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영남일보 문학상] 단편소설 당선작 - 라스트 장용영(1)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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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2   |  발행일 2017-01-02 제28면   |  수정 2017-01-02
20170102
서양화가 이장우 作

커뮤니티 ‘25h’는 대한민국 인터넷 수도다.

25h 유저들이 매번 하는 말이었다. 물론, 그들끼리 얘기였다. 일반 사람들은 25h가 무엇을 하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그냥 인터넷 채팅 정도로 여기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25h 유저들이 허투루 수도네, 서울이네,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그 예로 얼마 전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이돌 그룹의 멤버 ‘원’이 했던 유행어가 있다. 원은 토크쇼 도중에 ‘빗낙베불’이에요, 하고 말했다. 원이 그 말을 하면서 웃는 장면 밑에는 빗낙베불의 뜻을 알려주는 자막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많은 사람이 빗낙베불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빗낙베불이라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만큼 25h는 많은 사람이 드나들었다. 그중에서도 ‘베스트’라는 이름이 붙은 게시판을 가장 많이 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베스트는 25h 내에서 반응이 좋은 글만 추려놓은 게시판이었다. 그래서인지 베스트로 넘어간 글은 확실히 달랐다. 전문적인 지식을 담고 있거나, 유머러스했다. 가끔은 날카롭게 풍자한 그림이나 만화를 실은 글도 있었다. 사람들은 베스트에 있는 글을 보고 말했다. 베스트는 베스트답다.

그러나 베스트에 있는 글을 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베스트에 올라온 글을 클릭하면 광고가 먼저 나왔다. 심지어 영상광고였다. 광고는 대략 10초 정도로 짧았다. 그러나 글 중에는 달랑 사진 한 장 있는 것도 많았다. 그럴 때는 광고를 본 시간이 더 길기도 했다. 이 때문에 25h 유저들 사이에서는 말이 많았다. 광고 때문에 더러워서 안 본다는 사람과 그깟 10초 못 기다려서 그러느냐는 사람이 팽팽하게 맞섰다. 25h는 이를 보고 재미있는 방법을 썼다. 베스트에 글을 올린 사람에게 광고수익 일부를 사이버머니로 지급했다. 그리고 그 사이버머니는 현금으로 바꿀 수 있었다.

원고료 명목으로 내건 사이버머니는 효과를 봤다. 광고가 달렸다고 욕하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베스트에 한 번 가보려고 애쓰는 사람이 늘었다. 베스트에 가기 위해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그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알아냈고, 그에 맞추어 글을 썼다. 또한 조회 수를 쉽게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글이나 소재를 찾았다. 비속어를 넣어가며 거칠게 글을 쓰거나, 연예인 이야기와 범죄 이야기 등을 주로 다뤘다.

베스트가 자극적인 글로 채워지자 또 다른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들은 25h가 길을 잃었다며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이버머니를 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을 향해서 25h의 충견들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자연스레 사이버머니는 ‘개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비난은 오래가지 않았다. 25h를 비난한 글 하나가 베스트에 가면서 상황이 정리되었다. 베스트에 간 25h를 비난한 글에는 영상광고가 달렸다. 그리고 그 글쓴이는 25h가 주는 개밥을 넙죽 받았다. 그 뒤로 25h를 비난하는 글은 눈에 띄게 줄었다. 물론, 지금도 가끔 25h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긴 했다. 그러면 비난하는 글 아래에는 꼭 이런 댓글이 달렸다. 개들이 밥 달라 짖네.

항상 자극적인 글만 베스트에 올라오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 25h 베스트는 모두 ‘장용영’이라 불린 남자에 관한 글로 가득했다. 장용영은 연예인도 자극적인 범죄자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코믹하거나 요새 유행하는 병맛 코드의 글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장용영에 관한 글은 삼 주 동안이나 베스트를 휩쓸었다. 보통 25h에서 같은 주제의 글이 베스트에 있는 시간은 길어도 삼 일이었다. 여러모로 장용영에 관한 글은 특이한 케이스였다. 25h 사용자들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사건을 ‘라스트 장용영’이라며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라스트 장용영은 하나의 게시글로부터 시작되었다. 게시글에는 아무 설명 없이, 달랑 영상 하나만 올라와 있었다. 영상을 재생하면 한 남자가 청소하는 모습이 보였다. 후줄근한 파란색 트레이닝팬츠를 입은 남자는 백수 같았다. 그는 빗자루로 거리에 떨어진 낙엽을 쓸고 있었는데 아주 느긋해 보였다. 단, 짧은 빗자루 때문인지 자세가 엉거주춤했다. 잠시 뒤에 남자는 허리가 아팠는지 똑바로 서서 허공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자세만 바꿨을 뿐인데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남자의 등이 크고 단단해 보였다. 조금 전까지 보았던 남자가 아닌 것 같았다. 흡사 잘 훈련된 병사, 아니 무사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남자는 빗자루를 돌려 칼을 잡듯이 고쳐 잡았다. 곧이어 천천히 움직였다. 신중하면서도 빈틈없는 동작이었다. 남자는 빗자루를 발 앞에 두는가 싶더니, 곧바로 위로 올려쳤다. 남자의 팔과 빗자루가 하늘을 향해 곧게 일자가 되었다. 이어서 남자는 빗자루를 정면으로 한 뒤에 앞을 향해 성큼성큼 걸었다. 빗자루는 빠르게 허공을 찌르고 되돌아왔다. 그 뒤로도 남자의 무예는 계속되었다. 모든 동작은 간결하면서도 절도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자는 빗자루를 힘껏 내려쳤다. 바닥으로 향하던 빗자루는 땅 바로 위에서 멈추었다.

