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잡지의 에너지 분출시킬 수 있게 ‘만권당 프로젝트’ 부활시켰으면”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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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8-23   |  발행일 2013-08-23 제35면   |  수정 2013-08-23
■ 만권당과 독립잡지의 궁합
“독립잡지의 에너지 분출시킬 수 있게 ‘만권당 프로젝트’ 부활시켰으면”
만권당 프로젝트는 흩어진 지역 문화예술 전문가를 좋은 책을 매개로 불러들인‘대구발 자립형 문화기획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4월말 1차 활동을 끝내고 2차 프로젝트를 위해 준비 중이다.

독립잡지와 궁합이 맞는 공간은 어딜까.

중구 수창동 옛 연초제조창 부지에 들어선 ‘대구예술발전소’가 아닐까.

특히 지난 봄 이 공간에서 참으로 독립스러운 프로젝트 하나가 태동된다. 일명 ‘만권당(萬卷堂) 프로젝트’. 만권당은 고려의 충선왕이 고금의 수많은 진서를 수집한 뒤 원나라에 세운 학술 연구기관이자 독서당이다.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 남평문씨 세거지에 있는 대구판 만권당인 인수문고에서도 많이 벤치마킹했다.

독립서점 구실을 하는 수성구 물레책방 대표 겸 독립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인 장우석씨가 만권당 아이디어를 론칭했다. 이제 우주의 모든 지식과 영역이 인드라망으로 공유되는 유비쿼터스시대. 그래서 독불장군도 없고 모두 다른 영역의 도움을 받아야 윈윈할 수 있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신개념 독립문화공간이 절실했다. 인문·사회·자연과학의 고전과 각 분야 전문가를 학습적 공간이 아니라 카페 같은 자유로운 담론이 가능한 공간에서 원스톱으로 만날 수 있게 일을 벌인 것이다. 인문학 담론이 가능한 ‘만권당 카페’가 생겨났다. 물론 독립잡지 편집자들한테도 희소식이었다.

만권당은 음악, 영화, 소설가, 만화가, 사진가 등의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을 초대한 프로젝트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퓨전강의’의 신모델로 제시된 게 ‘만권강(MANGWONGANG) 프로젝트’다.

기존의 도서관이나 열람실과는 달리 북카페 형식으로 운영했다. 개인적이면서 공공의 공간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공동 프로젝트 및 워크숍을 위한 만남과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게 했다. 독립잡지는 물론 건축, 미술, 음악,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도서와 전문 학술지까지 볼 수 있게 했다. 차 한잔으로 고상한 호사를 만끽할 수 있었다.

▨ 만권당 프로젝트 총괄기획 장우석씨 일문일답

-시민의 반응은.

“이례적이었다. 서울과 대구라는 지역이 협업해서 진행했던 것이고 책을 매개로 예술가들이 만났다. 기존의 폐쇄적인 예술 경향에서 벗어나 작가들의 교류의 장으로 작용했다. SNS를 주 홍보수단으로 삼은 게 성공포인트였다.”

-만권당 프로젝트를 나름 평가한다면.

“젊은 예술가 가운데 실력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분들을 중점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했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라는 여론이 많았고 예술가들 스스로도 회의감이 있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문화예술종사자들의 의심이 존재했고 난항도 있었지만 프로그램이 충분히 의미가 있고 흥행이 되어서 가능성을 보게 됐다. 물론 제작 공간과 작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적네트워킹이 중요하다. 외롭게 작업하는 작가들을 모아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 후속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는가.

“현재는 휴면기다. 이후 프로젝트에 내가 관여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예술발전소의 공사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확답을 드릴 수 없다. 만권당은 예술가를 소개하는 일회성 강좌가 많았기 때문에 이제는 예술가들을 깊게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을 생각 중이다. 싱어송라이터를 초청해서 시민들의 사연을 노래로 만들 수 있는 자리를 마련 중이다.”

◆ 취재후기

만권당 프로젝트는 다시 살려야 된다. 막 발돋움을 시작한 독립잡지가 물고 있는 그 엄청난 에너지를 소진시켜서는 안되고 만권당 같은데서 끌어안아야 된다. 책과 잡지, 신문과 방송, 영화, 그리고 문화예술공간을 전문가와 실시간으로 허브망으로 이어주는 일을 만권당이 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할 필요가 있다. 누구의 일이 아니라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독립잡지 & 만권당 윈윈전략이 아쉽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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