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과 초유의 소송전…‘내홍만 키우는 DIP’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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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5 07:44  |  수정 2019-06-25 08:27  |  발행일 2019-06-25 제15면
[이슈분석] 내부문제 갈등의 불씨 확산

올초 신임 원장 취임 이후 인사 논란과 직원들의 잇단 퇴사, 정부 사업 탈락 등으로 논란을 빚은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DIP)이 초유의 소송전까지 휘말렸다. 불거진 내부 문제의 해결은커녕 분란만 키워가는 형국이다. 직원들이 교육장비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채굴하다가 적발되는가 하면, 운영비 부족에 시달릴 정도로 재정 상황이 악화된 DIP의 끊이지 않는 내분을 바라보는 지역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불인정금액 구상권 행사하지 않아
총 4명에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
당사자들 “특정인 담당사업 딴지”
감사 종료 전 수사의뢰한 점 의혹


DIP는 지난 17일 4개월 전 보직해임된 2급 수석연구원 2명과 퇴사한 2급 수석연구원 1명, 3급 책임연구원 1명 등 총 4명에 대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대구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 보직해임된 2급 수석 연구원 2명은 대기발령했다.

24일 DIP에 따르면 이승협 신임 원장이 내부개혁을 위해 그간 집행된 사업내역을 살펴보던 중 문제를 발견해 법률대리인을 통해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불인정 금액을 DIP 이사회에 보고한 뒤 구상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골자다. 문제가 된 사업들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됐다.

앞서 DIP는 매년 말 진행되던 대구시 정기 종합감사를 올해는 지난달 13~17일 당겨 받았다. 감사 범위는 2016년 7월 이후 업무전반으로 잡았다. 감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별개로 법정 소송을 벌이게 됐다고 DIP 측은 설명했다.

이영준 DIP 경영지원실장 직무대리는 “이번 감사 과정에서 배임 건에 대한 구두 지적을 받았고 조만간 감사 결과가 나오면 소명할 기회가 마련될 것이다. 또 (이런 범죄행위들이 벌어졌는데) 왜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받았다. 감사 결과만 기다릴 수 없어 고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연구원들은 배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고의로 법을 위반해 이득을 취하는 게 배임인데, 고의가 아니고 이득을 얻은 이도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이번 고소건을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수년간 추진된 사업들 가운데 특정인들이 담당한 것만 콕 집어 문제를 삼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신임 원장이 DIP의 재정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보직을 해임한 것도 모자라 최소한의 당사자 소명 기회도 주지 않아 불명예를 고스란히 안게 됐다. 자신의 눈 밖에 난 직원들을 내쫓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DIP 관계자는 “자체 감사에서 문서에 언급된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소명 과정을 거쳤다. 지적된 사항은 많았으나 가장 문제가 된 대상자만 추렸다. 지적받았다고 다 고소하면 전 직원의 절반이 해당한다”고 말했다.

석연치 않은 점도 있다. DIP가 문제 삼은 사업 시기와 대구시 감사 범위가 크게 차이가 나고, 감사 결과를 통보받기도 전에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한 것에 의혹이 쏠린다. DIP가 해당 연구원들에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절차상의 하자로 꼽힌다. 보통 내부적인 문제가 벌어지면 감사를 통해 결과에 따라 고소·고발하거나 인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정한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 기회가 주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DIP의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대구시는 아직 법적 소송 사실에 대해 보고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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