영상은 거기서 끝이 났다. 당시 영상은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봤지만 곧 시들해졌다.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는 게시글 중 하나였다. 베스트에 가지 못한 점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한 달 뒤에 비슷한 영상이 올라왔다. 남자가 청소를 시작해 빗자루를 칼처럼 움켜쥐는 모습까지는 같았다. 그러나 남자의 무예가 시작되자 몇몇 부분이 확대되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가 빗자루를 휘두르는 부분이었다. 남자가 빗자루를 휘두르자 나무에 위태롭게 달려 있던 낙엽이 떨어졌다. 남자는 떨어지는 낙엽을 놓치지 않았다. 빗자루를 휘둘렀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낙엽이 깔끔하게 반으로 베어졌다. 뭉툭한 빗자루 끝이 어떻게 낙엽을 베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는 의심하지 말라는 듯 계속해서 빗자루를 휘둘렀다. 그때마다 낙엽은 둘로 쪼개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영상은 의심하지 말라는 듯 그 모습을 다양한 크기로 확대해 보여주었다.

영상은 순식간에 커뮤니티 상에서 화제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클릭했고, 재생 수가 계속해서 올라갔다. 커뮤니티 내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며 놀라워하는 사람과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특수효과라는 사람. 물론, 특수효과로 여기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래도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남자를 따라 한 동영상이 올라올 정도였다. 어쨌든 사람들은 생각보다 오래 흥미를 가졌다. 그러던 중에 ‘유고’ 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남자를 알고 있다고 게시글을 남겼다. 글은 아주 간단했다.

저 사람은 ‘장용영(壯勇營)’입니다.

유고의 글은 금세 다른 사람들의 의견 때문에 사라졌다. 그러나 유고는 계속 글을 남겼다. 장용영입니다. 장용영을 모르십니까? 장용영! 몇몇 사람이 유고의 글에 답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장용영이 누군데? 유명한 사람이야? 유고는 장용영에 대한 짧은 글을 썼다.

장용영은 조선 후기 1793년(정조 17)에 왕권 강화를 위해 설치한 군대입니다. 한마디로 정조의 친위부대죠. 장용영의 이름도 여기서 따온 것이죠. 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조선 정조 때 장용영의 외영이 있던 수원 화성입니다. 영상에서 보시다시피 장용영은 가끔 저렇게 일상에서도 무예 연습을 합니다. 실제로 보면 정말 감탄이 나옵니다.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만 같은 일이 벌어지거든요. 그러나 볼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장용영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거든요. 가진 능력에 비하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죠. 혹여나 수원 화성에 갔다가, 장용영의 무예를 보게 된다면 운이 좋은 거예요.

유고의 기대와는 달리 사람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무슨 장용영이야. 저게 실제로 가능하겠어? 당연히 특수효과지. 몇몇은 장용영이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고 비아냥거렸다. 유고는 그 글로 유명해지기까지 했다. 남자도 장용영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유고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신을 비웃는 사람 모두를 상대했다. 왜 비웃느냐고 따져 물었고 모두 사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유고의 댓글을 본 사람 중 한 명이 또 달려들었다. 그럼 장용영을 찾아와서 빗자루로 낙엽을 베는 모습을 보여줘. 유고는 장용영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련을 한다며 머뭇거렸다. 그러자 유고를 비웃는 댓글이 또 여러 개 달렸다. 유고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힘을 줘 글을 남겼다.

제가 장용영을 찾아온다면 꼭 사과하십시오.

