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시스템 무려 70년…통일비전 내세우면 주변국 당황할 것”

  • 박종문 이효설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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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1   |  발행일 2018-10-11 제4면   |  수정 2018-10-11
특별기획-남북 평화시대 대응방안 토론회
20181011
지난 7일 열린 ‘영남일보 창간 73주년 기념 특별토론’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형 한동대 교수,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영남일보는 창간 73주년 특별기획으로 ‘남북미 관계 변화와 대구·경북의 대응 방안’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마련했다. 지난 7일 오후 1시 영남일보 7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토론회에는 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관리위원장),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참석했다. 진행은 김신곤 영남일보 편집국장이 맡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북한의 진정성과 비핵화 과정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을 보였지만, 남북교류가 대구·경북 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권 시장과 이 도지사는 남북교류시대에 대비해 지자체 차원의 대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널=김준형 한동대 교수(국제정치)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진행=김신곤 영남일보 편집국장



김준형 교수
한미일-북중러 구도 살아있어
통일되면 주변국 간 지각 변동
文대통령 평화·번영 비전으로
한반도 ‘불신 구조’ 깨는 과정

김진향 이사장
비핵화는 경협 고도화 前단계
美기업 개성 진출땐 전쟁 예방
자원·물류 등 중심 환동해벨트
경제공동체 ‘3대 벨트’에 해당

권영진 시장
분단으로 사회적 균열 가져와
중앙 비대해지고 지방은 비어
통일만 앞세우면 저항이 클 것
분단의 평화적 관리’에 초점을

이철우 도지사
北 한번도 협상서 져본 적 없어
핵담판으로 국제사회 진출성공
완전 비핵화 여부는 여전히 의문
한미동맹 유지하며 문제 풀어야

▶김신곤 편집국장= 평창올림픽 후 불과 1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4·27 판문점 회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9·19평양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등 남북미 정상 간 접촉이 활발하다. 궁극적으로 남북미가 추구하는 지향점은 어디인가.

△김준형 한동대 교수= “문재인 대통령의 비전은 평화와 번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 우선주의는 ‘통일이 자연스러운 결과가 돼야 한다’는 것인데, 문 대통령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다. 즉 서로가 정말 편할 때 통일한다는 것이다. 결국 평화가 우선이며 평화를 통해 번영까지 간다는 것이다. 통일 비전을 내세우면 주변 국가들이 당황하게 돼 있다. 현 시스템(남북분단)으로 무려 70년이 흘렀고, 통일되면 당장 주변 국가 간 지각변동이 생기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아무도 위협을 느끼지 않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1차 판문점 정상회담 전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관건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지금까지 북미 적대관계가 계속 문제였다. 냉전체제가 약화됐지만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가 여전히 살아있어 불신구조라는 것이다. 지금 그것을 깨는 과정에 있다. 2013년 이후 4년 동안 대한민국은 전쟁위기를 경험하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평화를 갈구하는 현 상황은 이 4년간의 위기가 상당 부분 작동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한반도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실무적 문제에서 상대를 믿지 못하고 있다. 서로 종전선언이 먼저, 제재 해제가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교착상황에서 지난 3월 특사 파견을 통해 그나마 분위기를 살려놨다. 앞으로는 트럼프가 북한 내 강경파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북한이 어떤 양보를 해 미국 내 반대세력을 잠재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정부의 대북정책, 남북교류방향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해 달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해 달라.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통일부 산하 준공공기관이다. 개성공업지구 6천66만㎡(2천만평)에 대한 책임기관이다. 종전선언, 비핵화라는 현 상황의 틀이 경제협력을 고도화시킬 수 있는 사전 단계라고 본다. 남북경협이 진행된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의 정상화가 우선될 것이다. 특히 개성공단 정상화는 전반적인 남북경협의 물꼬를 틀 것으로 예상한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평화와 번영이다. 순차적으로 비핵화나 종전선언 등 문제가 풀리면 경제협력이 뒤따를 것이다. 두 축이 맞물려가는 것이다. 북측에 실질적 종전선언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바로 대한민국 기업들이 북한에 들어오는 것이다. 또 미국 기업이 북한에 들어온다면 이는 실질적 전쟁을 막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 남과 북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만들자는 3대 경제벨트에서 대구·경북은 환동해경제벨트에 해당된다. 환동해경제벨트는 에너지·자원·물류 등을 중심으로 북한·중국·러시아까지 교류할 수 있다. 판문점선언에는 경제협력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평양선언에서는 동해와 서해공동경제특구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올해 안으로 종전선언 가시화가 담보된다면 내년 이후 전면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남북문제, 통일문제에 일가견을 가진 전문가다. 보수정당 지자체 단체장으로서 현재 남북관계의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권영진 대구시장= “광복 70년을 돌아보면 우리는 빛나는 역사를 만들어 왔다. 나라 되찾고 산업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산업화는 강력한 중앙집권을 유지했다. 내적 동력이 어려운 구조란 의미다. 또 분단은 상시적 국력 손실을 가져왔다. 우리 내부적으로 사회적 균열을 가져왔다. 이런 것들을 치유하지 않고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기 어렵다는 말을 하고자 한다. 나라는 커졌는데 중앙은 너무 비대하고 지방은 텅텅 비었다. ‘통일 대한민국’ ‘분권 대한민국’으로 가야 더 큰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 이제 통일문제가 시대적 소명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만약 통일을 앞세운다면 반통일적 저항이 클 것이다. 그러므로 ‘분단의 평화적 관리’에 초점을 둬야 한다. 이 과정 자체가 통일의 과정을 관리하는 것과 연동돼야 한다. 분단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무엇인가. 국제정치 역학 관계 속에서 통일외교와 남북교류협력을 같이 실행해야 한다. 오히려 6공화국의 7·7선언이 가장 잘된 대북정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당시 남과 북은 대치상황이었다. 그 결과로 대한민국은 중국·소련과 수교를 했다. 북한은 못했다. 이후 정부에서 주변국을 무시하는 섣부른 민족 당사자 해결 논리가 등장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우리는 교훈 삼아야 한다. 비핵화 문제는 남북 간 적대적 갈등의 최정점이다. 평화가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남북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 단 섣부른 당사자 논리, 자주 문제를 너무 앞세우면 분단의 평화적 관리를 성취할 수 없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지방을 변방으로 인식한 나머지 그동안 역할이 없었다. 지방도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소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남북관계 중심으로 말하면 지나치게 경제적 격차가 있다. 북이 핵을 개발하면서 미국의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다. 북은 모든 문제에서 위기 상황이다. 우리가 손을 내밀었을 때 나왔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한 번도 협상에서 져 본 적이 없다.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미국을 끌고 간다. 미국 CIA에는 한반도 정보를 집중 수집하고 분석하는 ‘코리아 임무 센터(Korea Mission Center)’가 있다.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기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집중한다. 한국의 정보에 전혀 의지하지 않고 모든 조치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국제사회로 나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언제까지 성공할 수 있을까. 북의 완전 비핵화, 과연 할 수 있을까. 북에서 진솔하게 폐기하겠다고 하지 않으면 핵폐기 여부는 알 수 없다. 국민이 남북정상회담 등을 지켜보면서 희망에 부풀어 있다.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 후손을 위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남북교류가 되면 경북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대북제재 해제로 동해안복선전철화, 포항영일만항 조기 건설 등이 풀리면 지역에 호기가 온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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