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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잡지에 맞서 자잘하면서도 자기만의 행복을 즐길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독립잡지가 요즘 많이 등장하고 있다. 대구에서 발행되고 있는 독립잡지류를 한곳에 모아봤다. |
Q : 다음 단어들의 공통분모를 찾아보세요
사각지대, 대안, 자립, 인디, 저예산, 지역, 로컬, 지방, 골목, 쿨, 언더그라운더, 홍대 앞, 버스킹, 도깨비, 유목민, 벼룩시장, 문화발전소, UFO, 창고, 문화게릴라, 독백, 돌직구, 불금, 테이크아웃, 파괴, 골방, 배낭여행, DIY(Do It Yourself), 재활용, 사회적기업, 문화복덕당, 수다방, 탈장르, 유비쿼터스, 좀비, 원맨밴드, 1인기업, 통섭, 혼성모방, 하이브리드컬처, 뉴요커, 멀티플렉스, 무전여행, 헝그리정신, 친환경, 퓨전, 힐링, 공공프로젝트, 무정부주의, 생활예술, 파티, 토크쇼, 포트락, 공존, 너머, 인문학콘서트, 미술관 옆 박물관, 옥상정원, 시민대통령, 해방구, 하위상달, 팝아트, 짐승, 도발, 가벼움, 호작질, 전방위, 저예산, 폐인….
A : 정답은 ‘독립’
◆ 대구독립잡지를 찾아서
100년 전엔 ‘독립신문’.
이젠 ‘독립잡지’가 자유를 목이 쉬도록 외친다. 그때 독립과 지금 독립은 서로 맛이 다르다. 예전 독립의 기조는 무거웠다. 지금은 한없이 가볍고, 어른보다 젊은이의 전유물이다. 독립잡지는 모두의 얘기보다는 자기 얘기를 자잘하게 고백한다. 일본이 국권을 침탈했을 때보다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무직(無職)’이 더 겁이 난단다. 유명예술이 아니라 ‘무명예술’을 주창한다.
그럼 대구는 어떨까.
다들 문화적으로 케케묵고 답답한 도시로 본다. 하지만 대구, 그리 간단한 도시는 아니다. 국채보상운동, 10·1사건, 2·28학생의거, 인혁당 사건 등에서도 나타나듯 이념적으론 매우 급진적이었다. 80년대 대구는 현대미술의 가장 강력한 실험공간. 소극장 무대는 물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음악다방과 주점과 나이트클럽이 북적댔다. 1% 아쉬웠다.
대구의 본격적 독립문화운동은 언제부터 터져 나왔을까.
1980년대 대구 문화계의 이단아였던 김성익씨는 ‘열린공간Q’를 앞세우고 전위문화를 흡수해 나간다. 전국의 굿문화를 공연형식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90년 10월 남구 대명동 계명전문대 근처에서 태동한 ‘예술마당 솔’을 주목해야 된다. 전국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전국민족극한마당’ ‘한국독립영화제’ ‘한국미술사시민강좌’ ‘우리 것을 찾는 문화답사마당’의 흐름을 월간 소식지 솔이 오롯이 담는다. 인기를 얻어 한때는 구독자가 4천여명이나 됐으며, 이젠 700부를 찍어낸다. 2005년엔 추진력을 잃고 잠시 해체 논란기를 거친 뒤 기사회생했다. 2011년 봉산문화거리에서 중구 서문로로 거처를 옮겨갔다.
91년 지역의 문화독립군은 환경에 눈을 뜬다. 그해 영남대 영문과 김종철 교수가 ‘녹색평론’이란 잡지를 통해 ‘에코토피아’를 외친다. 마이미스트 조성진씨는 거리축제운동을 전개한다. 92년쯤 지역에 아주 그로테스크한 복합문화공간이 태동한다. 미술을 전공한 문화게릴라였던 최재정씨가 주도한 독립카페 같은 ‘쟁이’가 대구YMCA 근처 어둑한 골목 안에서 생겨난다. 당시 튀는 젊은피에겐 ‘문화해방구’였다.
우후죽순, 팔색조처럼 돋아나는 지역의 다양한 독립문화 현상을 제도권은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대안매체가 필요했다. 독립군·게릴라끼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잡지가 필요했다. 전국적으로는 ‘페이퍼(PAPER)’가 잡지족에게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이 무렵 삼덕동 인디카페 ‘바바루’ 등을 축으로 활동하던 클러버들의 생각이 담긴 독립잡지 ‘이카루스’ ‘파인더’ 등이 출현한다.
2000년 전국 네티즌을 놀라게 한 ‘대안문화포털사이트’가 대구에서 태동한다. 바로‘이놀자’(www.enolja.com)였다. 이놀자는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용 잡지인 ‘이놀자매거진’을 펴낸다. 뒤이어 2003년 8월 캐나다 유학 중 거리의 무가지 신문에 감동을 받은 안진희씨가 주도한 문화신문 스타일의 독립잡지인 ‘안(AN)’이 미주알고주알 대구 사각지대 문화예술 흐름을 탐지해 내는 본격적 독립잡지로 각인된다. 후원자까지 생겼다. 하지만 안은 2008년 초반 조용히 문을 닫는다.
이후 4년여간 대구에는 시전문지 ‘시와반시’와 ‘낯선시’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만한 독립잡지 흐름이 감지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다양한 독립잡지군이 형성된다. 지역 대학생을 위한 문화잡지인 ‘모디’, 지역 외국인을 위한 가이드매거진 구실을 하는 ‘콤파스(Compass)’, 전국의 인디미술가를 위한 ‘브라켓(Bracket)’, 온·오프라인을 통해 지역 20~30대를 겨냥한 문화패션잡지 ‘피푸(PiPu)’, 한 가지 주제를 3명의 에디터가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무형식문화잡지 ‘3EGO’, 지난 3월에는 원페이지잡지인 ‘월간 순수’, 지난해 12월 창간돼 지역 20대의 욕구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는 ‘WANNA’, 대구발 독립패션지인 ‘The ICON’, 특이하게 섹슈얼판타지를 추구하고 있는 ‘ERO-ZINE’ 등이 있다.
최근 대명동 문화공연거리에 독립잡지 전문 동네서점인 ‘더 폴락(Pollack·명태)’이 생겼다. 자기만의 색깔과 메시지가 있는 이들의 흔적을 두루 살펴봤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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