유고와 사람들의 싸움은 큰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점점 조회 수가 높아졌고 베스트까지 갔다. 몇몇 사람이 꾸준히 관심을 두기도 했다. 그러나 그 글을 끝으로 유고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유고도 장용영도 잊혀졌다. 유고의 글도 베스트에서 내려갔다. 대부분이 거기서 그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모두 말은 안 했지만, 장용영의 빗자루 무예는 특수효과로 여겼다.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장용영은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AA’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올린 글 때문이었다. 글의 제목은 영상 속 남자는 ‘무예 24기입니다.’ 라는 제목이었다. 글은 먼저 무예 24기에 관한 설명으로 시작되었다.

무예 24기는 정조 때 만들어진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라는 무예서에 나오는 스물네 가지 기예를 연구하는 단체입니다. 무예도보통지는 장용영(壯勇營)의 장교인 ‘백동수’의 주관하에 편찬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유고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죠. 네, 얼마 전에 빗자루 무예 영상을 하는 남자가 장용영이라며 글을 남겼던 사람 말이에요. 어쨌든 제 생각에 유고가 말하는 장용영은 무예 24기의 멤버였었을 것입니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현재 무예 24기가 해체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확실해집니다.

AA가 올린 동영상은 무예 24기의 무예 시범 영상이었다. 한 갑옷을 입은 무사가 칼을 들고 서 있었고, 곧 조선시대 특유의 퉁소 소리와 함께 무예 시범이 시작되었다. 무사의 발이 리듬을 탔다. 동시에 칼도 리듬에 맞춰 움직였다. 칼끝은 어깨 위에서 무릎 아래로 내려갔다가 허공을 가르며 하늘을 가리켰다. 빠르고 간결한 동작이었다. 그렇게 무사는 칼을 휘두르며 볏짚 앞에 섰다. 곧이어 무사의 칼이 볏짚을 베었다. 볏짚은 사선으로 깔끔하게 나뉘어졌다. AA는 동영상 밑에도 말을 덧붙였다.

무사가 볏짚을 자르는 장면을 보면 장용영과 아주 흡사합니다. 무예도보통지에서 무사가 볏짚을 자르는 동작을 요격세(腰擊勢)라 합니다. 상대의 허리를 수평으로 베는 것이죠. 그 외에도 무사와 장용영은 비슷한 동작을 보여줍니다. 장용영의 검법을 다시 짚고 넘어가죠.

AA는 장용영이 빗자루를 휘두르는 몇 장면을 이미지 파일로 보여주었다.

네, 첫 번째 사진의 장용영이 빗자루를 올려치는 동작은 거정세(擧鼎勢)라 합니다. 다음 사진의 내려치는 동작은 표두세(豹頭勢)입니다. 표두세는 단순히 내려치는 것이 아니에요. 표범의 머리를 벤다는 뜻의 한자어를 보면 아실 수 있듯이, 날카로워야 합니다. 장용영의 동작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그는 무예 24기의 멤버였던 게 확실합니다.

그글은 잊고 있었던 장용영과 유고에 대한 흥미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베스트까지 올라갔다. 더불어 장용영의 빗자루 무예 영상도 다시 베스트에 올랐다. 이번에는 그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영상을 보았다. 유고의 글도 다시 많은 사람이 읽게 되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몇 사람이 실제로 장용영을 봤다고 글을 남겼다. 장용영에 관한 소문은 점점 늘어났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이 잇따랐다. ‘수원여객’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지금까지 글을 토대로 장용영에 관한 정보를 정리했다.

첫째, 그는 무예24기의 멤버 또는 적어도 무예도보통지를 배우고 익힌 사람이다.

둘째, 그는 수원에 살고 있고, 팔달로와 행궁로 근처에서 자주 보였다.

셋째, 그의 나이는 삼십 대 후반쯤으로 키와 체격은 보통으로 보인다.

넷째, 그는 수련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닌다.

수원여객의 글 또한 수많은 댓글이 달리면서 단숨에 조회 수가 치솟았다. 수원여객의 글이 올라온 뒤에도 장용영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계속 늘어났다. 그러던 중 장용영에 관한 다른 견해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사람의 닉네임은 ‘CG 전문가’였다. 사람들은 CG 전문가의 글을 보고 진작 올라왔어야 할 글이라 평했다. CG 전문가가 쓴 글의 제목은 ‘특수효과 쪽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였다. 제목과 달리 내용은 반말로 작성해놓았다.

