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대구의 침체와 경북의 도약이 극명히 대비됐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종합 2위에 올랐던 대구는 올해 순위가 무려 9계단이나 하락했다. 대구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2003년 제84회 대회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해 대회에서 대구는 개최지의 이점을 살려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지만, 올해는 느슨한 선수단 운영에다 여러 악재까지 겹쳐 당초 목표했던 8위에 한참 못미친 채 씁쓸히 체전을 마감했다.
반면 경북은 고등부와 대학부, 실업팀의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당초 목표인 종합 4위를 무난히 달성했다. 경북체육회는 “수도권인 경기도와 서울의 1, 2위 독식은 이미 굳어져 있는 데다 인천이 수도권이면서 개최지 혜택을 입어 3위에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체전에서 경북은 사실상 전국 최고의 성적을 낸 셈”이라고 자평했다.
◆예상 넘은 대구의 하락
예상 수준을 뛰어넘는 대구의 몰락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무엇보다 대구체육을 이끄는 각 기관 수장들의 무관심이 경기력 저하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시체육회 회장인 김범일 시장은 지난 18일 가진 시체육회 임원 등과의 만찬자리에서 “이제 많은 돈을 들여 실업선수에게 의존하는 시·도 간 순위경쟁은 의미가 없다. 꿈나무 육성만 잘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지역 체육계 관계자는 “김 시장의 발언은 원론적으로 맞는 얘기로 들릴 수 있으나, 지역의 실업팀이 활성화되지 않고서는 학교체육도 발전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쉽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시체육회 회장단의 소극적인 행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의 경우 체전 개막식 당일 시장이 주최하는 만찬자리에만 참석한 후 곧바로 대구로 내려가 체육인들을 의아하게 했다. 이는 체전 기간 내내 인천에 머물면서 성적을 점검하고 경기장을 찾아 선수를 격려하는 도체육회 상임부회장과 너무도 다른 행보였다.
대구는 선수관리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체조 5관왕을 차지하며 최우수 선수로 뽑힌 성지혜(대구체고)가 갑작스레 출전을 거부한 데다, 소년체전 5관왕이었던 윤나래(대구체고)마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해 전체 성적에서도 큰 타격을 입었다. 학교나 협회, 시체육회 모두 사전에 이런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체전이 개막하고 나서야 우왕좌왕한 것은 깊이 반성해볼 일이다.
대구
체육회 회장단 등 무관심
경기력 저하로 이어져
선수관리 허점 많고
0점짜리 종목도 수두룩
경북
회장단·임원 등 적극적 응원
기초종목 육상·수영 선전
트라이애슬론 장윤정 투혼
선수단 사기 크게 높여
더불어 지난해 기대이상의 성적을 냈던 고등부에서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도 성적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시체육회는 “선수를 지도하는 학교팀 체육교사 다수가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운영 및 심판요원으로 차출되는 바람에 마지막 정리훈련에 미흡했던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구는 종목별로도 편차가 심했다. 특히 검도, 당구, 산악, 체조, 축구, 야구 등에서 0점을 기록해 발목이 잡혔다. 반면 보디빌딩, 댄스스포츠가 종목별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궁도, 소프트볼 등에서의 선전이 위안이 됐다.
◆이유있는 경북의 도약
경북은 대구와 달리 선수 및 코칭스태프 외에도 체육회 회장단과 임원, 도의회 및 교육청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에 힘입어 더욱 신바람을 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전국 지자체 수장 중 가장 먼저 선수단을 찾아 사기를 북돋웠고, 도체육회 임원부인과 도의원들도 경기장을 직접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특히 최억만 상임부회장을 비롯한 체육회 임직원과 경기단체 관계자 등은 매일 아침 대책회의를 열어 경기력 향상과 선수 응원 등에 관한 전략을 짰다.
경북은 지난해 9위에 그쳤던 고등부에서도 경북체고 등의 활약에 힘입어 올해 4위까지 도약해 목표 달성에 힘이 실렸다.
경북은 종목별로도 비교적 고른 강세를 보인 가운데 기초종목인 육상과 수영의 선전이 돋보여 의미를 더했다.
특히 육상에서 총 38개(금 11·은 15·동 12)의 메달을 따내며 전체 종목 중 최다득점(3천909점)을 올림으로써 탄력이 붙었다. 또 취약종목이던 수영도 금 6개를 따내며 중위권으로 도약해 발전 가능성을 보였다.
종목 1위를 럭비(1천893점)와 사전경기 우승을 차지한 배드민턴(1천658점)도 경북에 큰 힘을 실어줬으며, 한국신기록 등을 수립한 롤러를 비롯해 핀수영, 복싱, 레슬링, 역도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이외에도 지난해 부진했던 배구와 볼링, 사격 등이 선전을 펼친 점도 고무적이었다.
더불어 상주시청 사이클팀이 지난해 불의의 사고를 딛고 금 1개와 동 1개를 따내며 부활하고, 경주시청 장윤정이 트라이애슬론 경기에서 부상투혼을 발휘해 완주한 것 등도 경북선수단의 성적과 사기를 크게 높인 요인이었다.
팀별로는 위덕대 축구, 영남대 야구, 경북관광고 정구, 경산여고 테니스, 김천시청 농구, 경산고 럭비 등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했다.
하지만 상위 입상이 기대됐던 문경공고·문경시청 정구와 영남대 축구, 경북체육회 하키 등의 부진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 종목별로는 소프트볼·당구·산악·댄스스포츠에서 전혀 득점하지 못하는 취약성을 드러냈다.
한편 김 도지사는 체전 폐막일에 경북도선수단에 축하전문을 보내 “선수·임원이 혼연일체가 돼 경북의 자존감을 드높이고 도민의 사기를 북돋우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고 격려했다.
허석윤기자 hsy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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