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로봇자동화와 안전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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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8   |  발행일 2019-11-08 제22면   |  수정 2020-09-08
안전한 근로환경 시대 흐름
제조 경쟁력 확보 촉매역할
최근 늘어난 로봇자동화도
생산성 측면만 보지 말고
사고없는 작업환경 관심을
[경제와 세상] 로봇자동화와 안전
전진우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정책기획실장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들어서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분야 중 하나는 ‘안전’ 분야일 것이다. 안전 하면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사건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지금까지 골머리를 썩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일 것이다. 쓰나미로 인해 냉각기 가동을 위한 디젤 발전시스템마저 물에 잠겨 버렸고 비상전력을 만들 수 없어 원자로 내부가 수천℃의 고열에 녹아 내렸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방사능 오염수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대재앙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진앙지로부터 80㎞나 더 가까운 원전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은 오나가와 원전이다.

오나가와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 관리회사(도쿄전력)와 다른 도후쿠전력이 건설하고 관리하는 곳이었다. 최초 오나가와 지역에 원전을 건설할 당시 지역 촌장이 이 마을에 있었던 지진과 쓰나미 기록을 조사한 후 해발 13m 이상의 위치에 건설하지 않으면 반대하겠다고 했단다. 결국 원자로는 강변 한편 높은 곳에 건설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높이 29m, 두께 49m, 길이 680m의 쓰나미 대비 방파제를 세웠고, 강박적 수준의 안전관리자로 인해 빡빡한 안전관리 대책도 수립되었다고 한다. 결국, 동일본 대지진 상황에서도 적은 피해만 입고 빠른 복구가 이뤄졌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사고 통계를 보면 가장 많은 사고가 근로자의 끼임 사고(36.9%)였고, 그 다음이 넘어짐(11.6%), 물체에 맞음(10%) 순이었다고 한다. 이중 산업용 로봇만 놓고 보면 순위가 끼임(50.1%), 부딪힘(37.8%) 순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 중상 이상의 사고였다는 점에서 산업용로봇 공정 도입은 안전관리를 함께 도입해야 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에서도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용로봇 도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울러 안전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컨설팅과 인증획득을 지원하고 있다. 안전한 근로환경을 만드는 일은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안전 관련 기술과 산업의 성장도 이뤄지고 있다. 산업용로봇의 경우 로봇시스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센서, 부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전용 키 이외에는 조작을 할 수 없게 해주는 인터락 스위치, 안전 라이트 커튼, 누르고 있을 때만 기계가 작동할 수 있게 해주는 동작허가 장치 등이 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차에서만 사용될 것 같은 라이다가 로봇시스템 내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안전시스템 부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라이다란 레이저 펄스를 발사하여 물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을 받아 거리 등을 측정, 주변의 모습을 정밀하게 그려내는 장치이다. 처음 라이다가 소개될 당시 고급 사양의 경우 수천만원에서 1억원을 상회하였는데 최근 가격도 많이 인하되었고 가성비 좋은 제품도 출시되고 있어 자율주행 시장뿐만 아닌 안전에 응용하는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안전시장의 성장은 비용 투자가 추가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제조경쟁력 확보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 너무 많은 투자는 과도한 설비 투자로 도리어 기업에 큰 부담이 되지만, 우리 사업장에 알맞은 안전한 로봇 공정 설계는 오히려 좋은 일자리로, 인력난을 저감해주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실제 주변에 로봇자동화로 여러 가지 애로가 해소되고 경쟁력 제고에 기여가 있다고 말하는 분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력 있는 시스템통합자(System Integrator)도 연결되어야 하고, 사업장 스스로 각 공정에 맞는 로봇 자동화란 어떤 것일까에 대한 사전 연구도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생산성만 볼 것이 아니라 안전한 작업 환경에 대한 관심도 병행되었으면 한다. 오나가와 촌장과 도후쿠 전력 관리자의 안전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관심이 쓰나미 앞에 위태했던 재앙적 원전 재난을 막아냈듯, 로봇자동화가 피할 수 없는 제조업의 방향이라 동의한다면 생산성과 안전을 같은 가치와 비중으로 놓고 생각했으면 한다. 전진우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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