후 6시 이후에는 술장사를 시작하지만 하루 한팀의 술손님도 받지 못하는 날이 수두룩하다. 오전 5시부터 밤 10시까지 가게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전씨와 아내의 인건비는커녕 임대료 월 300만원을 포함한 400만∼500만원의 기본 경비를 맞추기도 빠듯하다.

올 연말 이후면 4차순환도로 공사가 끝날 예정이고 그 때를 대비해 전씨는 최근 5천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초기 투자비만 1억5천만원이 들었다”는 전씨는 “가게를 내 놓아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으니 어떻게라도 이곳에서 계속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음식을 만들고 파는 일이라면 웬만한 노하우는 갖췄다고 자신하는 20여년 경력의 베테랑 전씨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경기불황과 치열해질대로 치열해진 자영업자간의 경쟁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전씨의 지금 목표는 ‘대박’이 아니라 ‘생존’이다.

자영업자의 ‘현실’은 ‘이상’과 거리가 너무 멀다. 자영업자로 성공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하도 자주 망하다보니 간판 가게만 돈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자영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고명자씨(48)는 2년전 수성구에 음식점을 차렸다. 창업을 위해 요리를 배우고 자격증까지 땄다. 음식만 맛있다면 손님들이 천리를 마다않고 달려와 줄 것으로 믿었다. 상권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주 메뉴를 신중하게 고를 생각도 못했다. 8천여만원을 투자한 첫 사업은 실패했다. 고씨는 “망하면 쫄딱 망한다는 말을 체험했다”며 한숨 쉬었다.

생각처럼 장사가 쉽지 않기는 정용진씨(46)도 마찬가지다.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분식점을 차린 정씨는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130만원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3명의 직원을 두고 5천원짜리 비빔밥을 배달해가며 매일 밤 10시까지 휴무일 없이 근무하는 정씨가 한달에 쥐는 돈은 200만원이 채 안된다. 월급쟁이를 때려치울 때 당장이라도 큰 부자가 될 꿈에 부풀었지만 지금은 투자금만 안까먹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인근 상가 내 대부분의 가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남는 것 같아 보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뒤로는 밑지는 장사를 하는 사람이 태반”이라는 정씨는 “자영업으로 성공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로 이 땅에서 성공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은 일단 자영업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전문성 없는 창업도 백전백패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대구, 108명당 음식점 1곳

의류점 500명·미용실 885명 불과…상당수 5천만원 미만 영세형 창업

노래방·목욕탕·슈퍼마켓 등 13개 업종
생활밀접업종 밀집도 전국평균 웃돌아

 

중소기업청의 2010년 전국 소상공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10명 중 8명은 생계 때문에 사업을 시작했다.

자영업자의 64.1%는 창업 경험이 없는 사람이고 창업 준비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도 전체의 60.4%에 이른다. 퇴직금 등을 끌어모아 만든 창업 자금은 대부분 5천만원 미만으로 대부분 영세한 생계형 창업에 나서고 있다. 점포 하나 내는 데 필요한 평균 창업비용은 6천570만원 선이다. 게다가 자영업자 대부분은 기존의 포화시장에 진입한다. 창업자의 31%는 음식점에 쏠리고 있다.

국세청이 조사한 지역별 생활밀접업종 현황(2010년)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경우 30개 생활밀접업종 가운데 노래방, 목욕탕, 슈퍼마켓, 식육점, 의류점, 음식점, 화장품 등 13개 업종의 밀집도가 전국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1곳당 인구수는 음식점이 108명, 의류점은 500명, 미용실은 885명에 불과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11년간 정보를 분석한 조사에 따르면 월급쟁이가 퇴직 후 창업을 한 경우 평균 소득은 16%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창업 직전 1년 동안 평균 3천355만원 벌던 사람들이 창업 후엔 연평균 2천811만원의 영업 이익을 올린 것.

병원·약국 등 일부 전문직종의 소득이 창업 이후 증가해 평균을 끌어 올린 측면을 감안하면 대다수 업종에서 평균 50% 이상 소득이 감소했다. 의류·잡화점(-37%), 편의점 등 소매업(-26%), 이미용실(-19%)로 갈아타는 경우 소득 감소폭이 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사업자의 평균 존속기간도 3.4년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학원·교육 서비스가 가장 짧은 3.0년을 보였으며 음식점은 3.2년으로 평균을 밑돌았다. 또 창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3년 이내 퇴출됐다. 10년 생존율도 24.6% 불과했다. 2명 중 1명은 3년 안에 가게를 접는다는 얘기다. 휴·폐업이 가장 많은 시기는 창업 후 1∼2년 사이로 17.7%를 기록했다. 실제로 점포를 시작한 지 6개월도 안 돼 퇴출되는 비율도 7.5%나 됐다.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 중개업 등 부동산·건설 관련 업종이 2.4년으로 가장 짧았다. 최근 10년 동안 업체 수가 연평균 14% 증가한 보습학원도 평균 생존 기간(3년)이 짧았다. 편의점·음식점·주점 등 별다른 기술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자영 업종일수록 생존 기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대부분의   개인사업자는 경쟁 확대와 매출 부진에 임대료 상승까지 겹쳐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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