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셀프가 대세…카페·서점·편의점까지 들어서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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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8   |  발행일 2020-01-18 제5면   |  수정 2020-01-18
국내 은행점포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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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대구은행이 미래형 영업점포 육성방안인 디지털브랜치 전략의 일환으로 출점한 '디지털수목원점' 전경. 〈DGB대구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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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이 방배서래지점에 선보인 컬처뱅크. 하나은행의 컬처뱅크 1호점으로서 국내 유명 공예 작가와 주목 받는 신진 공예 작가의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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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훈 농협은행장이 하나로미니 인 브랜치를 방문해 지점 내 편의점 매장에서 농산물 및 농가공식품을 살펴보고 있다. 〈NH농협은행 제공〉

예전에는 은행 거래를 시작하거나 금융상품에 가입하려면 은행 영업지점을 직접 찾아가야 했다. 본인 확인이나 신분증 사본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점포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텔레뱅킹이 도입되고,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이 도입되면서 은행의 영업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은행들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인원은 줄이면서도 특색있는 점포를 구성해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겠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도 큰 흐름은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뱅크화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거나 은행점포에 생활 편의시설을 더한 '사랑방' 전략이다.

■ DGB대구은행
기존 지점망 디지털뱅크화 전략
소형 점포는 스마트형태로 전환
인건비 줄이고 수익성 강화 나서

■ 다른 시중은행
점포에 생활편의시설 집어넣어
'생활있는 은행'으로 이미지 바꿔
문화공간 결합시켜 외연 확장도

◆온·오프라인 융합 시도

지난해 김태오 DGB대구은행장은 기존 지점망을 '허브앤 브랜치' 형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주요 거점 점포를 두고 소형점포는 스마트 형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은행 상징성이나 홍보 효과가 큰 대로변에 위치한 점포나 메인점포는 규모를 더욱 키우고, 반대로 임대료가 비싼 아파트 주변 점포는 디지털 브랜치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디지털 브랜치는 ATM(은행업무자동화기기)을 셀프 창구에 갖추고 안내직원 1~2명이 근무하는 형태다. 이에 앞서 DGB대구은행은 태블릿브랜치(ODS·Out Door Sales) 및 창구전자문서 시스템을 전 영업점에 구축했다. 태블릿브랜치는 은행 직원이 고객을 직접 방문해 금융거래가 가능한 태블릿PC를 활용한 전문상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장소의 제약 없이 미래 영업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라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선보인 디지털영업점인 '수목원 디지털점'은 이용 건수가 하루 평균 150~200건에 달한다. 이는 전통적인 은행창구에서는 5~6명이 맡는 수치다. 필요 근무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BNK부산은행의 셀프브랜치(Self Branch)도 디지털 지점의 한 형태다. 셀프브랜치는 STM(Self Teller Machine·무인셀프창구(STM)와 모바일뱅킹, 태블릿PC를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받는 '페이퍼리스(서류없는), 캐시리스(현금없는) 점포다. 고객이 직접 모바일을 활용해 개인대출과 예금상담 업무 등을 처리할 수 있고 평일 야간과 주말에도 통장개설, 인터넷뱅킹 신청, 체크카드 발급 등이 가능하다. 부산은행 셀프브랜치는 커피브랜드인 이디야와 결합한 '카페 인 브랜치' 형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소매영업 경쟁력이 위태로워지는 가운데 성역 없는 디지털영업망 확대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면서 "특히 은행 리테일 영업의 최대 조직인 지점의 변신은 인건비 감소와 수익성 강화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설명했다.

◆문화사랑방 역할 선보여

또 다른 금융권 전략은 은행 점포에 생활편의시설을 집어넣는 것이다. 카페·서점·편의점 등과 손잡고 '생활이 있는 은행'을 구축해 은행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NH농협은행이 확장 중인 '하나로미니인브랜치' 점포다. 은행과 편의형 마트가 결합된 하나로미니인브랜치는 금융서비스뿐만 아니라 편의점 매장을 통해 주요 농산물 및 농가공식품을 구입할 수 있다. 은행에서 주요 생필품과 지역 특산품, 지역 농업인이 생산한 로컬푸드 및 농·축산물 등 신선식품을 구입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뱅킹 위드 디저트' 1호점이라는 은행 영업점과 베이커리를 결합한 특화점포도 선보인 바 있다.

KB국민은행의 서초동종합금융센터는 카페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풍기는 진한 커피향을 맡으면 은행의 변신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딱딱한' 은행은 사라지고, 예쁜 의자와 테이블 등 은행고객이 아닌 카페 손님을 맞는 모양새다.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던 고객은 차례가 되면 은행 볼일을 보게 된다. 은행과 카페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KEB하나은행이 운영하는 '컬처뱅크'도 영업점과 문화 공간을 결합한 곳이다. 공예, 책, 가드닝 등 다양한 테마를 접목해 은행점포의 외연을 확장했다.

우리은행은 폴바셋 카페, 크리스피크림 도넛 등과 결합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객의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해 '점포 디자인 표준안'을 개발했다. 인테리어 색상 변화나 1인용 의자 도입 같은 객장 분위기, 창구 파티션 높이나 모양을 개선해 고객 프라이버시를 강화, 순번표시 화면 위치를 고객 눈높이로 조정키로 했다. 또 정보 전달을 위한 대형 전광판, 디지털 포스터 등 디지털 트렌드도 반영한다.

DGB대구은행 점포전략부 관계자는 "은행은 비용을 넘어 고객 로열티와 브랜드 강화 차원에서 영업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영업지표 외 상품·서비스 인지도, 브랜드 호감도, 고객 경험, 몰입도 등 장기적 고객관계 측면의 성과관리를 위해서 영업점포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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