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스마트폰 왕따’ 시달린다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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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2-03 07:33  |  수정 2014-02-03 08:31  |  발행일 2014-02-03 제6면
그룹채팅 소외·와이파이 셔틀·게임 아이템 강매 유도…
20140203

초·중·고생 10%
스마트폰 왕따 경험
폰 메신저 통한
언어폭력행위 고통

대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최모군(14)은 최근 휴대전화 요금제를 11만원에 달하는‘무제한 데이터 통신요금제’로 바꿨다. 이는 평소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힌 같은 반 친구 3명의 강요에 의해 마지 못해 이뤄졌다.

이들 문제아 친구들은 최군으로 하여금 값비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등록게 한 뒤, 핫스팟 기능(스마트폰을 모뎀화시켜 다른 기기들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이용해 정작 자신들은 무료로 인터넷을 사용했다. 최군은 학교에서 이른바 ‘와이파이 셔틀’(강제로 와이파이 핫스팟을 켜주는 것)로 불리며, 친구들로부터 ‘스마트폰 왕따’를 당하고 있는 사례다.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따돌림 행위인 일명 ‘스마트폰 왕따’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 초·중·고생의 10%가 ‘스마트폰 왕따’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왕따 행위는 종류부터 다양했다. 피해자를 그룹 채팅에서 소외시키는 전형적인 왕따 행위를 비롯해 △와이파이 셔틀 △유료 게임 아이템 강매 유도 △SNS를 이용한 명예훼손(페이스북 등에 비방 메시지 게재)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한 언어폭력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한 언어폭력행위에 많은 청소년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8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여고생 A는 10여명의 친구들로부터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언어폭력을 당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명예훼손의 경우 한 번 게시되고 나면 수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와 보는 것은 물론, 게시물 복제행위로 피해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때문에 심각하다.

학모 박정숙씨(여·43·대구시 남구 봉덕동)는 “요즘 애들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쳐다보는데, 스마트폰 왕따 마저 횡행하고 있다니 걱정이 크다”며 우려했다.

경찰은 당장 마땅한 처벌규정이 없지만, 범죄예방교육을 통해 따돌림 행위를 줄여가겠다는 방침이다.

대구 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왕따를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일단 사건화되면, 가해 청소년과 피해자 간의 중재를 통해 처벌보다는 계도를 우선 하고, 뒤이어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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