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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법학부 교수· 대구시민센터 이사장 |
코로나19로 인해 대구경북 시도민은 패닉상태다. 위기와 비상사태를 넘어 말 그대로 전시상황이다. 포탄이 떨어지고 사방에서 총성이 울리는 전시에 집 밖으로 나가지 않듯이 지금 대구경북민들은 생계를 위한 외출이 아니면 집 근처를 벗어나지 않는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외출자제 요청 때문이 아니다. 어느 장소에 확진자가 다녀갔는지, 어떤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을지 모르니 집을 나서면 바로 지뢰밭이기 때문이다.
부득이 생존을 위한 마스크를 구하러 나가도 길게 늘어져 있는 줄 안에서 바이러스에 전염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걱정이 반이다. 나머지 반은 그깟 마스크 몇 장을 위해서 번호표까지 받아 가며 이렇게 장시간을 대기해야 하나 하는 비참함이다. 그나마 마스크를 구하면 다행이지 마트며 약국을 몇 군데 돌아봐도 허탕 치는 일이 다반사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반의 4차 산업시대를 선도한다고 '비말(飛沫)'을 튀기며 떠들어대던 2020년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허접하기는 언론도 비슷해서 지역별 확진자 수 증가에 중점을 둔 경마저널리즘에 푹 빠진 TV와 신문이 지겹다. 휴대폰을 들어도 역시 SNS에는 코로나19와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온라인의 황색저널리즘에 물든 정보와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요즘 언론은 정도를 벗어나도 너무 벗어나 있지만 도무지 부끄러움을 모른다.
지금 대구경북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짓눌려 질식 상태다. 우리 지역의 코로나19에 대한 인식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며칠 전 언론에 보도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생활이 정지되었다고 인식하는 국민이 58%였다. 특히 대구경북민이 느끼는 우울증과 무기력증 응답은 65%로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이 상황이 정의에 어긋나고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는 지역주민은 무려 76%를 넘었다. 문제해결에 있어 국가의 리더십에 대한 실망과 분노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구경북민이 분노하는 대표적 사례는 유통업을 하는 자기 아들에게 마스크를 전량 몰아주고 15배 폭리를 거둘 수 있게 해준 마스크 생산업자의 피붙이 잇속 챙겨주기나 현장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대구경북의 수장에게 별로 막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전직 장관 출신 사이비정치인의 저열한 막말이다. 온 국민이 힘들어 하는 시기에 나타나는 이러한 행태는 개인주의와 종파주의에 물든 그야말로 '신천지적 막장증거'다.
이 시국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회적 연대와 협력이다. 대구경북은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취소되었지만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운동의 시민정신을 실천을 통해 기념하고 있다. 바로 지역사회에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시민들의 공동체적 자조(自助)와 협동의 사례들이다. 주변의 독거노인을 찾아 반찬을 나누는 봉사활동, 확진 자가격리자에 대한 공동체 차원 돌봄 지원활동, 이번 사태로 손님이 줄어 휴업해야 하는 음식점의 식재료 구매해주기, 경제적 타격으로 힘들어 하는 임대 자영업자들의 임대료를 깎아주거나 안 받는 착한 건물주운동, 시간이 없어 마스크를 구할 기회가 없는 택배 기사들에게 마스크 나눠주기, 코로나19 극복 1339 국민성금 캠페인 그리고 타 지역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도움이 필요한 대상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시민단체 체계구축 등 일일이 거명할 수 없을 정도다.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도움에 나서는 지역사회의 선한 사례들을 접하면서 그래도 대구경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지역공동체라는 희망을 품는다. 힘내라 대구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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