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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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7   |  발행일 2019-12-27 제42면   |  수정 2019-12-27
외롭고 굴곡진 삶 ‘인간 빈센트’…천재화가의 열정과 천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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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예술가들의 삶과 업적은 주로 후대에서 재조명되고 평가된다. 이제 신화가 된 후기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역시 마찬가지다. 생전 단 한 작품밖에 그림을 팔지 못했을 만큼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화가로 꼽힌다.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그런 후대의 영광을 뒤로 한 채, 광기의 예술가로 불리며 외롭고 굴곡진 삶을 살았던 인간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 마지막 나날을 카메라에 담았다.

“새로운 빛을 찾고 싶다.” 안개와 회색하늘로 덮인 도시(파리)를 떠나고 싶은 반 고흐(윌렘 대포)에게 친구 폴 고갱(오스카 아이삭)은 남부로 가보라고 조언한다. 그의 말대로 프랑스 남부 아를에 정착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간 고흐. 하지만 파리에 있을 때보다 더한 멸시와 외로움 속에 살아간다. 마을 사람들은 늘 그를 경계하고 “개나 소나 화가랍시고 그림을 그린다”며 대놓고 조롱한다.


생전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은 고흐
눈빛·표정·몸짓 완벽히 담아 환생한 듯한 싱크로율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 추행범으로 몰려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그를 찾아온 동생 테오(루퍼트 프렌드)에게 자신의 외로움과 혼란스러움을 토로한다. 미술상이던 테오는 형을 위해 폴 고갱이 프랑스 아를에서 머물 수 있도록 경비 지원을 약속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상반된 성격, 그림에 대한 견해차로 인해 언쟁이 끊이질 않는다.

고갱은 늘 자연만 화폭에 담는 고흐의 그림은 베끼는 것과 다를 바 없음을 지적한다. 이에 고흐는 “바라볼 게 필요한데 자연엔 볼 게 많다. 볼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연을 보면 가슴 떨리는 에너지가 신의 목소리로 들려오고, 때론 너무 강렬해서 의식을 잃을 정도”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고갱은 그의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 “자네의 그림은 표면이 진흙같다. 너무 덧칠해서 그림이라기보다는 조각같다”고 폄훼하기에 이른다. 이번에도 고흐는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은 한번에 깔끔하게 칠한다. ‘신의 한수’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일축한다. 결국 고갱은 그를 떠나게 되고, 이를 가슴 아프게 여긴 고흐는 정신 이상 증세가 심해져 자신의 귀를 자르게 된다.

영화는 아를, 생 레미 요양원, 오베르 쉬르 우아즈 등 실제 반 고흐가 머물렀던 장소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촬영은 카메라를 직접 들고 찍는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했는데, 이는 당시 고흐의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심리를 고스란히 대변한다. 압권은 눈빛, 표정, 몸짓까지 반 고흐가 환생한 듯한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준 윌렘 대포의 연기다. 반 고흐의 혼란과 외로움뿐만 아니라 예술을 향한 열정, 천진함 등의 감정을 완벽하게 그려내 놀라움을 선사한다. 미국 신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잠수종과 나비’로 제60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줄리언 슈나벨 감독의 신작이다. (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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