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VS 한의협 2라운드…이번엔 ‘첩약 급여화’ 갈등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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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5 07:49  |  수정 2019-10-15 07:49  |  발행일 2019-10-15 제19면
추나요법 이어 ‘첩약 健保 적용’ 대립
한의협회장 문케어 지지 발언 도마에
의협 측 ‘靑과 거래 의혹’ 감사 청구
의협 VS 한의협 2라운드…이번엔 ‘첩약 급여화’ 갈등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추나요법 급여전환을 위한 시범 사업 평가 연구’를 두고 양측이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첩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두고 2차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연내 추진을 목표로 첩약 급여화를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4월 발표된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첩약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0년 이후에는 보험적용 필요성, 재정 여건, 연구·시범사업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수 항목 중심의 보장성 강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위한 한방 치료법의 객관적인 근거 축적과 표준화 등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4월부터 한의협과 약사회, 환자단체, 전문가집단 등으로 첩약 급여화를 위한 협의체도 구성,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 질환을 몇 개로 할 것인지 등 시범 수가를 만들어야 하는 탓에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과정에서 추나요법 급여전환과 관련해 갈등을 빚었던 양측이 첩약을 두고 2차전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번 갈등에는 청와대까지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후폭풍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의협과 의협은 한약으로 불리는 첩약에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하는 것을 두고, 오랜 기간 갈등과 이견을 보여왔다. 첩약은 여러 가지 다른 한약재를 섞어 탕약으로 만든 형태를 말하는데 한 번 먹는 양은 보통 1첩(봉지)이다.

한의협 측은 이런 첩약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의협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건강보험 적용에 반대해왔다. 그러다 최근 들어 갈등이 증폭된 것은 한의협 측이 첩약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청와대와 일종의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최근 한 언론은 “한의협이 첩약 급여화를 위해 청와대에 ‘문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찬성을 조건으로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언론이 공개한 영상에는 최혁용 한의협회장이 “문케어를 전면 지지하겠다” “대신에 우리도 문케어에 들어갈 기회를 달라” “청와대에서 그렇게 원한다면 첩약은 보험에 다시 넣어주자, 라고 결정을 내렸다”라고 언급하는 장면이 포함돼 있었다.

논란이 된 영상은 회원 내부 강연으로, 문케어 취지에 맞게 국민의 요구가 높은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 내용일 뿐이라는 것이 한의협 측의 해명이다.

이에 대해 한의협 측은 “협회는 2017년 8월 문케어가 공개된 이후 수차례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국민들에게 보다 양질의 한의 의료서비스가 경제적 부담 없이 제공될 수 있게 되기를 처음부터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첩약 건보 적용을 위해 ‘문케어 찬성’이라는 거래를 한것도,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의협 측은 발끈하고 나섰다. 의협 측은 지난 11일 감사원에 첩약 급여화와 문케어 지지 거래 의혹에 대해 감사청구했다. 한의협과 청와대 간에 모종의 유착관계가 있었다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는 것이 의협 측의 입장이다.

한의협과 청와대가 문케어 지지와 첩약 급여화를 ‘맞교환’했다면, 이는 국민건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인 만큼 국민의 건강상·보건상으로 발생할 위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감사를 청구했다는 것이 의협 측의 설명이다. 특히 특정 이익단체의 부당한 로비나 거래의 유착관계가 국민건강에 우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감사청구 이외에 추가적인 공식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는 한의사들 사이에서도 첩약급여화를 두고 이견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의협 측의 설명이다.

대구시의사회 한 관계자는 “한의협 내부에서는 첩약 급여화에 나설 경우 정부의 통제하에 들어가기 때문에 적지 않은 한의사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부 갈등이 심한 상황이어서 내부조율이 마무리되면 그때쯤 대응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케어와 거래를 했다는 것은 다른 측면인 탓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첩약 급여화뿐만 아니라 추나요법, 엑스레이,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 사용 등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약품 등은 임상실험 등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 환자들에게 사용한다. 반면 한의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며 “전문의약품 등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그들의 의료행위가 과학적인지를 먼저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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