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가게’ 자판기사업이 떴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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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5-10   |  발행일 2013-05-10 제35면   |  수정 2013-05-10
동전·지폐 넣으면 기름 채우고…노래하고… 빨래하고…세차하고…

◆셀프웨딩·제품스튜디오

큐브스튜디오는 사진·공간·사람을 모토로 사진가와 건축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감성문화공간을 지향한다. 큐브스튜디오 역시 아이숲과 마찬가지로 고객에게 촬영공간을 대여해 주거나 사진가가 직접 촬영을 해준다.

하지만 이곳은 베이비 포토는 물론 모델, 웨딩, 커플, 쇼핑몰용 제품을 촬영할 수 있는 장소다.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 달구벌대로변에 위치한 큐브스튜디오는 99㎡(30평) 규모에 복층구조다. 천장높이가 4.4m로 꽤 높은데다 2층에 큐브박스를 설치해 독특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얼마 전 영화 ‘늑대소년’촬영스태프가 이곳에서 모 회사의 의료기기제품을 촬영한 적도 있다.

박정민 큐브스튜디오 대표는 “큐브는 빌딩 3층에 자리 잡아 여름에 가로수의 녹음을 배경으로 촬영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정민씨는 인터넷에서 ‘대박정민’이란 닉네임을 가진 유명한 스냅포토그라퍼다. 큐브에서도 침대를 비롯해 텐트, 의자, 인형, 옷 등 다양한 소품을 구비해 놓았다. 1시간 대여료는 5만원이며 2시간 대여료는 7만원이다.

지난 2일 연인과 함께 큐브스튜디오를 찾은 김정수씨(30)는 “인테리어가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라 사진이 잘 나올 것 같다”며 “야외에서 촬영하는 것도 좋지만 여자 친구와 둘만의 시간을 실내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주인 없는 가게’ 자판기사업이 떴다
박시하 24시간 무인셀프빨래방 대표가 고객의 빨랫감을 정리해주고 있다.


◆셀프빨래방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성서캠퍼스 동문에 위치한 셀피아는 24시간 무인셀프빨래방이다. 고객이 언제든지 빨랫감을 들고 와 세제자판기에서 세제, 린스, 섬유유연제 등을 선택한 다음 자동세탁·건조기에 넣고 빨래를 하는 방식이다. 단 건조는 선택사항이다.

출입문과 세탁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 출입자를 확인할 수 있다. 셀피아에서는 드라이클리닝이 불가능하고 오직 물빨래만 가능한 게 특징이다. 빨랫감 13㎏는 3천원, 이불빨래는 4천500원 정도 한다.

박시하씨(34)는 3년 전 이곳 대학가 부근 원룸 밀집촌에 무인빨래방을 개업했다. 박씨가 하는 일은 1~2일에 한 번 빨래방에 들러 청소를 한 다음 세제자판기에 세제를 채우고 동전을 회수하거나 자동세탁기에서 지폐를 꺼내는 일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고객은 대학생, 독신자, 유학생, 외국인근로자가 대부분이다. 가끔 부피가 큰 이불빨래를 하러 오는 주부도 있다.

지난 3일 달서구 상인동에서 무인빨래방을 찾은 김지석씨(40)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카펫을 더럽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카펫의 부피가 커서 집에서 세탁하기가 불편하고, 대용량세탁기에 고온세탁·살균·건조까지 한꺼번에 할 수 있어 두 달에 한 번꼴로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박씨가 빨래방에 투자한 금액은 대용량세탁기 및 건조기 구입비 3천만원과 인테리어비용 1천여만원 정도. 지난 겨울에는 1달에 300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박씨는 빨래방 운영 외에 인터넷쇼핑사업도 하고 있다.

그녀는 “3년 전 커피숍을 하다 자판기사업을 생각하게 됐다”며 “대구지역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약 10개의 무인빨래방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셀프주유소

셀프주유소는 일종의 기름자판기다. 지폐나 신용카드로 원하는 종류의 기름을 선택한 뒤 운전자가 직접 자신의 차에 기름을 넣는 방식이다.

셀프주유소가 한국에 첫선을 보인 해는 2003년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셀프주유소는 고유가 영향으로 10년 만에 한국에서 1천개소를 돌파했다. 2007년 59개소에 불과했던 셀프주유소는 2007~2012년 연평균 340%라는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에 1068개소를 기록했다.

대구에선 올 4월까지 64개소로, 지난해에만 31개소가 생겨났다. 주유소는 줄고 있는데 비해 셀프주유소는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보름 전 일반주유소에서 셀프주유소로 바꾼 최기환 담티주유소 대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선 90% 이상이 셀프주유소다. 아르바이트생도 구하기 힘든 데다 가격경쟁력이 있고, 정부도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큰 맘 먹고 바꿨다”면서 “처음엔 서툴겠지만 주유한 양을 고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어 곧 현금자동인출기처럼 익숙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남 <주>S-OIL 대구지사장은 “서울과 부산만 해도 셀프주유소를 꽤 많이 찾아볼 수 있다”며 “대구가 보수적이라 그런지 셀프전환이 다른 대도시에 비해 늦은 편”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면 일반주유소보다 매출이 20~30%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어 이를 바탕으로 설비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셀프노래방

“술, 여자, 담배는 일절 없습니다. 오직 즐겁게 노래만 부르다 가면 됩니다.”

셀프노래방인 통통동전노래방을 운영하는 최영근 대표의 말이다.

최 대표는 “셀프노래방은 퇴폐하곤 거리가 멉니다. 공간을 거의 오픈시켰습니다. 그러니까 건전하지요. 가족, 연인, 친구와 부담 없는 가격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라고 셀프노래방 예찬론을 폈다.

셀프노래방은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천원당 4곡의 노래를 할 수 있다. 노래방 안에 음료수자판기가 설치돼 있고 흡연실은 따로 마련돼 있다. 하지만 셀프빨래방과 같이 무인으로는 운영이 어렵다. 고객이 나가면 금방 청소를 해야 하고, 흡연이나 술반입 등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셀프노래방을 주로 찾은 고객은 대학생이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초·중·고교생까지 확대됐다. 영남대(4개), 경북대 북문(3개), 계명대 동문(6개), 동성로(5개) 등 대학가나 시내에 많다. 통통동전노래방 체인의 경우 9호점까지 냈다.

최 대표는 “약 10년 전 대구에서 처음 동전노래방을 개발했지요. 서울, 부산에는 동전노래방이 없었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동전노래방을 수출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동전노래방이 이미 대구지역 시장에 포화상태라고 주장하는 업주도 있다. 신상오 유동전노래방 대표는 “3년 전까지는 그럭저럭 운영이 됐는데 지금은 장사가 잘 안 된다”며 “10군데 중 2~3곳은 문을 닫을 형편”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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