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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한푼 받지 않으면서도 지역 대학생들의 등불이 되겠다는 각오로 모디를 만들고 있는 성동현 발행인(오른쪽)과 김애란 편집장. |
‘모디’를 모르면 지역 대학생이 아니다.
모디란 ‘모여라’란 뜻의 경상도 사투리. 사전적으로는 ‘닳지 않는’이란 의미도 갖고 있다. 지난해 5월 ‘대학생 문화잡지’란 기치를 내걸며 창간호를 냈다. 판형은 B5(182X257㎜) 64쪽. 과감하게 유가지(3천원)를 선언했다. ‘지역 대학생들이 그들의 시각으로 문화를 다루는 최초의 캠퍼스 독립잡지’로 평가받는다. 신문방송도 주시했다. 기존 대학신문 수준을 능가하는 기획력 때문이다. 요즘 대학생의 속맘도 고스란히 감지할 수 있다.
◆톡톡 튀는 콘텐츠…14호까지 매번 화제
일단 콘텐츠가 튀고 탄탄하다.
지금까지 모두 14호를 냈는데 그중 가장 인기가 좋은 건 ‘그 남자 그 여자의 이별 방법’이란 적나라한 연애상담 코너. ‘머라카노’란 경상도 사투리 코너도 대박이다. 경상도 사람도 잘 모르는 ‘초강력 사투리’를 만날 수 있는데, ‘갱상도 사투리 갤러리’라는 제목의 게시글 형식의 레이아웃으로 기사를 담아낸다.
지난 3월호는 파격적 기획이 돋보였다. ‘모디 청춘들과 만나다’란 주제로 길에서 무작위로 만난 100인 청년과의 인터뷰만 전재했고 이를 10분 분량의 동영상으로 만들어 지역 방송에서 소개했다.
자취생을 위한 요리가이드도 꼼꼼하게 내보내다가 느닷없이 군대 간 남자를 기다리지 못하고 고무신을 바꿔 신는 애인의 심리를 쌍방향으로 기획보도한다. 때론 지역 대학교 기숙사 사각지대를 침투하기도 하고 지역 먹자골목과 젊은이 거리를 직접 발로 뛰어 맵까지 그려준다.
처음에는 다들 자신이 없었다. 1년만 해보고 문을 닫자는 각오였다. 자원봉사 대학생들이 기자 역할을 했다. 모두 무료봉사였다.
◆어떻게 만들었지
경북대 복지관 3층 열린글터.
모디를 편집하는 총사령부다. 뚝심 강해 보이는 경북대 법학부 출신의 성동현씨(31)가 발행인이다. 경북대 철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애란씨는 전자편집에 경험이 있어 편집장을 맡는다.
이 밖에 경북대를 비롯한 지역의 각 대학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31명의 대학생이 무료로 돕는다. 경북대 12명, 계명대 8명, 대구대 1명, 가톨릭대는 3명, 영남대 6명, 국민대 1명.
지난해 3월 뜻을 같이하는 6명(성동현 김애란 정중근 김희영 변찬준 김은후)이 먼저 잡지 발기인으로 모여서 머리를 맞댔다. 대학생들에게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잡지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어떤 걸 취재할까.
시장분석을 했다. 지역의 일간지도 자신들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자신들끼리 향유할 수 있는 매체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대학신문은 학교소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친다. 대학생이 접근하기 어려운 문화사각지대와 대학생과 밀접한 사회트렌드를 심층분석하기로 한다.
제작비는 200만원 안팎. 발행하는 부수는 1천500~2천부. 커피숍인 다빈치·하바나·익스프레스 전 지점을 비롯해 대구·경북 100여군데를 지정배포처로 설정했다. 교보문고에서는 판매도 한다.
잡지 관계자들은 모디의 출현에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다들 무가지로 가는데 프로도 아닌 모디가 뭘 믿고 유가지로 가는지 의아해 했다.
“영남일보에서 저희를 취재했는데 그걸 읽은 교보 대구지점장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잡지를 비치하겠다는 거예요. 창간한 지 석달 만이었어요.”
성 발행인은 그날만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두 주먹을 불끈 거머쥔다. 교보에 30부가 깔리는데 평균 20부가 팔린다. 지인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이 단지 모디의 내용만 보고 구입해갔다. 꽤 인지도를 갖고 있는 대전 지역의 문화지인 토마토 관계자도 모디의 저력에 박수를 쳐주었다.
모디는 청년백수와 취업 등에 너무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직장보다, 스펙쌓기보다 ‘하고 싶은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모험정신을 갖고 도전하는 별난 대학생들에게 중점을 뒀다.
새로운 방식의 웨딩비디오 제작에 도전하는 문화기획사 ‘레인메이커’의 이만수 대표, 도시농업에 도전한 ‘희망토마을’의 서종효씨, 대구대 국어국문학과에 다니면서 현대 HCN금호방송 작가로 활동중인 최현지씨, 새로운 방식의 ‘소셜콘서트’를 기획한 메이커스의 우상범 대표(경북대 건축학과), 3GO콘서트, 코앞 콘서트 등 대구 버전의 홍대인디문화를 보급하고 있는 온문화 주효준 대표(경북대 중어중문학과) 등을 다뤘다.
영남대 영어영문학과 이승지씨는 사진팀에 합류했는데 모디 내 최초 사진기자만의 감성코너인 ‘감성 스튜디오’를 꾸려간다. 경북대 영문학과에 재학중인 변찬준씨는 모디의 행동대장으로 기자는 물론, 편집과 마케팅 등까지 도맡고 있다.
◆모디는 지금 고전 중이다
김애란 편집장은 모디를 이렇게 분석한다.
“모디의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둘러보니 우리가 즐길 만한 잡지가 없더라고요. 몇몇 잡지가 있지만 20대를 하나로 묶지는 못해요. 수창동 대구예술발전소, 범어아트스트리트, 대구미술관, 대구문화재단 등을 보면 나름 참신하지만 20대 젊은층이 접근하기 어렵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모디가 얼마전 설문조사를 해봤다. ‘문화공연 관련 정보를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을 했다. 대다수 현수막을 보고 안다고 했다. 매체가 흘러넘침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는 정보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이런 현실이 모디를 존재하게 한다.
매달 편집회의는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무렵. 모디는 모두 4개팀(사진 취재 편집 마케팅)으로 짜여져 있다. 발행은 매달 1일. 5주 단위로 움직인다. 1주차는 기획, 2~3주차는 기획 및 취재, 4주차는 편집, 5주차는 인쇄 및 배부.
여전히 적자구조다. 발행인과 편집장조차 월급과 활동비가 없다. 모디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브랜드가 있지만 돈받는 취재는 거부한다. 특정업소 두둔하는 기사도 멀리한다. 편집의 독립을 위해서다.
유가지로 가는 이유는 그렇게라도 해야 재투자를 할 수 있고 더 노력할 수 있고 자존감도 높여주기 때문이란다. 작년에 대구시 청년창업관련 사업에 선정돼 조금 지원받았으며, 클라우드펀딩을 통해 시민의 동참도 이끌어내고 있다. 아직 프로잡지의 고급 기술에는 못미치지만 그들의 편집열기만은 프로를 긴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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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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