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체육회장 첫민선(내년 1월 예정)…‘미니 정치판’ 변질 우려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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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8   |  발행일 2019-11-08 제1면   |  수정 2019-11-08
정치인 출신 출마금지 규정 없어
일부지역선 벌써 후보난립 조짐
국회의원·단체장 대리전 불가피
선거 후 심각한 후유증 겪을수도

내년 1월쯤 예정된 첫 민선 광역시·도 및 기초시·군·구체육회장 선거가 ‘미니 정치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다. 내년 4·15 총선을 앞두고 치러질 체육회장 선거가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의 대리전이 될 수 있어 선거후 심각한 후유증마저 예상된다.

일부 시·구·군 체육회장 출마예정자는 여야 정당 간 또는 전·현직 자치단체장의 입김을 기대하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을 금지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취지와 달리 중립을 지켜야 할 자치단체장이 체육회장 선거에 개입할 경우 체육계의 분열은 불가피하다.

체육계는 회장 합의 추대를 원하지만, 출마예정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1일 호텔인터불고 대구에서 열린 대구시체육회(회장 권영진) 임시대의원 총회에서 시체육회 A인사가 민선 체육회장은 원활한 예산확보를 위해 시장과 뜻이 맞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히자 대의원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3명이 출마 선언을 한 경북도체육회(회장 이철우)의 경우 선거과열 양상이 우려되자 최근 한 출마자가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찾아 “이번 선거에 중립을 지켜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대구 달서구체육회장에 출마할 B후보자가 C종목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당측에서 체육회장 후보를 8개 구·군에서 다 내고자 한다. 체육계 인사가 회장을 맡아야 하지 않느냐”는 선거관련 발언을 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경북 23개 시·군 체육회도 벌써부터 체육회장 선거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후보 난립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역 유력 정치인을 등에 업고 선거운동을 할 경우 지역사회 분열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시·군 체육회에 따르면 첫 민선 체육회장은 정치인이 될지, 체육인이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외로 정치인 출신의 출마 예상자가 많다는 의미다. 기초단체장과 시·도의원을 제외한 정치인의 체육회장 출마금지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순수해야 할 체육회장 선거가 자칫 정치인의 ‘후일 도모용’이나 ‘스펙쌓기용’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의 당적이 다르거나 갈등 관계에 있는 시·군에서는 이들의 대리전 양상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의 갈등과 줄세우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체육계 일각에선 현직 시장·군수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체육회 운영 예산이 시·군에서 나오기 때문에 시장·군수와의 관계를 무시할 수도, 눈치를 안 볼 수도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일부 군(郡)에선 기초단체장이 사전 낙점했다는 설까지 돌고 있다. 반면 시장·군수와 밀접한 관계의 인사가 체육회장으로 선출되면 종속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이처럼 체육회장 선거가 외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지자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자구책 논의도 잇따르고 있다. 안동에선 유력 출마 예상자들이 새 규정을 만들어서라도 정치인이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결의가 있었지만, 얼마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울릉에선 선관위에 위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지역사회 분열이 우려되는 만큼 회장을 추대하거나 부회장체제로 가자는 분위기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정치와 연계될 경우 체육 발전은 요원하다. 체육계 분열을 막기 위해선 추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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