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최고 100㎜ “이런 물폭탄 태어나 처음 봐”

  • 원형래,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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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5 07:05  |  수정 2019-10-07 15:49  |  발행일 2019-10-05 제3면
■ 울진시장·월변리 아수라장
주유소에 물 찬다는 생각 못해
2층으로 간신히 피해 목숨건져
20191005
태풍 미탁 피해복구 이틀째인 4일, 하천 범람으로 도로와 제방이 무너진 울진 매화면 기양3리에서 한 가족이 태풍피해를 입은 부모님을 돕기 위해 고향집으로 향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바닷물이 밀려오는 것처럼 하늘에서 물폭탄이 내리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고 무섭고 두렵습니다.”

제18호 태풍 ‘미탁’이 울진을 빠져나갔지만 피해의 흔적은 울진 곳곳에 남아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태풍 피해가 계속 확인되면서 피해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울진군은 4일 현재까지 정확한 피해규모를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울진읍 월변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장운용 대표(75)는 “태풍으로 주유소까지 물이 찬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면서 “지난 2일 밤 10시쯤 물이 차기 시작하자, 2층으로 간신히 피해 목숨을 건졌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장 대표는 “물에 잠긴 주유소를 보는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냐”면서 “주유기 9대와 유류 배달차량 등이 침수돼 영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긴 한숨만 내쉬었다.

울진시장에서 그릇가게를 하는 김모씨(여·65)는 “3일 새벽 시간당 최고 100㎜가 넘는 폭우로 순식간에 물이 들어와 허리까지 차는 바람에 겨우 문을 열고 마을회관으로 피신해서 목숨을 건졌다”면서 “그릇과 철물이 물에 잠겨 정리할 염두를 내지 못했는데 울진군 종합자원봉사센터 등에서 지원을 해줘 그나마 힘이 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씨는 배수펌프장에 비상발전기가 있었다면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울진시장 입구에 위치한 미니스톱의 최소명 대표(여·27)는 “넉넉지 않은 부모님께 사정해서 빚을 내 사업을 시작했는데, 태풍으로 모든 게 날아갔다. 살 길이 막막하고,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울먹였다. 옆에서 가게복구를 돕고 있던 엄마 조미경씨(52)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망연자실했다. 최 대표의 가게에는 한국국토정보공사 울진지사 직원들이 일손을 보태며, 아픔을 함께했다.

울진터미널 인근 도로에는 울진군과 군부대 인력들이 복구를 지원하고 있다. 전찬억 울진읍장은 “울진에 떨어진 물폭탄으로 남대천과 월변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물이 역류해 월변도로 안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한 뒤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지만, 앞으로는 월변천도 배수펌프장이 필요할 듯 하다”고 말했다.

복구작업에 나선 봉사단체 금강송사상회 관계자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피해를 당한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울진=원형래기자 hrw7349@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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