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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로만 전해져 오는 황룡사 대종을 이번엔 찾을 수 있을까. 장기항과 감포항 사이 포항∼경주 경계지역의 수심 25m 해역에 높이 2m가량의 청동금속 물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 이후, 경주시와 문화재 관계자들은 잔뜩 들떠 있다. 경주시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발굴 탐사에 나선 사실을 지난 1일 공개하고, 이 금속물체가 ‘황룡사 대종’이나 ‘감은사 대종’일 가능성이 있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황룡사 대종 발굴이 이뤄지기는 1997년 이후 16년 만이다. 현재의 발굴탐사 지점보다 10여㎞ 남쪽인 문무대왕릉 주변해역에서 이뤄졌으나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삼국유사는 신라 경덕왕 때인 754년 황룡사 대종을 주조했으며, 길이가 1장3치, 두께 3치, 무게 49만7천근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성덕대왕신종(18.9t)의 5배 넘는 거대한 규모다.
대종천(大鐘川)도 황룡사 대종과 무관치가 않다. 1238년 황룡사를 불태운 몽고군이 하천을 통해 대종을 원나라로 옮기려다가 바다에 다다라 배가 침몰하면서 대종도 사라졌으며, 그 후 이 하천을 대종천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지금도 파도가 높은 날 바다 한 가운데서 종소리가 울린다는 전설이 있다. 왜구가 감은사의 대종을 옮겨가려다 빠뜨렸다는 다른 설화도 전해온다.
우리나라 범종은 외형적 감각이 뛰어날 뿐 아니라 장중한 음색이 일품이다. 지금은 울리지 않지만 상원사 동종이나 성덕대왕 신종의 소리로도 확인할 수 있다. 종 윗부분의 음관과 종 아래 울림장치인 반원형의 명동(鳴洞)이란 특이한 구조 때문이다. 지하와 지상으로 소리를 뽑아내면서 고주파는 빨리 사라지지만 저주파는 살아남아 여운을 남긴다. 신라 범종이 유달리 큰 이유는 이 때문이다.
성덕대왕 신종의 장중하고 맑은 소리의 비밀은 고주파가 사라지고 난 다음 나타나는 저주파 때문이다. 성덕대왕 신종보다 5배나 큰 황룡사 대종은 어떤 신비의 소리를 냈을까. 오래전 황룡사 대종의 종소리를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한 한 연구소는 인간이 듣기 힘든 20Hz 이하였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심음(心音)이 서라벌에 울렸다니…. 박경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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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황룡사 대종](https://www.yeongnam.com/mnt/file/201305/20130507.010310707310001i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