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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발행되는 독립잡지 120여종을 취급하고 있는 대구시 남구 대명동 독립잡지 전문 동네서점인 ‘더 폴락’의 내부전경. 가끔 인디밴드 공연과 파티 등을 펼친다. |
대구시 남구 대명3동 계명네거리 소극장 거리로 간다.
지난해 10월 다섯 명의 기센 여자(최성, 손지희, 허선윤, 김수정, 김인혜)가 이 근처 골목에 차린 이상야릇한 동네서점을 만나기 위해서다.
독립출판물 전문인 ‘더 폴락(THE POLLACK)’이다. 폴락은 ‘명태’란 뜻. 서점이름은 폴락, 이들 모임이름은 명태이다.
일반 잡지와 서적류는 취급하지 않는다. 현재 서울과 부산 등 전국에 이런 성격의 서점이 6군데 있다. 대구에선 첫 독립잡지 전문서점이다.
이들의 경영목표는 ‘사리사욕 충족’.
독립군답다. 모두 서른살 동갑이다. 서점을 하기전에는 호러영화제에 관심이 있었다. 자꾸 만나 커피를 먹으려고 하니 돈이 장난이 아니었다. 밤새도록 웃고 얘기할 수 있는 아지트가 필요했다. 그게 명태가 된 것이다. 한때는 오렌지 주스를 직접 만들어 팔는 ‘오렌지 레인지’라는 노점도 꾸려봤다.
명태가 하나도 버릴 것 없는 다용도이듯 이 서점도 그렇다. 일단 다섯 친구의 ‘수다떨기방’이면서 커피숍과 토론방, 공연장, 전시, 영화제 등까지 커버할 거란다. 복합적 기능 때문에 명태라 했다.
그런데도 나이든 동네사람은 여기가 한없이 낯설다. 어떤 사람은 아직도 철없는 가시나 여럿이 모여서 커피 파는 만화방인 줄 안다.
이들 중 4명은 계명대 디지털영상학과 출신. 2010년 직후 홍대 앞 ‘유어마인드(YOUR MIND)’라는 독립잡지 서점과 ‘스트리트 H’란 홍대 동네잡지가 이들을 자극했다.
현재 전국에서 나온 120여종의 잡지를 팔고 있다. 가격대는 1천~3만원, 평균 1만원선이다. 어떻게 보면 아주 유치한 드로잉 작품부터 환상·공상을 너머 망상수준의 자기도취적 디자인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책을 일별해봤다. 일부는 잡지라기보다는 앙증맞은 포켓북, 아니 팬시용품 같았다. 스티커 수준의 디자인북 스타일의 책도 있었다. 부산의 ‘From the books’란 책방을 운영하는 ‘그린그림’에서 펴낸 ‘ZOO’, 계명대 사진과에서 만든 외국작가들의 사진을 한데 모아놓은 ‘ZERO ONE’, 한국예술종합학교 안규철 교수가 직접 만든 ‘안규철 TABLE 43’ , 친환경 콩기름으로 인쇄한 ‘GREEN MIND’, 냄비 받치기에 딱 맞은 판형인 ‘냄비받침’, 가난뱅이를 위한 서바이블 지침서 같은 ‘록셔리’, 혼자서 펴낸 ‘월간 잉여’ 등이 주목을 받는다.
특히 ZERO ONE 최근호는 200㎏ 안팎의 고도비만 남녀의 누드를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록셔리 내용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자칭 ‘백수처럼 살아가는 문화게릴라’로 불리는 현영석씨가 혼자 기획·취재·편집을 한다. 현씨는 돈이 능력이고 소비가 미덕인 세상에서 가난뱅이를 위한 잡지를 만들고 싶었단다. 어느날 은행에서 봤던 럭셔리란 잡지에 열받아 대항마로 펴낸 잡지란다. ‘88만원세대를 위한 유쾌한 노숙여행’에서 우유팩을 재활용해 만든 우유팩욕조에서 샤워하는 광경은 너무나 통괘한 웃음과 짜릿한 해방감을 안겨준다.
소량으로 펴내다 보니 보기보다 가격이 센 편이다. 미디어버스에서 출간한 미술관련 잡지인 ‘언 퍼킹 리어(UN FUCKING REAR)’는 3만원. 잡지를 보면서 청년의 ‘발상의 기발함과 엉뚱함’이 뭔가를 느껴본다. 내용도 특이하고 아기자기하고 신선하고 판형도 제각각이란 게 특징. 폴락은 파티도 하고 공연대관도 해준다.
매주 화·목요일은 휴무. 대명3동 2132-8번지. 010-5050-0443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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