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윤의 과학으로 따져보기] 영상, 영하 그리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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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9   |  발행일 2019-12-09 제18면   |  수정 2019-12-09
[권오윤의 과학으로 따져보기] 영상, 영하 그리고 0℃
<대구 경운중 교사>

이제 대구의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면 우리 마음마저 추워진다. 호들갑스러울 정도이다. 1도에서 0도로 내려갈 때보다 0도에서 -1도로 내려갈 때 그 마음은 더하다. 언론에서도 추위에 대비하라고 충고한다. 정말 그렇게 0이라는 숫자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11월11일 미국에서 발행하는 애틀랜타 중앙일보에 ‘기습 한파가 찾아와 13일 최저 기온은 25도까지 떨어질 예정이며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결빙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취지의 기사가 실렸다. 25도에 영하라는 말이 이상해 보이지만, 이것은 기온은 화씨, 영하는 섭씨의 두 가지 온도체계를 섞어서 사용한 탓으로 보인다.

우리학교 원어민 교사에게 우리의 0도와 -1도에 해당하는 화씨 32도와 30도의 차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둘 다 쌀쌀한 날씨일 뿐 물이 어는 온도라는 생각은 안 해봤단다. 0℉과 -1℉는 매우 추운 날씨라는 점에서 별 차이를 못 느낀단다. 화씨의 0도는 섭씨의 0보다는 대수롭지 않는 듯하다. 대신 미국은 100℉ 이상과 이하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우리에게는 37도나 38도나 덥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막상 화씨로 100도라고 하면 세 자리 숫자가 주는 느낌이 다르다. 이렇듯 같은 날씨라도 그 숫자 값에 따라 다른 감정이 생긴다.

우리는 차갑고 따뜻한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온도계를 만들었지만 온도계가 만들어진 후에는 그 숫자에 영향을 받으며 산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화씨온도계는 1724년 독일의 파렌하이트가 얼음과 물, 염화암모늄으로 만든 낮은 온도를 0으로 하고 체온을 100으로 하여 눈금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혹은 체온을 96으로 했다는 설도 있어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1742년 스웨덴의 셀시우스가 물이 어는점을 0, 끓는점을 100으로 하여 만든 섭씨온도계를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우주 최고온도는 수억 도를 훌쩍 넘어서지만 최저온도는 어이없게도 -273.15℃에 불과하다. 영하 300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켈빈은 최저온도를 0으로 하고 눈금간격은 섭씨온도계와 같은 절대온도K를 만들었다.

그러니 섭씨 0도는 대략 화씨로 32, 절대온도로는 273이 된다. 이 32이나 273이라는 숫자에서 우리가 섭씨 0에서 느끼는 기분은 생기지 않는다. 그러니 -1도와 +1도는 원래부터 특별한 어떤 차가움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지구상의 생물에게는 물이 중요하므로 섭씨 0도는 물의 상태가 변하는 점으로서 의미가 있다. 식물들이 냉해를 입거나 도로에 얼음이 얼어 사고가 날 염려가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날 사람들에게 0도나 1도가 큰 의미가 있을까? 여름날의 37도·38도처럼 온도계를 이용해 구분하면서부터 우리는 그 1·2도에 신경을 과하게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학이 발달하면서 좋아지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 너무 과학적으로 따지다 보면 힘들거나 잃어버리는 것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영하, 영상, 영, 그건 다 기준 정하기 나름이다. <대구 경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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