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의 아들 봉준호가 자랑스럽다

  • 논설실
  • |
  • 입력 2020-02-11   |  발행일 2020-02-11 제31면   |  수정 2020-02-18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이 10일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한국 문화예술사에 영원히 남을 쾌거다. 영어 아닌 외국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기는 101년 역사상 처음이다.

봉 감독은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봉상균 전 영남대 교수, 어머니는 소설가 구보 박태원의 둘째 딸이다. 봉 감독은 시상식에서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었다"고 했다. 고독과 외로움을 잘 견디어 우리 국민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줘 고맙다. 대구의 아들인 게 자랑스럽다. 영화계에는 대구 출신이 의외로 많다. 칸과 할리우드에 봉준호가 있었다면 로카르노의 배용균, 베니스의 이창동도 있다. 한국 첫 여성감독 박남옥도 대구 출신이다. 배창호·강우석·김지훈은 세계적 아티스트들이다. 배우·감독·국회의원까지 지낸 '영원한 스타' 신성일이 있다. 최창환·유지영·고현석·김은영·김현정·장병기 등 주목받는 독립영화 감독도 있다.

봉준호가 20대에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해 영화 수업을 시작한 것처럼 대구에도 아카데미가 있다. 지난해 설립된 '대구영화학교'다. 영화를 배우기 위해 타 지역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최소한의 인프라다. 그러나 전문인력 양성, 현장 맞춤형 교육, 비즈니스 교육 등을 충분히 제공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자치단체의 관심과 시민 애정이 더 필요하다. 아쉬운 게 또 있다. 수많은 거장을 낳은 대구에 전문적인 영화교육을 받을 대학이 한 곳도 없다. 이참에 봉준호·신성일·배용균·이창동의 이름을 딴 영화아카데미과정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영화영상학과·대학 설립은 또 어떤가. 어릴 적 '조용하고 말수 없고 느리고, 리더십은 있지만 특별히 끼가 있다거나 튀지는 않았던…' 봉준호를 닮은 제2, 제3의 봉준호,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꿈을 키워나갈 인프라가 대구에 마련됐으면 좋겠다. 대구 출신 감독의 영화가 100년 만에 아카데미상을 첫 수상한 2020년, '대구영화 생태계'를 도약시킬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컬러풀 대구'의 좋은 기회이자 소재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