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유시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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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7   |  발행일 2019-11-07 제31면   |  수정 2019-11-07
[영남타워] 유시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대구경북에서도 상당수 사람들의 지지와 신뢰를 받는 진보쪽 사람이 유시민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그런데 최근 그에 대한 호의가 예전 같지 않다. 유시민에게서 최근 들어 지금까지 볼 수 없던 낯설음이 느껴진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의 얼굴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왜일까. 유시민 이사장의 말과 행동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누군가를 헐뜯고 깎아내리기 위한 모습에서 협잡꾼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고 자신의 편만을 지키려는 행동에서는 소인배의 심보가 느껴진다. 타인을 비난하기보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더욱 조심했던 지금까지와 달리 품격이 사라졌다.

유시민은 진보쪽에 몸을 담고 있지만 무게중심을 잡고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강했기에 두루두루 사랑받았다. 케이블방송의 정치토론 프로그램에서도 논리적이고 침착하게 상대 말을 듣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했다. 특히 공중파방송에 출연해 해박한 지식으로 인문학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가 가진 앎의 깊이에 많은 사람이 빠져들었다.

문제는 지금의 그에게서 이전의 진중함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시민 대표가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필자는 그에게서 진영의 논리가 아니라 중심잡힌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그는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논리와 프레임에 갇혀있는 이 시대의 문제를 아파한 사람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그런 기대감은 깨어지고 실망감까지 안겨주고 있다.

유튜브방송에서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아무런 여과없이 주장하는 모습은 그가 비난해왔던 나쁜 언론과 똑같은 모양새다. ‘아니면 말고’식으로 일단 터트리고마는 나쁜 언론에 실망해왔던 사람들이 그의 지금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럼에도 그는 다음날에도 또 다음날에도 이런 행태를 멈추지 않고 있다. 설혹 그의 주장들이 나중에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지금과 같은 폭로식은 유시민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유시민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런 행동에 대해 일부에서는 ‘진보와 여권을 지키기 위해 총대를 멨다. 의도된 행동’이라고 본다.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필자를 비롯해 유시민에게 호의적이었던 사람에게 나쁜 정치를 위해 나쁜 언론으로 변신한 그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서글프다.

특히나 그의 이런 행태는 국민 대다수가 치를 떨며 싫어하는 정치판에서 익히 보아왔던 것들이다. 우리네 정치는 진정성이나 자기비판이라는 측면은 보여주지 못한 채 타인에 대해서는 엄격한 도덕성과 그에 못지않은 비난을 쏟아내는 데 익숙하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없는 일도 사실처럼 지어내고 수준 이하의 단어를 동원한 비난전도 불사한다. 상대의 작은 잘못도 부풀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늘상 앞뒤가 맞지않는 말과 행동을 한다. 그러고도 국민에게 표를 원하고 지지를 구하는 모습은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국민 대다수는 정치인들이 보다 고급스러운 정보를 갖고 있고, 더 많은 정책이나 현안의 속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하는 말은 술자리의 안주같은 추측이나 가십이 아니라 팩트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지금은 그들이 팩트를 알고 모르고와 상관없이, 사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단하여 저급한 단어로 쏟아내는 가벼운 말들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다보니 진영논리에 내몰린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편의 말을 되풀이하는 앵무새가 됐다.

여야의 정쟁싸움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다가오는 겨울만큼보다 더 혹독한 대한민국의 겨울을 맞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진실과 믿음의 풀이 자라지 않는 얼어붙은 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진영논리와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소인배들의 자기비판이 필요하다.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국민들의 반만큼이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전영 (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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