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환자들, 타지역 의료기관 찾았다가 진료 거부 잇따라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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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7 21:55  |  수정 2020-02-28 07:18  |  발행일 2020-02-28 제1면

대구시민들은 요즘 병원을 찾는 것은 물론, 병실 잡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타지역에 병원 예약이 돼 있어도 퇴짜당하기 일쑤다. 코로나19 환자들은 확진판정을 받고도 병실 부족으로 자택에서 입원 날짜만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환자가 몰려 지역병원들의 여력이 부족하자 타 지역을 찾은 일반 환자들은 입원이나 진료를 거부당하고 있다. 이래 저래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민이라는 이유로 타지역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거부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정부는 이동을 제한하는 '봉쇄'가 아니라고 했지만, 대구 시민들은 사실상 봉쇄와 다름없는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홍연우군(6·대구 북구 침산동)은 오는 2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항암치료를 받을 예정이었다.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 받는 치료다. 그러나 홍군의 어머니 김정미 씨는 이틀 전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 병원측 관계자로부터 "본관에 출입할 수 없어 예약된 치료는 취소된다"는 통보를 받은 것. 대신 "병원에 마련된 '안심진료소'에서 피 검사를 진행하고, 필요하면 (백혈구)수치를 유지할 수 있는 약을 처방하겠다"는 말만 들었다.


김씨는 "(병원측이) 대구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도 확진자는 있다. 필요한 치료를 위해 찾는 대구경북 사람들을 바이러스 취급하는 모습이 가당치도 않다"고 흥분했다. 김씨는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이날 오후 3시 기준 1만2천624명이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영남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구경북 지역사회 감염이 심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당장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면 수용하겠지만, (홍 군과 같은) 연기가 가능한 치료의 경우 무기한 연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강모씨(30·남구 대명동)는 지난 22일 오전 11시쯤 대구파티마병원에서 맹장염 진단을 받았다. 강씨에 따르면 대구에는 보호자가 없어 수술을 받을 수 없었고, 고향인 마산에서 수술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주소지가 대구라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거부했다. 

 

결국 강씨는 마산시를 주소로 기입한 뒤 인근 다른 병원에서 23일 오전1시쯤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강씨는 수술 시기를 놓쳐 복막염 치료를 받고 있다. 강씨의 어머니는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할지 상상조차 못했다"고 한숨지었다.
최시웅 수습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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