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들 ‘해고 사태’ 우려…대학은 재정 확보 난제로

  • 박종문
  • |
  • 입력 2019-08-01 07:14  |  수정 2019-08-01 07:20  |  발행일 2019-08-01 제3면
지역대학 ‘강사법 쇼크’ 해법 있나
20190801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른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은 강사들의 숙원을 해소한 듯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미완의 시행’에 그쳤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는 강사법 안착을 위해 지난 6월4일 강사법 시행령과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을 마련해 공표했다. 우려되는 ‘강사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강사들은 거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긍정적 효과

강사법 시행으로 강사들은 법의 보호를 받게 된 점이 가장 크다. 법 시행 이전 전임 교원이나 대학본부에서 자의적으로 계약·해지를 반복해도 저항할 수 없었으나 이젠 법으로 ‘1년 이상 임용’을 원칙으로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받게 됐다. 별다른 하자가 없는 한 연속 고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강사법은 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해 그동안 애매하던 위상도 정리했다.


새학기前 채용시즌 맞은 강사들
임용 탈락 우려, 목소리 못 높여

대학 정원 감축·등록금 동결에
강좌·과목 축소 불가피 측면도


법 시행과 함께 교육부는 학문후속세대 보호·육성을 위해 BK21 후속사업 선정 평가 때 강사·박사 후 연구원 등에 대한 강의 기회 제공 및 고용 안정성을 반영하기로 했다. 또 박사학위 신규 취득자 등의 교육·연구 기회가 위축되지 않도록 강사 임용 때 학문후속세대를 대상으로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임용할당제를 도입했다. 나아가 강사가 해고로 인해 연구 경력이 단절될 우려가 있는 연구자들이 단절 없이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2천명에 대한 연구비를 확보했다. 교육부는 또 강사 대량 감축이 없도록 대학재정지원사업에 강사 고용 안정 관련 지표를 반영하기로 했다.

◆미진한 부분은

당초 기대와 달리 4대 보험가입은 없던 일이 됐다. 강사들의 최대 강의 시수가 주간 9시간인데, 이를 주간 근무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기 근로자로 해석하면서 4대 보험 적용이 불가능해졌다. 방학 중 임금지급도 기대 이하에 그쳐 학기별로 2주간씩만 인정됐고, 강의 준비·성적 관리에 필요한 시간만 인정됐다. 교육부가 288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지원하고 각 대학에선 방학 중 임금의 30%를 부담하는 구조다.

퇴직금 지급은 불투명하다. ‘예산을 확보해 최대한 지급하도록 노력한다’는 선에서 정리돼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이 쉽지 않다. 대학들이 재정이 바닥이라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현실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강사들은 제대로 대학과 정부에 목소리를 높이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 대학마다 강사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인데 자칫 강경 이미지를 심어줄 경우 채용 탈락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각 대학 노조 차원에서 최대한 많은 강사가 채용되도록 애쓰고 있다. 천막 농성을 통해 최소한의 의사 표시를 하면서 대학 측의 전향적인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연착륙 지혜 모아야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은 이미 강사 및 강좌에 대한 대규모 감축을 감행했다. 서울 A대학은 수년간에 걸쳐 강사 인건비를 받는 강사들의 명칭을 겸·초빙 등으로 전환해 강사법 회피를 모의한 사례도 있다. B대학은 강사가 전담하던 교양강좌를 대폭 축소한 사례도 있다. 지역 강사들도 지역대학이 이 같은 꼼수로 강사들의 설자리를 빼앗을까 우려하고 있다.

반면 대학 처지에선 난제를 하나 안게 됐다. 등록금 동결·정원 감축 등으로 재정수익은 늘지 않았는데 수요는 자꾸 늘어나기 때문이다. 강사들의 처지를 잘 알고 있지만 대학 자체로선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전임 교원 강의시수를 늘리고, 불필요한 소규모 강좌 폐지·교양과목 축소 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강사법 정착을 위해선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강사로서도 불만이고 대학도 불만이다. 더구나 학생들의 수업권을 생각하면 퇴행적 조치라고 여겨질 만큼 부족한 점이 많다.

온갖 난관에도 강사법이 시행에 들어간 것은 긍정적 시그널이다. 그렇지만 시행 자체에 만족할 상황은 아니다. 지금까지 제기된 단기적 문제 해결과 함께 먼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대학 발전과 학문 후속세대 양성이라는 큰 흐름에서 강사법이 정착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대학 구성원과 정책당국이 뜻을 모아야 할 때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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