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덕에 장애에도 촬영” “편집 때 많이 울어”

  • 글·사진=진정림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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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4   |  발행일 2019-12-04 제16면   |  수정 2019-12-04
초보 시민영상제작자들 시사회서 작품 소회
대구시민미디어축제 영상공모전
응모 40여편 중 본선작 9편 상영
“기기 덕에 장애에도 촬영” “편집 때 많이 울어”
‘2019시민미디어페스티벌’에서 장려상을 받은 ‘이어폰을 짓누른 편견’의 제작자 이창환씨(맨 오른쪽)가 AAC(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로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하자 참가자들이 집중해서 듣고 있다.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에서 ‘2019시민미디어페스티벌’이 지난달 29~30일 열렸다.

이 중 ‘제3회 마을공동체영상공모전 상영회 및 시상식’이라는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총 40여편의 응모작 중 본선에 오른 9편이 상영됐다. 짧게는 3분부터 길게는 16분 정도의 분량으로 제작된 것들이다. 특별한 점은 이들 대부분이 초보라는 점이다.

본선에 오른 상영작은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이창환씨가 제작한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다룬 극영화 ‘이어폰을 짓누른 편견’이라는 작품이다. 또 강미영씨의 ‘놀 사람 모여라, 놀삶!’, 동구 입석동의 옹기종기마을공동체 활동을 영상에 담은 허석자씨의 ‘우리가 꿈꾸는 마을’, 중구 남산동 골목길을 어머니와 함께 영상으로 기록한 정수연씨의 ‘남산동 홀림길’, 플라스틱을 줄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은 최선혜씨의 ‘사남매의 플라스틱제로 프로젝트’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 상영됐다.

장려상을 받은 이창환씨는 AAC(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로 소회를 밝혔다. 이씨는 “옛날 같으면 저 같은 장애가 심한 사람이 영상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인데, 기기가 디지털화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이 귀한 자리에 서게 됐다”면서 “아무래도 저는 시대를 잘 타고 난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룬 영상을 제작하고 싶다”며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대구 동구의 한 협동조합 카페에서 일하는 발달장애 청년 호철씨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호철씨’가 우수상을 차지했다. 제작자 김국향씨는 “우리 동네 안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평범한 모습 그대로가 안심마을 그 자체”라고 했다. 주인공 호철씨는 연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안심에 놀러 오면 “한턱 쏘겠다”고 말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타 지역에 살고 있는 부모님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면서 부모님의 일상을 담은 ‘흐르지 않는 시간’을 제작한 김은아씨가 최우수상과 관객상을 동시에 받았다.

김은아씨는 “시간이 흐르면 소멸되는 것이 있다. 그래서 부모님을 영상으로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카메라로 부모님을 찍는 시간 동안은 부모님과 소통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나 편집하는 시간은 오롯이 내면의 나와 대면하는 시간이라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영상을 편집하기 위해 100번도 더 봤는데, 보면서 울지 않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 마침 딸이 이 자리에 참석해 영상물을 함께 봐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영숙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장은 “그 어느 해보다 작품내용이 깊어졌다. 소소한 가족사부터 따뜻한 이웃이야기까지 다양한 작품이 출품됐다. 특히 공동체 가치를 담은 작품이 많아 감명 받았다. 내년에도 어떤 소재든 좋으니 미디어로 또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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