CG 전문가는 복잡한 전문용어는 빼고, 간단하게 설명하겠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빗자루로 낙엽을 베는 저 작업은 특수효과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 단, 의문점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CG 전문가는 낙엽이 잘리는 부분이 이상하다며 말을 이었다. 왜 저렇게 보이지도 않고, 눈에 띄지도 않는 작업을 했을까? 수많은 특수효과를 봤지만, 저런 작업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봐. 그리고 저것을 찾아낸 사람도 이상해. 장용영 영상의 원본이 낮은 화질은 아니지만, 촬영한 거리가 있잖아. 그래서 잘 보이는 편은 아니야. 그런데 저걸 찾아냈다고? 정말 집중해서 보지 않는 이상 찾기 어려워. 내 생각에는 원본을 올린 사람과 편집본을 올린 사람이 같을 거야. 원본은 아무것도 아닌 듯 올렸을 테고 그 뒤에 편집본을 올린 것이지. 왜 올렸는지는 모두 알잖아? 25h가 주는 개밥을 맛보고 싶었을 테지.

CG전문가의 글은 사람들의 반응을 더욱 부추겼다. 사람들은 CG전문가의 글에 따라 둘로 팽팽하게 나뉘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걸 가지고 장용영이 실제로 있다고 우기느냐는 다수파와 장용영은 실제로 존재한다는 소수파였다. 다수파 중에는 장용영의 원본 동영상과 편집본 동영상을 비롯해 유고와 AA도 같은 사람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닉네임을 바꿔가며 글을 올리고 있을 거라 했다. 그 의견은 꽤 많은 지지를 받았다. 실제로 몇몇이 유고와 AA를 비롯한 소수파의 글을 비교했다.

소수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주 틀리는 맞춤법은 누구나 비슷하다며 반격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이 각기 다른 사람임을 밝혔다. 하지만 다수파는 속이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수파는 다수파가 계속해서 믿지 않자, 방법을 바꿨다. 장용영을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들 중 몇은 실제로 모여서 장용영을 찾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인터뷰는 올라오지 않았다. 오히려 장용영을 찾으러 수원 화성에 간 소수파를 찍은 영상이 올라왔다. 그들은 장용영이 자주 나타난다는 곳은 모두 뒤졌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진지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애절한 사랑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리자, 오히려 웃음거리가 되었다. 다수파가 한참 웃을 동안, 또 하나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그곳 역시 장용영이 자주 나타난다는 거리 중 한 곳이었다. 그곳에는 꽤 긴 길이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현수막에는 빗자루를 휘두르는 장용영의 사진과 함께 큼지막한 글씨로 쓰여 있었다. 사람을 찾습니다. 다수파 중 한 명이 그것을 보고 없는 사람을 만들어내려는 그 노력이 참 대단하다며 글을 남겼다.

25h에는 그 뒤로도 장용영에 관한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그러나 크게 다른 내용은 없었다. 기껏해야 지금까지 말했던 이야기들이 되풀이될 뿐이었다. 몇몇은 슬슬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했는지,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25h의 충견들도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요 며칠 그들은 장용영 이야기로 베스트에 여러 번 갔다. 이제 장용영 이야기는 약발이 다 되었다. 잘해야 두 번 정도 더 써먹는 게 다였다. 다른 소재를 준비해야 했다. 다행히 영화감독과 여배우의 스캔들이 터졌다. 25h의 충견들은 자극적인 내용과 세련된 제목을 뽑아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12년 만에 가장 덥다는 여름이었고, 주말이었다. 이런 날은 소재만 잘 잡으면 베스트에 쉽게 갈 수 있었다.

그러나 25h의 충견들은 베스트에 가지 못했다. 대신 인터뷰 영상 하나가 베스트로 뽑혔다. 사람들이 기다렸던 장용영의 인터뷰는 아니었다. 무예 24기의 멤버였던 사람의 인터뷰였다. 일반인이 찍은 인터뷰라 그런지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조명도 그렇고, 배경에는 잡음도 섞여 들렸다. 그러나 인터뷰에 임하는 무예 24기의 멤버는 진지했다. 그는 일단 자신을 최대호라 소개하며 자신의 경력을 짧게 소개했다. 인터뷰어는 그에게 25h에서 화제가 된 영상을 보여주었다. 최대호는 놀라워하기도 했고, 재밌어하기도 했다. 그는 영상을 보며 무예도보통지 예도 편에 나오는 검법이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첫 질문을 했다. 이 사람은 커뮤니티 내에서 장용영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무예 24기 멤버였나요? 그게 아니라면 만나봤거나 이 사람에 관해 알고 있나요? 최대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무예 24기 멤버 중에서는 이런 사람이 없었습니다. 얼굴이 자세히는 안 보이지만 같이 무예를 연마하다 보면 알거든요. 검을 쥐는 자세만 보아도 아 쟤는 누구야, 하는 그런 게 있어요. 하지만 저 사람은 처음 봅니다. 물론, 만나본 적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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